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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사람사는 이야기

[가나다라]로 쓰는 행복 - HAHA 프로그램 : 행복이 주렁주렁 열리는 한국어교실

 

 


완연한 봄바람이 살랑거리는 요즈음. 그 봄바람을 타고 아름다운 소식이 들려옵니다. 바로 광명시 종합사회복지관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해 한국어교실 'HAHA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소식이랍니다.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안정적이고 행복하게 정착하기 위해 열심히 한국어 공부를 하는 아름다운 여성들을 만나고 온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광명시 종합사회복지관이 운영하는 광명행복나무교실 하하 프로그램은 우정사업본부 광명우체국의 지원을 받아 진행합니다. 결혼이주여성들의 안정적이고 행복한 정착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이렇게 지원을 받아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니 한글교실, 월별생활문화체험, 지역탐방프로그램, 한국어능력시험응시, 한국무용, 컴퓨터, 에어로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강료 없이 없이 무료로 들을 수 있다고 하네요.

 

하하(HAHA) 프로그램 'Happy And Hope Academy'라는 프로그램명처럼 수강생들은 행복과 희망으로 가득한 앞날이 보장될 것 같지 않나요?

 

 

 

 

 

 수업이 진행되는 교실로 들어가자 한국으로 시집온 이주여성들이 한글 익히기에 한창입니다.

 

행복나무 하하 프로그램 한국어교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강의가 개설되어있습니다. 초급은 오전 10~12시, 중급은 13~15시에 강의를 합니다.

 

 

 

 

 

선생님은 열정적으로 학생을 가르치고, 학생들은 하나라도 놓칠까 봐 집중을 해서 수업을 듣고 있더라구요.


한국어교실의 학생들은 베트남, 중국, 필리핀,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자라 결혼을 하면서 한국으로 이주한 여성들입니다. 이곳에서는 광명에 정착한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타국생활의 어려움을 서로 나누고 있었어요. 그래서 한국어교실은 교육의 장이자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의 만남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학생들의 표정 보이지요? 기존의 교실과는 너무 다른 풍경인 것 같죠? 한눈을 파는 학생들이 전혀 없답니다. 늦게 하는 공부인데다 한국의 빠른 정착을 돕는 한국어 공부라 더 그런 것 같아요.

 

 

 

 

약간은 서툰 억양과 발음이기는 하지만 발표를 하는 여성들의 말에서는 열정이 풍깁니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어려운 질문에도 머뭇거림 없이 자기 생각을 말한답니다.
 

 

 

 

 

오늘 수업의 주제는 경음과 연음.

 

경음과 연음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정확하게 발음하기 어려운데, 학생들은 또렷하게 뜻을 말로 전달합니다. 지금 수업은 오전에 하는 초급반 수업인데, 정말 대단한 학생들이에요.
 
 

 

 

 

 

 
"나는 오늘 점심에 스테이크를 먹꼬 싶찌만 학쌩이라 돈이 없써서 못 먹어요."


대부분 여성들이 1년 이내로 한국어교실을 다녔다는데 이 정도의 실력이라니 정말 대단합니다.

 

 

 

 

 

 

글씨도 삐뚤삐뚤하지 않고 반듯하게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받아 씁니다. 마치 이렇게 꼭꼭 눌러써야 제대로 된 한국정착이 이루어질 것처럼이요.

 

 

 

 

 

 

"지금 한국에도 꼬치 한창이지만 내가 살던 고향도 꼬치 많은 곳입니다."


이렇게 공부도 하고 자신의 사는 이야기도 하면서 수업은 진행되었답니다.

 

 
 

 

 

잠시 쉬는 시간, 3년 전에 한국남성과 결혼을 해서 이주한 캄보디아에서 온 '리다 비(26)'씨를 만나보았습니다.


아직 어리디어린 아기씨 같은데 벌써 18개월 된 아들이 있답니다.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물었더니 조금은 어눌한 우리말로 이야기합니다.

