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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소통/광명여행

가을로 쫓겨나다 - 샘이의 가을 여자 놀이, 현충탑에서 광명시장까지... 광명시장 칼국수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올가을의 최저기온을 경신하던 2012년 11월 말의 이야기예요....


저의 잡스(광명 청년 Job Start) 생활의 주 업무였던 광명시 블로그 책자 발행도 끝나고, 약간의 여유가 찾아왔어요. 이젠 잡스도 말년이니 좀 편해지겠구나싶어 마구 신이 나던 차에...... >▽<






......어디선가 시커먼 기운을 내뿜는 누군가 계속 저를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어째 뒤통수가 따갑다 했는데 역시나... 항상 쇠자를 들고 매의 눈으로 저를 감시하시는 그분.







광명시청 소셜 전략TF팀의 김 주무관, 그 악명높다는 한량 아빠님의 레이더망을 피해갈 수 없었지요. ㅠㅠ






예상대로 김 주무관님은 돈 받는만큼 일하라며 저를 밖으로 내쫓으셨습니다. 당장 뭐라도 하나 포스팅 해오라는 명령과 함께요. 저야 뭐, 시키는대로 해야하는 입장이지만 너무하신 거 아니냐고요. 이 추운날!!!!!!!!!!!!

하지만 그분을 이길 방도가 달리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저는 무작정 밖으로 나갔습니다. ㅜ_ㅜ






울적한 제 기분을 모르는 하늘 녀석은 눈치없이 멋지기만 하네요.






갑자기  나온터라 어떤 포스팅을 할까 생각도 못해봤기 때문에 그냥 걸으면서 생각해보았어요.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것이 바로 가을.

가을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인데요. 그래서인지 항상 다른 계절보다 빨리 지나가버리는 것 같았거든요.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이 지나서일까, 이제는 제법 겨울 날씨인데도 다행히 주변엔 아직 가을의 정취가 조금은 남아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오늘 하루 저는 까치마저도 가을 남자로 만드는 고독함과






화려함을 동시에 갖춘 가을을 즐기는 가을 여자 샘이가 되어보기로 했어요. 사실 얼마 전 가을 여자 놀이하신 윰님이 매우 부러웠거든요. 윰님과는 달리 전 그냥 밖으로 쫓겨난 여자지만... ㅜㅜ



그런데 어쩌죠? 급하게 쫓겨나다보니 가을여자의 필수품인 트렌치코트와 머플러도 준비하지 못했네요.






겨울 못지않게 추운 날씨, 가을과는 다소 상반되는 어그부츠와 겨울코트를 차림으로 어딜가야 제대로 가을 여자놀이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그냥 발길 가는대로 무작정 걷기로 했습니다.






그러다가 간 곳이 바로 여기, 현충근린공원에 왔어요. 엊그제의 마기님처럼 현충탑에 오르면 저도 기분 전환 좀 할 수 있을까해서요.



집에서 엎어지면 코닿을 가까운 거리인데도 이게 얼마만인지, 중학생 때 이후 와본 기억이 없으니 거의 10년만이네요. 그래서 길치 인증이라도 하듯이 표지판을 보고도 입구를 찾지 못해 헤맸어요.






현충탑입구예요.

역시나 제 예상대로 낙엽들과 아직 떨어지지않은 단풍이 보란듯이 장관을 이루고 있네요. 현충탑엔 나무가 많아서 왠지 가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쫓겨나길(?) 잘했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 정도로 이 멋진 풍경을 저 혼자 보긴 아쉬워서 단풍길을 따라 셔터를 마구 눌렀습니다.

셔터를 누르는 내내 추운 날씨 덕에 저의 맨손은 감각을 잃었지만, 울긋불긋 단풍의 따스한 빛깔에 김 주무관님에 대한 원망도 눈 녹듯이 녹아내리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공원 끝자락 현충탑에 도착했어요. 가을 옷을 입었지만 역시 현충탑은 현충탑인가봅니다.






날씨가 추워서 사람은 없었지만 현충탑앞에서면 왜 이렇게 경건해지는지, 왠지 경례하고 가야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희생하신 분들을 위해 잠시 묵념도 하고 내려왔지요.






내려오는 길에 한창 낙엽을 쓸고 계시는 분들을 만났어요. 청소하시는 분들한테는 이 단풍들이 마냥 예뻐보이지만은 않을텐데 낙엽치우시느라 힘들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낙엽을 쓸고 계시는 어르신 한분이 카메라를 의식하셨는지 저를 부르셨어요. 혹시 몰래 사진찍어서 불쾌하신 건가 하고 놀랐는데, 하시는 말씀이...

"아가씨 , 우리도 한장 찍어줘~ ㅋ" 라고 하시며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시는게 아니겠어요?






"어느 방향으로 찍어야 예쁘게 나올까? 아무래도 단풍이 같이 찍혀야 잘나오겠지?" 라고 하시며 단풍을 등지고 서시는 할아버지들의 센스 ㅋㅋㅋ

찰칵!

