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느낌 소통/광명여행

공원이 소근소근, 자연이 토닥토닥 - 봄을 품고 있는 너부대근린공원과 대화하기

 

 

 

올 겨울은 27년 만에 강추위가 찾아왔다. 폭설까지 자주 내려 빙판으로 외출이 그다지 쉽지 않았던 날씨였다. 그렇게 춥게 만든 겨울동장군이 지나니 한결 누그러진 겨울날씨도 있었다. 조금은 따뜻해진 날씨 덕에 눈 대신 겨울비가 내렸다. 그늘진 곳에 쌓였던 눈도 많이 녹았다.

 

앞뒤 창문을 활짝 열어 집안 환기를 시켰더니 마음이 개운해지는 듯하다. 청소를 마치고, 오늘 같은 날 너부대근린공원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거기에 가긴 너무 이른가? 그래도 내친 김에 조금은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습관처럼 카메라 하나 들고 너부대근린공원을 찾았다.

 

 

 

 

 

 

 너부대근린공원 가는 길 (주변이 아주 말끔해졌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니 까마귀와 참새, 산비둘기 등 새들도 반갑다는 인사를 하는 듯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른다. '아, 그런데 우리 동네에도 까마귀가 살고 있었네~' 까마귀는 우리들이 알고 있는 상식과는 달리 아주 영리한 새이고 공기가 좋은 곳에서 산다던데...

 

겨울비가 내린 후, 너부대근린공원은 산책길에 나선 사람들이 제법 많이 눈에 띄었다. 나의 쓸데없는 걱정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너부대어린이공원

 

너부대산책로로 들어서기 전, 광명5동 주민센터를 마주 보고 있는 너부대어린이공원을 먼저 만날 수 있다.

 

 

 

 

 

 

 강아지와 산책 중

 

"오늘 날씨가 따뜻해져서 강아지와 운동 나오셨나봐요?"

 

"저는 추워도 자주 나오고 있어요. 강아지가 운동을 안 하면 나가자고 조르거든요." 하며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들어갈 거라 한다. 강아지는 너부대근린공원을 좋아하나봐!

 

 

 

 

 

 

너부대어린이공원을 몇 바퀴나 돌고 있는 모습. 이곳을 몇 바퀴 돌고 난 후, 너부대산책로로 운동코스를 옮기셨다.

 

 

 

 

 

 

 너부대어린이공원에 설치되어 있는 CCTV

 

언제CCTV가 설치되었는지... 이곳을 가끔씩 오고가고 했는데, 그동안 너무 무심했나보다. 요즘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자주 생기고 있는데, 이것이 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것이 필요 없는 세상이 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기도 한다. CCTV를 찍고 있는 내 모습도 찍혔겠네.

 

 

 

 

 

 

'금연공원'이란 팻말이 반갑다. 2012년 3월 22일부터 금연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이를 위반 시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한다. 예전에는 공원에서 운동을 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았고,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담배꽁초도 자주 보곤 했었다.

 

하지만 이날은 운동을 하는 남성들을 꽤 여러 사람 보았지만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볼 수 없었다. 그래서인가 공원의 공기가 한결 더 상큼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른인 나도 길을 오가면서 남성들이 무심코 피울 때 나오는 담배연기가 무척이나 싫었는데, 다행이다. 

 

금연공원으로 지정이 되었으니 이곳을 찾는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이 안심을 해도 좋을 것 같다. 이곳은 봄이 되면, 부근에서는 물론 조금 멀리 있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도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250년 된 향나무 보호수 두 그루. 높이2m, 둘레 2.3m 이고, 2000년 1월 3일 보호수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무가 많이 훼손되어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오가는 사람들이 미끄러질까봐 보호바닥재를 깔아 놓은 모습이 정겹다.

 

 

 

 

 

 

 너부대근린공원 입구

 

이곳은 봄이 되면, 보라색 꽃을 피우는 등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많은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기도 하다. 나도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망중한을 즐기기도 했다.

