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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사람사는 이야기

내 인생의 쫄깃한 경험 - 소셜시민학교에서 열린 그녀의 첫 강의

  

 

 

8월의 어느 날, 모르는 전화가 울립니다. '누구지? 또 돈 빌려준다는 전화인가?' 하며 받아보니

'닭큐님...? 오!! 정우성을 꿈꾸시는 우리 닭큐님(시민필진 1기)이 내게 웬일로 전화를?'


9월 평생학습원에서 열리는 소셜시민학교 4기 수업 때 한 시간 동안 강의를 해달라고 하십니다.

'시민필진이 된 나의 변화 - 긍정의 소통사례' 라는 주제로 말이죠.


'정말? 이 분이 나를 그렇게 잘 보셨나?'

 

 

 

 

 

저는 그러니까... 음...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조금 두려운 사람이랍니다.

부끄러워서 인사말을 할 때도 얼른~ 말하고 바로~ 앉아버리는 스타일인데, 한 시간 강의를 부탁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일단, 생각을 좀 해보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고는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었어요.

그런데 벌써 제 머릿속에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해줘야 할까? 그 모습을 막 상상하고 있네요. ^^

 

일단 우리 딸 혀니에게 한번 물어보기로 했어요. ㅎ

 

 

 혀니야! 누가 부탁을 했는데, 엄마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해달래~

                    그런데 엄마는 너무 떨려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네. 어떻게 할까?


음~ 엄마는 잘 할 꺼야! 잘 할 수 있을 거야! 엄마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엄마 화이팅! 엄마 최고!! 엄마는 잘 할 거에요!!

 


5살 아이에게 상담이라니... ^^ 그래도 엄마는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말에 용기를 얻고 강의를 해보기로 했답니다. 살면서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오겠어요? 그리고 한번 못한다고 하면 더는 기회가 없을 것 같기도 했거든요.

 

 

'나의 이야기를 하는데 어떤 주제로 해야 하나?' 고민고민 하다가 어떻게 인터넷을 시작하게 됐고, 블로그를 하면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되었는지, 시민필진과의 첫 만남, 그리고 필진들과 함께 하면서 느끼는 생각들, 취재하면서 느끼는 감정들 등...나름 고민하며 강의 내용을 채워갔어요. PPT 자료는 힘들면 다른 분이 도와줄 수 있다고 했지만, 제 손으로 직접 준비했지요.^^

강의 주제는 "내 인생의 쫄깃한 그 무엇 - 블로그 & 시민필진의 에너지" 로 정했습니다.


강의 전에 내용이 괜찮은지 궁금하기도 해서 친한 엄마들을 데리고 연습을 해보기로 했답니다.

실제 강의처럼 ppt도 보여 주고 서서 강의를 시작하는데, 완전 떨리기 시작하더니 버벅버벅... 어...이게 아닌데~란 말을 자꾸 반복하니, 결국 "언니 진정하고! 앉아서 그냥 읽어봐"라는 말을 들었지 뭐에요. 흑흑흑


아! 이렇게 친한 엄마들을 앞에 두고도 떨려서 버벅거리는데 당일날 어찌해야 할지 완전 급 우울 모드였어요. 내가 괜히 한다고 했나?부터 시작해서 연습만이 살길이라며 다짐을 했건만 '연습'그게 말처럼 쉽진 않네요. 블로그 하랴, 혀니 보랴, 자꾸 뒤로 밀리더라고요.

 

 

 

 

 

시간은 흐르고 흘러 드디어 강의 날이 왔습니다.

강의 내용을 프린트하고, 이 말이 좋을 것 같아 수정하고 이 이야기도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서 또 수정하고. 이렇게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여 정리한 프린트 8장을 들고 살짝 떨며 연습을 해보니 딱! 50분이 걸리더라고요. '그래! 지금만큼만 하면 될 거야.' 라는 생각과 떨리는 이 심장을 위하여~ 우황청심원도 사두었습니다. 아! 창피해라~ ㅋ


강의 2시간 전부터 준비해서 나가려고 하는데, 잠자던 혀니가 눈을 뜨더니 저를 계속 쳐다만 봅니다.

