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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소통/채워지는 배움

아이마음 읽기 프로젝트! - 아기마음 건강 프로젝트 <영유아 정신건강 학부모 강좌>에 다녀왔어요.

 

 

부모 강연? 혹시 시간되면 가고 아님 말고.”

금요일마다 제 아들 어린이집에서는 가정 통신문을 보내옵니다.

 

 

 

 

아들은 오자마자 이것을 꺼내 제게 건네주죠. 평소에는 그다지 중요한 내용이 없었는데, 5월 마지막 주 통신문에는 눈길을 끄는 내용이 한 가지 있네요. 67일 오전에 시청 대회의실에서 부모강연을 한다는 거예요. 날짜, 시간 별다르게 문제 될 게 없어 일단 캘린더에 표시해 놓았습니다.

 

 

 

 

강연이 있기 며칠 전, 우연히 광명시 홍보실을 통해 이 강연이 영유아 정신건강에 관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아이 마음읽기.

 

모든 엄마들의 고민거리죠? 아이가 말을 못 하는 시기에는 울음과 눈빛, 옹알이만으로도 뭔 말인지 다 알아야 해요. 말을 하기 시작하면,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 저런 말을 하는 건지 훨씬 고차원적인 시각과 생각으로 아이와 소통해야 하는 엄마의 역할이란……. 가히 신기(神技)’에 가까운 능력을 보여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처음부터 잘하는 엄마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관심 갖고, 여기저기서 강연도 듣고, 책도 읽고, 다 배우면서 하나하나 깨달아 가는 것이죠.

 

..!! 저도 이날 강의는 꼭 가기로 했습니다.

 

 

 

 

강의가 있던 날. 아침안개가 자욱하고, 날씨가 흐릿한 것이 사실 움직이기 싫었어요. 그러다가 곧 마음을 고쳐먹고 서둘렀습니다. 저는 뭔가 몸이 찌뿌듯하고, 만사 귀찮아질 때는 오히려 필진 활동을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면 무기력함이 좀 덜하더라고요. 광블의 필진은 그런 점에서 이 시대의 마지막 인재아줌마를 움직이게 하고 제 정신건강까지 지켜주는 아주 의미 있는 직함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이날 강연은 올해 보건복지부가 실시하고 있는 영유아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실태조사 및 필요 연구사업가운데 하나였어요. 보건복지부가 광명시를 이 사업의 시범 사업지역으로 선정해 관내 어린이집 32곳을 조사 표본으로 정했는데, 그 중 한 곳이 저희 아이 어린이집이었던 거예요.

 

저도 한달 전 쯤 어린이 집에서 두꺼운 설문자료를 받아, 작성해 보냈어요. 조사 결과는 개인별로 통지가 될 뿐만 아니라, 이렇게 설문을 작성한 사람들 가운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상위 10%의 아이들에게는 70만원 상당의 전문 상담을 받을 기회도 제공돼요.

 

 

 

 

여기서 잠깐! 광명시가 이런 좋은 사업의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이유가 있어요. 2008년과 2009년에 실시한 아토피·천식 예방관리 사업과 고혈압·당뇨병 등록 관리사업 등이 호평을 받아 또 시범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대요. 또 다른 에피소드로는 이 사업의 연구 책임자인 신의진 연세대 교수와 함진경 광명시보건소장이 연세대 의과대학 동기라네요. 그 인연도 살짝 작용했다는 후문이에요. ^^

 

 

 

 

참석자들 대부분은 조사 표본에 뽑힌 어린이집의 학부모들이었어요.

 

 

 

 

유모차에, 또는 아기 띠에 실려 온 아이들이 강의 중간 중간 엄마를 당황하게 하네요. 그러나 그 누구도 불편해 하지는 않았어요. 이 애들을 잘 키워보자고 모인 자리이니, 당연히 이해하는 거겠죠.