 
너부대근린공원은 광명5동에 위치하고 있고, 주변에는 광명서초등학교, 광명5동 주민센터, 광명장애인종합복지관이 있다. 그리고 앞에는 목감천이 흘러 소소한 볼거리와 편안함을 주기도 한다. 

 

너부대란 '넓은 들판'이란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너부대는 광명시의 고대 언어가 남아있는 유일한 지명으로 '임금터'라는 뜻도 있다.

 

 

 

 

 

 

봄이 되면 이곳에는 진분홍 영산홍이 장관을 이룬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사진 찍는 모습, 엄마가 어린 아들의 사진을 찍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는 곳이기도 하다.

 

 

 

 

 

 

누구든지 오르기 좋게 야트막하게 만들어 놓은 오르막길이다.

 

 

 

 

 

 

나무로 된 각종 운동기구들이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공원산책로는 여러 갈래 길이 있는데 난 이 길을 택했다. 제일 가장자리에 있는 곳이라 걸으면서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고, 다른 길로도 연결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멀리 목감천이 보이고 있어 눈이 심심할 사이가 없다.

 

 

 

 

 

 

공원 입구에서부터 자주 만난 여인이다. 

 

내가 "걷는 뒷모습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물었더니, 그가 힘없이 "네, 그러세요." 한다.

 

"여기 자주 오세요?"

 

"네, 자주 오는데 제가 얼마 전에 안 좋은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 오랜만에 왔어요."

 

"그러셨군요. 그런데 이렇게 공원 산책을 하시다 보면 기분이 많이 풀어질 거예요. 속상했던 마음, 약 오르고 화났던 마음도 어지간하면 다 풀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산책을 참 좋아해요."

 

잠시 후, 그가 힘없이 웃으면서 "사실은 동생을 잃었어요." 하며 울먹인다. 난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동생분이 많이 아팠나봐요?"

 

"네, 그런데 동생이 좋은 일을 하고 갔어요."

 

줄 수 있는 장기는 모두 주고 갔다고 한다. 처음 보는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정말이지 많이 힘들고 외로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그에게 이럴 때일수록 혼자 있지 말고 친한 친구와 좋은 시간을 가지라고 했다. 그리고 동생분은 좋은 데로 갔을 테고 언니가 이렇게 우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란 말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그의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그는 내게 고맙다고 한다. 난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데.

 

한 바퀴를 돌고 다른 길로 들어섰는데 그를 또 만났다. 아까보다는 아주 조금 환해진 얼굴에 잔잔한 미소까지 느껴졌다. 난 그에게 "다음에 또 만나고, 힘내세요." 하며 헤어졌다. 그가 다시 웃으면서 "네~~"한다. 공원을 산책하면서 그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진정 되었나 하는 생각도 감히 해보았다. 그가 힘든 시간을 잘 이겨 내고, 작은 불씨의 희망이 다시 심어지기를 고대해본다.

 

 

 

 

 

 

 훌라후프와 운동기구

 

훌라후프 하는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한걸음에 그에게 달려갔다.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하고 물었더니. 그는 정색을 하면서 "아니요. 찍지 마세요." 한다. 뒷모습도 안 된다고 한다. 아쉽지만 사진은 찍지 못하고 주변 경치만 찍었다.

 

 

 

 

 

 

깨끗한 화장실. 안에 들어가 보았더니,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어제 내렸던 겨울비가 마치 보석처럼 나무에 달려있다.

 

 

 

 

 

 

 모진 추위도 이겨내고 나온 초록의 이끼

 

마침 까치가 옆에 있기에 같이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눈치를 챈 까치는 어느새 날아가 버렸다. 그런데 이끼를 찍는데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다는 시선이 느껴졌다. 위를 쳐다보니 나무 위에서 까치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나무 위에서 까치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

 

 

 

 

 

 

 너부대근린공원의 정자

 

따뜻한 날씨가 다가오면 이 정자가 노인들의 쉼터도 되어주고 놀이터도 되어주겠지. 하루 종일 내린 겨울비로 주변이 아주 깨끗해졌다.