 

 

"3 년 전에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말도 못해서 너무 심심하고 힘들었어요. 그런데 1년 전부터 복지관에 나오면서 너무너무 즐거워요.복지관에서 생일파티도 하고, 한국무용도 배우고, 한국어도 배워서 진짜 좋아요.

 

그중에서도 우리 아들 어린이집 가정통신문을 제대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제일 좋아요. 한국어를 배우기 전에는 그걸 이해를 못 해서 준비물도 잘 몰랐거든요. 나중에 한국어를 잘하면 한국어 통역사가 되고 싶어요.

 

광명 종합사회복지관의 선생님과 직원분들이 도움을 많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마지막으로 한국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잠시 쉴 틈도 주지 않고 바로 대답합니다.

 

"자유롭게 안심하고 살 수 있어서 좋아요. 또 사계절이 있어서 너무 아름다운 나라라서 좋아요."


'리다 비'씨는 질문하면 대답을 정말 즐겁게 했답니다. 이렇게 말 잘하는 새색시가 처음 한국에 와서 말이 하고 싶어도 할 줄 몰라서 못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어요. 이제 글을 배워서 점점 우리말에 익숙해지면 한국어 통역사 꿈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또 다른 학생 인도네시아에서 온 '샤 쫑 껴우(37)' 씨도 만나보았습니다. 5년 전에 한국인 남성과 결혼을 해서 이주를 해 온 이 여성은 3살 난 딸을 둔 광명2동에 사는 주부입니다.


한국어 수업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한국어교실을 나온 지가 1년이 되었는데 읽기와 쓰기는 조금 할 수 있는데 높임말은 진짜 어려워요. 앞으로 한국어를 잘하게 되고 자격증도 따게 되면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관광을 온 여행객들을 안내하면서 문화전달을 하고 싶어요. 제가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니 삼계탕이나 닭볶음탕도 만들어주고요."

 


"샤 쫑 껴우"씨는 우리말을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하는 걸 봐서 곧 그런 날이 올 것 같았어요. 부디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빌면서 광명은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광명은 교통이 편리하고, 사람들이 많고, 물가가 싸고, 어린이집이 많은 것이 좋아요.

 

그런데 일자리를 구하기는 너무 어려워요.

 

앞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서 저 같은 이주여성들도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한국은 일자리 찾는 게 너무 어렵지요. 앞으로 모쪼록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져서 이주여성들도 당당한 한국사회의 구성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열성적인 모습으로 열심히 강의하시는 노재호 선생님도 쉬는 시간에 잠깐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답니다.

 

"기존의 가정방문 한국어 강의도 좋지만 이런 집단 강의가 좋은 점은 학우들과 문화적인 공감도 하고 전체적인 한국문화도 함께 느낄 수 있는 장이어서 좋습니다."

 

"실력 편차가 심한 학생들의 실력을 끌어올려서 한국어능력시험에도 많이 합격하게 하고 싶은 게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욕심입니다. 특히 한국어를 익혀서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자리를 찾아서 스스로 우리 사회인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그래야 결혼이주여성들이 우리 한국인들과 진정으로 하나 된 삶을 살아가게 되겠지요."

 

라고 말씀하셨어요. 역시 선생님다운 말씀에 박수를 보냅니다.

 

 

 

 

 

지난해 8월 기준 광명시에 거주하는 이주여성은 모두 1천 6백여 명이라고 합니다. 지난 2009년에 884명이었던 것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결혼이주여성이 크게 늘고 있는 만큼 한국어 교육 지원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어요.

 

광명시 종합사회복지관의 결혼이주여성 한국어교실은 우리의 문화를 이해하고 제대로 된 정착의 기회를 주는 장이 되어야겠지요.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운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한국어교실은 광명 종합사회복지관과 선생님의 역할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낯선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주여성들이 한국어교실을 통해서 한국생활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을 격려하고 힘을 주는 것은 어떨까요?
 

 

 

글·사진 | 렌즈로 보는 세상(김분호)
온라인 시민필진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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