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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소소한 일상

잘 있거라, 시인의 흔적들아 - 고척중 독서동아리, 시인 기형도를 찾아오다

  

 

서울 구로구 고척중학교에서 광명의 기형도를 찾아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광명의 시인 기형도를 만나러 오는 그들이 반가운 마음에 사명감까지 발동하는 게 아닌가. 습한 더위가 온몸을 둘둘 말아 적시는 한낮, 기아대교 근처에서 그들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근처의 풍경을 먼저 만났다. 여름은 더워야한다는 누군가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가? 참으로 더운 여름 날, 온 몸을 태울 듯 한 기세의 뜨거운 태양 아래 대추알은 볼이 발그레해지기 시작했다.

 

 

 

 

 

 

기아대교를 향해 쌩쌩 달리는 자동차의 소음 속에서도 개망초는 흐드러지게 피었다.

 

 

 

 

 

 

여린 가지 끝을 꺾으면 매니큐어 같은 액체가 나오던 이름 모를 식물. 하늘을 향해 힘껏 솟아있는. 어린 날 매니큐어라고 상상하며 손톱에 발랐던 그 추억의 나무와 조우했다.

 

 

 

 

 

 

앗! 그들이 저기 있다. 기다리던 시간이 있었던지라 반가운 마음에 한 달음에 달려가  그들과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찰칵찰칵~~~

 

그들은 고척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다. 풋사과 같고 포르스름한 대추알 같은 어여쁜 여학생들이다. 담임이신 이영진 선생님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교실 밖 문학수업. '우리지역 작가 찾아보기'라는 주제로 답사를 하는 문학동아리로써 인원은 14명이라고 한다. 이름하여 <사제동행 독서 동아리>.

 

이 날은 교과서 속 시'엄마걱정'의 배경이 있는 그의 옛 집과   '안개'의 배경인 안양천을 답사코스로 선택했다. 

 

 

 

 

 

 

기형도의 생애, 그의 시에 대해 많은 자료를 찾고, 그의 시를 분석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작은 책자로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독서 골든벨을 하고 난 직후라서인지 몇 가지 질문에 척척 대답을 해냈다. 기형도 박사? 후훗~

 

 

 

 

 

 

잘 생긴 그의 얼굴 사진은 필수~~~~

 

 

 

 

 

 

아이들의 관심과 애정이 엿보이는 목차.

 

 

 

 

 

 

안양천을 배경으로 한 시'안개'와

 

 

 

 

 

 

어린 날의 가난과 외로움이 묻어나는 시'빈집'과 '위험한 가계',

 

 

 

 

 

 

그리고 그의 생애에 대한 조사도 했다.

 

 

 

 

 

 

아이들은 이제 기형도 시인에 대하여 친구들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다 피우지 않은 능소화의 봉우리들이 29세에 요절한 기형도의 모습 같기도 하고 기형도의 시가 슬프고도 좋다는 저 여학생들의 여린 모습 같기도 하다.

 

 

 

 

 

 

월말고사 상장을 누구에게도 보이지 못하고 종이배를 만들어 안양천에 띄워 보낸 기형도 시인을 생각하며, 아이들은 그에게 줄 상장을 만들었다.

 

 

 

 

 

 

시인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진실되게 보여준 점에 감동받아 상장을 주기로 했다는 학생. 이 상장을 받은 기형도의 표정을 상상해 보았다.

 

 

 

 

 

 

그리고 정성스레 배를 접고 있는 소녀들에게 살짝 물어 보았다.

 

"이런 답사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해 본 소감이 어떤가요?"

 

박혜원(고척중, 2학년) : 처음엔 기형도도, 시도 잘 몰랐고 재미없었는데 그의 생애와 시에 관련된 내용으골든벨을 하고 작은 책자도 만들어 보고, 상장도 직접 만들어 보고 하다 보니 그에 대해 잘 알게 되었고 재미있었어요. 책만 보거나 혼자 집에서 공부하는 것 보다 훨씬 재미있고 좋아요.

 

지다빈(고척중, 2학년) : 시에 관심이 없었는데 '엄마걱정'이라는 시를 계기로 좋아하게 되었어요. 시가 슬픈 느낌이에요. 시에서 그 사람의 삶이 읽혀져요.

 

 

 

 

 

 

저 능소화의 꽃 무리들도 조용히 그를 추억하는가.

 

 

 

 

 

 

기형도가 살던 옛 집을 찾아가는 길.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많은 걸 말해 주고 싶기에 더위쯤은 잠시 잊은 듯하다. 아이들은 그런 선생님의 열정에 열심히 귀 기울여 듣고 있다.

 

뜨겁고 습한 날씨에 지친 아이들. 하지만 먼 훗날 이 길 위의 시간들이, 이 날의 감성이, 기억에 깊게 남으리라.

 

 

 

 

 

 

이 곳에 오면 늘 마음 안으로 파고드는 마을이 있다. 먼 지난 날에 머물러 있는 듯한........ 저 풍경은 기형도의  유년을 알고 있을까?

 

 

 

 

 

 

 

 

 

 

 

 

소박한 모습의 흰 도라지꽃이 저 집을 지탱해 주는 듯하다. 저 오래된 집은 기형도의 어린 날을, 그의 외로움을, 유년의 윗목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먼 길에 지칠 즈음, 고가 밑에서 하늘을 향해 피어난 보라색 도라지꽃이 기형도의 흔적을 찾아 나선 아이들을 반겨준다.

 

 

 

 

 

 

드디어 기형도가 살던 집터에 도착했다. 불평이 있을 만도 한데 아이들은 궁금한 게 많은지 선생님의 설명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고 질문도 했다. 여기는 기형도 시인이 살던 집터이고, 그의 시에 나오는 배경들이 이 일대랍니다. 등등...

 

자! 우리 인증샷~ 하고 맛있는 점심 먹으러 가자구요~~~ 찰칵~ 찰칵~~

 

먼 훗날, 그때 그랬었지라며 문학의 밑거름이 되어 줄 이 시간들, 가슴 밑바닥에 샘물처럼 오래오래 고여 있을 추억을 만들고 가는, 문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그저 이쁘고 부러웠다.

 

 

 

 

 

 

기형도의 작품을 통해 문학을 사랑하고 꿈을 꾸는 저 아이들의 미래와 기형도 스아홉 해의 날들이 저 길을 따라 푸르디푸른 이야기를 엮어내고 있다.

 

 

 

 

 

 

글·사진 | 제리(이현희)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2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