 

 

 

 

 

 

따뜻한 날씨가 되면 배드민턴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 들겠지.

 

 

 

 

 

 

곳곳에 있는 운동기구들을 이용해서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즐기고 있다. 어떤 사람은 걷기를 즐기고, 어떤 사람은 훌라후프를 즐기고, 이렇게 운동기구를 이용하기도 하고.

 

 

 

 

 

 

각종 문화행사가 열리는 야외무대.

 

 

 

 

 

 

 

추운 겨울동안은 볼 수 없었던 고양이가 모습을 보여준다. 카메라가 무서웠는지 도망가려고 한다. 아니, 사람을 경계하는 모습일 것이다. "야옹아, 괜찮아. 이리와 봐." 하니 잠시 망설이다가 돌아서서 가고 말았다.

 

 

 

 

 

 

 너부대 등산로부근 유산물 산포지

 

이 부근에 청동기시대와 삼국시대의 유적이 있을 가능성이 높고, 구릉의 아래쪽에는 조선 후기의 유적이 있을 거란 추측이 드는 곳이다.

 

'와우! 그럼 그동안 나와 많은 사람들이 무심코 걸었던 이길 어딘가에는 유적이 있을 수도?'

 

 

 

 

 

 

 작년에 피었던 빨간 장미의 잔재가 아직도 그 자태를 뽐내고 있는 것 같다.

 

 

 

 

 

 

이곳에서 금낭화를 발견하고 어찌나 좋았는지. 이렇게 귀하고 예쁜 꽃이 이곳에 피어있었다. 이름도 아름다운 금낭화. 이곳은 금낭화를 비롯해서 할미꽃, 창포, 동자꽃 등 야생화 천국이기도 하다.

 

 

 

 

 

 

어리디 어린 새싹들을 보니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이 나도 모르게 기지개를 펴는 듯했다. 아무리 겨울이 춥고 지루하다고 해도 봄은 벌써 코 앞에 와있다고 가르쳐주고 있는 것 같다. 

 

 

5년 전 어느 날, 난 광명시로 이사를 왔다. 그 때 처음 찾은 곳이 너부대근린공원이었다. 막상 광명시로 이사와 보니 모든 것이 낯설고 쉽게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 때, 앞집에 사는 이웃이 언제 시간이 되면 함께 너부대근린공원에 가자고 했다. 하지만 서로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나중에 남편이 너부대근린공원에 함께 가보자고 해서 그때 처음 가게 되었다. 내가 사진 찍는 것을 좋아 하니, 카메라를 가지고 가라고 하기도 했다. 하여 남편의 안내로 너부대근린공원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 때가 아마 가을이었을 것이다. 아주 예쁜 빨간 단풍이 한눈에 들어왔다. 난  이쪽저쪽 돌아가면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너부대근린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이사 한 후 처음으로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었다. 어느새 내 마음도 많이 풀렸다. 그런 후, 자주 이 곳을 찾았고, 그 이듬해 봄에는 영산홍과 야생화에 흠뻑 빠져 들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정이 많이 든 곳이기도 하다. 일상이 지루하거나 계절이 바뀔 때, 난 가끔 이곳을 찾아 사진을 찍곤 한다. 그러면 무엇인가 꽉 차서 돌아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것이 자연이 주는 힘인가 보다.

 

상대가 있어도 좋고 혼자라도 좋다. 친구, 연인, 가족 등과 함께, 희망을 품고 있는 너부대근린공원을 찾는다면, 다가오는 봄을 훨씬 풍요롭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겨울 끝자락에서 너부대근린공원은 또 다른 모습으로, 그렇게 봄을 품고 있었다.

 


 

 

 

 

글·사진 | 흐르는 강물처럼(정현순)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3기

Blog. http://blog.naver.com/jjjang1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