 

 

 

 

제 앞에 앉은 한 엄마도 이제 막 두 돌이 지난 딸과 함께 왔네요. 집은 서울시 구로구인데, 광명에 직장을 둔 남편에게서 강연 소식을 들었대요. 잠깐 얘기를 나눴는데, 아이와 잘 소통하려고, 임신했을 때부터 책도 많이 읽고, 관련된 태교도 열심히 했대요. 오늘처럼 좋은 강연이나, 부모교육도 꼼꼼히 챙겨 듣고요. 요즘 엄마들은 뭔가 가르치는 데에만 열중하는데, 이 엄마는 무엇보다도 아이와 안정된 애착관계를 만드는데 가장 공을 들인대요. 그래서 문화센터에도 가지 않고, 하루 종일 아이랑 고물거리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했어요. 저와 생각이 통하는 게 많아 한참동안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이날 강사로는 신의진 교수와 이경숙 한신대 교수가 나섰어요. 이 두 분은 우리나라 소아 정신과 분야의 동지라고 하더라고요. 최근 한나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 신 교수는 이번 사업의 중요성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영유아 정신건강과 관련된 국가 정책 입안과 지원에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밝혔어요.

 

신 교수의 아들도 어릴 때 강박증과 틱 장애 같은 정신적 문제가 있었대요. 그는 그런 아들의 마음을 제대로 좀 알고 싶어서 소아 정신과와 영유아 정신과를 전공하고, 연구에 매진하게 됐대요. 신 교수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이거예요.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읽어주면 그게 최고의 사랑입니다.”

 

어찌 보면 먹이고, 입히고, 씻기는 일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아이의 마음을 읽는 일이겠죠. 근데 이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게 문제죠. 그러다 보니 아이보다 엄마 마음이 먼저 아프게 되기도 하죠.

 

 

 

 

요즘 엄마들에게 이게 왜 이렇게 힘든 일인지, 또 아이 마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지금 이 시대에 당장 필요한 일들이 무엇인지 이경숙 교수의 얘기를 들어보죠.

 

이 교수는 최근 영유아의 심리적 문제요소가 증가하는 이유를 몇 가지 소개했는데, 가장 공감이 가는 말은 엄마가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없어 양육 스트레스에 예전보다 훨씬 취약하다는 내용이었어요. 예전에는 대가족 위주의 생활이다 보니, 어린 동생이나 조카들을 봐 주며 결혼 전에 양육의 경험을 쌓고 시집을 가 엄마가 되는 경우가 많았죠. 그런데 요즘 여성들은 공부해서 취업해 직장 생활하다가 결혼하고, 아무 준비 없이 엄마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게다가 자아실현의 욕구는 예전보다 훨씬 강하니, 아이를 위해 뭐든지 참아 넘기고 포기하기가 그리 만만치 않죠.

 

저 역시 아이들이 한참 어릴 때는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시달리다 보면 내가 이게 뭐하는 짓인가. 이러다가 내 30대는 다 가버리겠구나싶어 우울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요즘에도 가끔 드는 생각은 누가 내 마음처럼 내 아이들을 키워 준다면 차라리 밖에 가서 돈을 버는 게 더 쉽겠다.’라는 거예요. 그만큼 양육 스트레스가 엄마들의 어깨를 극심히 짓누르고 있다는 것이죠.

 

 

 

 

이 교수님이 말한 것 중에 진짜 충격적인 것은 아동학대의 발원지가 바로 부모라는 거예요.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1년 실시한 연구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대요.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의 정신건강을 왜 돌봐야 하는지 정말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저를 보더라도 제가 힘들고 스트레스 받으면 아이들에게 마구 짜증을 내고, 그냥 넘어갈 일도 괜히 매를 들거나, 소리를 지르게 돼요. 이런 제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해요. 이래서 엄마의 마음을 치료해 주고, 엄마들을 도와주는 정책이 꼭 필요한 거고요.

 

이번에는 우리나라 엄마들에게, 아니 제게 용기와 확신을 줬던 얘기 하나 더 해드릴게요. 이 교수님은 지난 달 타임지에 실린 기사 하나를 소개하셨어요. 미국의 모성을 바꾸는 한 소아과 의사 소식이었어요. 이 의사는 이런 말을 했대요.

