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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소통/문화 · 공연

그림 속 그림 - 창작과 공감을 벽화에 담다

 

 

 

이곳저곳 구경 다니기를 좋아하는 저.


시민회관에 볼거리가 없나 싶어 살펴보았더니 3월 29일부터 4월 1일까지 광명시민회관 전시실에서 <뮤럴리스트 황성보의 시민과 함께하는 공공벽화 전시회>가 있다고 합니다.
'뮤럴리스트' 듣기에도 생소한 이름의 전시는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 31일 오전에 광명시민회관 전시실로 향했어요.

 

 

 

 

우리가 흔히 아는 벽화 전시회를 떠올리며 전시실에 들어서니,


"우리는 눈으로 볼 수가 있어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만 잘 볼 수 있어."

 

라는 글과 함께 어린 왕자의 모습이 보입니다.
 

 

 

 

 

마침 자리에 계시던 작가인 황성보님을 만나서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지금 전시된 작품들은 합판으로 사각의 틀을 짜서 그 위에 물감을 칠하고 코팅을 한 캔버스에 제가 어린 왕자를 읽고 느꼈던 감정을 나름대로 재해석해서 그린 그림입니다. 기존의 벽화들이 누군가가 그려준 그림을 옮겨 그린 것이라면 저는 다시 창작해서 그린 그림이지요. 그리고 전시회를 보러 온 모든 이들이 화가나 시인이 될 수 있도록 제 그림 위에 덧그림을 그릴 수 있게 분필과 지우개를 뒀습니다. 제 그림이 칠판이나 도화지 같은 구실을 하지요."

 

 

 

 

작가님 말씀처럼 그렇더라고요. 전시회를 온 가족들은 벽화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고, 그것을 지켜보는 다른 가족들은 행복해하네요.

 

 

 

 

 

이 전시는 모든 게 아날로그적이에요. 작가 소개글도 이렇게 칠판에 분필로 적었어요. 칠판에 쓴 판서를 보면서 자란 우리에게 특히 더 친근한 소개글이죠? 깔끔하게 인쇄된 글보다 얼마나 더 편안하던지요.

 

 

 

 

각각의 그림에는 설명이 붙어 있어요.

 

어린 왕자의 행성여행'소행성 B329에 있는 가로로 등지기(가운데), paint. Muralist 황성보 2013


"나는 아주 힘든 일을 할 수 있어."


아주 작은 행성에서 홀로 가로등을 밝히고 끄는 일을 하는 그는 낮과 밤이 금방 찾아와 쉬지도 못하고 소등과 점등을 반복하는 고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참 즐거운 전시회라는 생각은 잠시만 지켜보아도 알 수 있어요. 다녀간 사람들이 그려놓은 그림을 잠시 감상하다 보면 작가는 또 다른 관람객을 위해 그림을 닦고 있어요.

 

 

 

 

내 그림이 누군가를 위해 지워지긴 하지만, 잠시나마 내가 작가가 되어 나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 그런 공간이 있어서 이번 전시가 관람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나의 모든 작품이 지워지는 건 아니에요. 영구보존용 방명록에 쓴 글이나 그림은 작가가 스프레이로 코팅을 하여 오랫동안 보존해요. 덕분에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었지요.

 

 

 

 

 

이렇게 작가나 보는 이들이 모두 즐거운 전시회를 하는 작가님의 그림을 보고 싶은 분들은 광명시민회관 전시실로 오세요. 기회가 된다면 전시장이 아닌 현장에서 그의 그림을 만나 오늘 느꼈던 행복을 다시 느끼고 싶어집니다.

 

 

 

 

작가는 관람객들에게 일일이 그림을 읽고 참여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개인전을 하는 많은 작가가 관람객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에 비하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요? 어떤 전시장에 가보면 너무 고자세인 작가 때문에 작품을 제대로 읽을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거든요.

 

 

 

 

작가의 설명을 열심히 들은 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던 광명북초등학교 3학년 이시연 어린이를 만나봤어요.

 

"엄마와 아빠, 동생과 함께 와서 그림 그리고 노는 게 너무 즐거워요. 다음에 또 오고 싶어요."

 

그렇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관람객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구경하는 사람들이 벽화를 배경으로 한 또 하나의 행복한 그림이 되는 전시장.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쉬워 다시 작가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이번 전시에 온 관람객들이 너무도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1년에 한 번쯤은 이런 장을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15년 동안 벽화를 그리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보니 이런 자리는 엄두도 못 냈거든요."
 
 

 

 

 

15년 경력의 뮤럴리스트 황성보 작가는 앞으로 이런 마음으로 다시 벽화를 그릴 것이라고 해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5년의 벽화를 그린 노하우는 앞으로 많은 사람에게 더 큰 행복을 줄 것 같아요.

 

 

 

 

 

전시장에서 관람객들도 작가가 될 수 있게 한 기발한 발상으로 사람들과 공감하는 황성보 작가의 첫 개인전 <창작과 공감을 벽화에 담다>는 그렇게 사람들과 공감하면서 안타까운 막을 내렸습니다. 아쉽게 첫 번째 전시회는 끝이 났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을 기다려보면 어떨까요?

 

가까이 계신 분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라도 가슴 가득 행복을 새기고 올 것 같지 않으신가요?

 

 

 

글·사진 | 렌즈로 보는 세상(김분호)
온라인 시민필진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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