살짝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혀니야! 엄마. 잠깐 나갔다 올게! 아빠가 오늘 일찍 오셨으니 아빠랑 놀고 있어. 알았지?

 

 엉엉ㅠㅠ 엄마 어디가! 가지마! 엄마 보고 싶어! 보고 싶다고 !! 엉엉~~~

 

대성통곡을 하며 내 다리를 붙들고 늘어지기 시작하네요... 끙~~ ㅠㅠ

 

 

혀니야! 오늘 엄마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날이야. 저번에 혀니가 엄마는 잘 할 수 있

                  을꺼라고 했잖아. 이렇게 울면 엄마가 잘 못해서 사람들 앞에서 창피할 거야! 그럼 안되

                  겠지?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해줘야지~~ ^^

 

꼭 안아주며 이야길 하니 혀니가 가만히 있네요.

또다시 같은 이야기를 하며 혀니가 엄마에게 힘을 줘야지! 그래야 잘하지~라고 했더니

 

엄마! 그럼 잘 해야 해! 알았지? 화이팅~~~!!! 엄마 최고! 엄마 잘 할 수 있어!!

                  그리고 빨리 갔다 와야 해! 뛰어서 와야 해 !! 알았지? 엄마 화이팅!! 최고 최고!!

 

지난번에 자기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났는지 이렇게 이야기하네요. ^^

지금은 울고불고해도 아빠랑 잘 놀 거라는 걸 알지요. 그래도 이날은 특별한 날이기에 혀니가 웃는 모습을 보고 나오면 힘이 날 것 같았어요.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던 날이라 하루종일 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저녁이 되니 비가 그리 많이 내리지 않네요.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평생학습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도 걱정, 또 너무 없어도 걱정. 하지만 가장 걱정되는 건 떨리는 마음과 사고 없이 해야된다는 부담감이었어요.

강의 한 시간 전에 우황청심원을 마시고 30분 정도 되니 긴장감도 사라지고 어찌나 평온하던지~

'우아! 약이 이렇게 잘 들어? 약 기운 떨어지기 전에 빨리 해야 되는데...' ㅎㅎ

 

 

 

 

 

제 순서가 되자 조용하던 심장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어요.

큰일이다!! 비상으로 적어간 종이가 전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요. 인사를 하고 강의를 시작하는데 목 뒤에서 땀이 줄줄 흐르고 제 목소리는 빨라지고 내 머릿속엔 지우개가 있는지 외운 것들이 싹~사라져 버렸습니다. 준비한 이야기를 빼먹기도 하고 다른 설명들을 하기도 하고, 그러나 멈출 수는 없는 일!

진정하고 조금씩 호응을 해주시는 분들의 표정을 보면서 힘을 내고 이야기를 해 나갔어요.

도대체 강의 때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하나 고민이 되었는데 다행히 시선을 둘 곳도 생겼습니다.^^

 

 

 

 

 

신기하게도 강의를 하는 동안 사람들이 뭘 하는지 표정이 어떤지 눈에 보이기 시작하네요.
고개를 끄덕이는 분도 계시고 하품을 하는 분도 계시고... 음... 내 이야기가 재미없나? 싶기도 하지만
진격의 강의에 끝을 맺어야겠지요?

 

그렇게 준비한 저의 강의는 40분 만에 끝을 맺었습니다. 어라! 계획한 거랑 다른데?
역시 떨리다 보니 말도 빨라지고 설명해야 할 것들 몇 가지도 빼먹으니 시간이 훅~ 날아가네요.^^

 

그래도 버벅거리지 않고 이야기를 하게 돼서 너무 다행이고 저 자신이 대견합니다. ㅎㅎ
무사히 강의를 끝내고 집에 오니 딸냄께서 그러십니다.

 


엄마! 잘했어? 최고! 엄마 최고!! 잘했어.

                라고 말이죠. 역시 저를 응원해주는 건 우리 딸밖에 없네요.

 


그 후 부터 제가 "이건 엄마가 하기 좀 어려운데!" 라고 말하면 우리 딸은 "엄마는 할 수 있어! 최고! 잘 할 거야!" 라고 응원해줍니다.

 

혀니야~ 그래도 이 엄마는 말이야,

요리는 최고가 된단다. 흑 ~

 

 

 

글·사진 | 천둥(이경미)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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