 

- 아이가 엄마의 팔에 더 많이 안겨 있을수록 더 잘 적응하게 된다.

- 아기가 원할 때 마다 수유하라

- 아이가 울면 즉각적으로 반응하라

- 아이와 함께 자라

 

가만히 보니 동양의 양육방식과 겹치는 게 많죠? 제가 아이를 키운 방식 역시 여기에서 하나도 어긋나는 게 없습니다. 독립심과 자립심을 중요하게 여겨왔던 미국인들이 지금까지 고수했던 양육 문화와는 많이 상반되는 논리예요. 그런데 이게 지금 미국 엄마들의 양육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대요. 특히 아이와 함께 자는 것은 부부의 중심의 가정생활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여질 수 없는 얘기였죠.

 

 

 

 

이 교수님도 몇 년 전 미국의 한 세미나에서 자신의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잔다고 발표해 좀 심하게 말하면 미개인취급을 받았대요. 하지만 미국은 현재 이 같은 미개한동양의 양육방식을 본받고자 한대요. 우리가 아이를 키우는 방식에 확신을 갖고 자신 있게 밀고 나가도 되는 이유. 다들 아시겠죠?

 

저만해도 아이들 어릴 때 시도 때도 없이 젖을 물렸어요. 책에는 일정한 수유 간격을 두라고 나와 있었지만 어디 현실이 책과 같이 되던가요. 지금도 초등학교 1학년 딸과 6살 아들은 제 옆에서 함께 잠을 잡니다. 이런 저의 양육방식이 아이의 정신건강에는 최고라고 하니, 당분간은 고민하지 않고 유지할 겁니다.

 

 

 

 

4개월 된 아이도 엄마의 무표정을 읽을 줄 안대요. 실험에서도 엄마의 무표정을 보며 극심하게 당황하고 불안해하는 아이의 모습이 관찰됐대요. 산전에도, 산후에도, 우울하지 않는 엄마, 자신감을 갖고 긍정적으로 육아에 임하는 엄마야 말로 아이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며 이 교수는 강의를 마무리 했어요.

 

 

 

 

강연이 끝나고서는 설문조사가 실시됐는데, 우리나라의 영유아 정신건강 정책에 대한 필요성과 만족도에 대한 것들이었어요. 이런 내용들을 바탕으로 하루 빨리 엄마의 마음을 돌봐주는 좋은 사업, 다친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전문기관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또 그 시작이 된 이번 시범사업이 엄마들을 도와줄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들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간절히 소원해 봅니다.

 

 

 

 

보너스. 저는 이날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현재 광명시에는 정신보건센터(www.gmmhc.or.kr)가 있어, 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있다니, 필요하신 분들 한번 노크해 보세요.

 

 

 

 

강의가 끝나고 설문지를 제출하니, 물티슈와 형광펜을 나눠주네요.

 

 

 

 

차와 다과가 준비 된 것은 물론, ‘구름산 수도 한쪽에 마련돼 처음 맛을 보게 되었어요. ‘구름산 수물 맛이 생각보다는 괜찮던걸요. 알찬 강의도 듣고, 맛있는 것도 먹고, 공짜 선물도 받고. 도대체 일석 몇 조인 거죠??^^

 

무지 더운 날. 아이들의 소소한 말썽에 자꾸 신경질이 납니다. 저도 모르게 찌푸린 제 얼굴에서 제 아이들은 엄청난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고 오늘 배웠습니다. 힘들더라고 한번 더 웃으려고 노력하고, 너무 힘들 때는 일단 주위에 도움을 적극적으로 구하세요. 그게 결국 내 아이를 더 잘 키우는 방법이니까요.

 

 

 

 

엄마들을 돕는 더 많은 좋은 정책들도 곧 나오게 될 테니, 우리 모두 용기와 힘을 내요.

 

 

 

 

글·사진  | 홍선희

 

온라인 시민필진 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