할아버지들의 입가의 미소가 번졌고 그분들에게 낙엽과 단풍이 그저 애물단지만은 아니구나하는 생각에 저 또한 기분이 좋아졌답니다.






내려오는 길에 할아버지들이 아직 쓸지 못한 저 낙엽친구들을 김 주무관님이라 생각하며 잘근잘근 밟고, 한껏 고독을 즐기며 정말 제대로 가을 여자 놀이에 심취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찰나...

가을여자 놀이도 너무 열심히 하다보니 배가 고프더라고요. 이날 역시 정확한 저의 배꼽시계가 칼같이 점심시간을 맞혔어요. 몇시간 걸어서일까 춥기도 하고, 이렇게 추운 날은 뜨끈한 국물도 생각나고 면발을 후루룩 하고 싶어지더라구요.






그래서 마침 광명시장 근처에 계신다는 엄마와 급만나 시장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지요.





광명시장의 유명한 전집을 지나쳤습니다. 칼국수 사먹으러 가는 길인데 이거 보니 급 막걸리랑 파전이 땡기더라구요. 그런데 엄연히 근무시간이라 차마 그러진 못했어요. ㅜㅜ






아아... 제가 좋아하는 떡갈비들이 이리도 가지런히...






게다가 윤기 좔좔 닭강정 ㅜㅜ






맛깔스러운 김치들마저 저에게 흡입해 달라고하는 것만 같았어요. 군침이 그냥...


이즈음 참을성 제로인 저의 배가 더 이상은 못참겠는지 요동치기 시작했어요. 길고 긴 터널같았던 유혹의 시장 길을 지나...






드디어 칼국수 집에 도착했어요. 엄마랑 저는 주로 이곳에서 칼국수를 먹거든요. 이곳도 그 유명한 '홍ㅇㅇ 칼국수' 못지 않게 맛있답니다.






드디어 손칼국수가 샘이 앞에 등장했네요. 2,500원치고는 제법 푸짐하죠?






본격적으로 칼국수를 흡입하기 시작~ ㅋ


그로부터 20분뒤.....






그 많던 칼국수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ㅠㅠ

제 뱃속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있을 칼국수 생각에 슬펐지만 그래도 정말 맛있게 잘 먹었으니 슬픔은 금세 환희로 탈바꿈했지요. 역시 2,500원가지고 배불리 맛있게 먹을수 있는 곳. 광명시장만한데가 또 있을까요?

이제 집에, 아니 사무실로 돌아가야 할 시간, 벌써 돌아가려니 아쉬웠습니다. 너무 배가 불러서 시청까지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구요.







그.런.데 사무실로 돌아가는 도중, 마주치지 말아야 할 핫바와 만나고야 말았습니다.


저는 그냥 지나가려는데 핫바애들이 저를 막 부르는 거예요. 한입만 먹어보라며 저를 보고 애원했어요. 저는 '미안하지만 내 배엔 너희들이 더 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다. 다음에 보자'고 했지만...






응? 저도 모르는 사이에 핫바가 제 손에? ㅋㅋㅋ


근데 예상대로 배부른데도 잘 들어가네요. ㅜㅜ 내일부터 진짜 살빼야지.
암튼 핫바도 광명시장 핫바가 쵝오 ㅋ






한손에 들려있는 핫바가 모두 사라져서 또 다시 무장해제가 되기 전에 재빨리 시장 밖으로 나왔습니다.


시장통 밖에서 본 광명시장, 외관도 깔끔하고 너무 예쁘네요. 한동안 안 와본 사이에 광명시장이 무슨 최우수상을 탔나봐요. 2년 연속이라는데, 역시 안팎으로 그 명성이 대단합니다.






비록 쫓겨나서 몇시간 돌아다니며 사진찍느라 춥고, 힘들고, 저를 고생시키시는 김 주무관님이 살짝 밉기도했지만, 오랜만에 현충탑과 광명시장을 갔다오며 가을 여자 흉내도 내보고, 맛난 점심도 먹고 뜻 깊은 시간이었어요.

 

앞으로도 김 주무관님의 감시를 피해 종종 나와야겠다고 다짐했었건만, 생각보다 일찍 저의 잡스 생활을 마무리하게 되었어요. 제가 새로운 곳에 취직을 하게 되었거든요. 이번 여름 도덕산에 대해 포스팅 하겠다고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끙끙대고 사진찍던 게 엊그제 같은데... 광블 책자도 어느새 다 만들어졌고, 벌써 겨울이 오고 있네요.


알게 모르게 정들어버린 시청을 떠날 생각을 하니 아쉬워집니다. 김 주무관님도 제가 떠나서 얼마 슬프실까 심히 걱정되고요. ㅜㅜ (ㅋㅋㅋㅋㅋ)

 

하지만, 다른 곳에 있더라도 포스팅으로 다시 찾아뵙도록 할게요.^^*




 


 

글·사진 | 남샘이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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