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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

나를 바꾸는 마법의 약, 사랑 - 광명오페라단 제17회 정기연주회, 오페라 '사랑의 묘약'

 

 

가수들의 콘서트도 보고,

뮤지컬도 보고,

마당극도 보고,

발레도 보고,

성악가들의 음악회도 보고,

많은 공연을 보았지만

오페라를 볼 기회는 좀처럼 없었다.

 

기회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가끔씩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보았던 오페라는 무슨 내용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고,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루어진 것이 도무지 어럽기만 하여서 표를 사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지난주 목요일에 본 '광명오페라단'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은 그런 나의 고정관념을 깬 아주 즐거운 음악회였다.
 
선선한 초가을 밤을 수놓은 '사랑의 묘약'.

앞으로 오페라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광명오페라단'의 이번 공연이 벌써 17회나 된 정기연주회라니

'광명오페라단'이나 시민들 참 대단하네요.

보통 광명시 정도의 도시에서는 뮤지컬단 하나도 꾸려나가기 어려운데

광명에는 오페라단과 뮤지컬단을 따로 꾸려가고 있는 것만 봐도

광명이 문화 예술의 도시란 걸 쉽게 알 수 있네요.

 

여기서 잠깐,

이번 공연 '사랑의 묘약'에 대해 알아볼까요.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이탈리아 베르가모 출신의 가에타노 도제니티(1797-1848)의 작곡으로 그가 6주 만에 완성한 전설적인 희극이다. 이 오페라가 보여주는 지독한 넌센스의 이면에는 도덕적인 교훈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사랑의 묘약'의 막이 오르면, 부유한 여지주 아디나가 투덜거리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를 사랑하는 순수한 시골청년 네모리노는 소심하기만 하다. 여자에게 인기가 많은 벨꼬레 하사관은 아디나의 재산을 보고 그녀와 결혼하려고 한다. 네모리노에게 사랑의 묘약을 판 둘까마라는 그의 순수함을 악용하는 냉소적인 사기꾼이다. 나이 많은 남자들은 받아야 할 벌을 받고 연인들은 성숙해진다. 사랑이야말로 우리를 더욱 선한 사람으로 만드는 마법의 약인 것이다.

 

그는 경쾌한 선율과 가슴을 울리는 서정적인 가락을 잘 엮었다. 둘까마라가 말도 안 되는 장광설로 자신의 묘약을 파는 장면에서 부르는 패터 송(고속으로 쉴새 없이 수다맨스럽게 노래하는 부분)은 음악적으로 화려하기 그지없다. 1막에서 아디나와 네모리노가 부르는 이중창은 잃어버린 기회에 대한 긍정적인 아쉬움을 담고 있다. 2막에서 그 유명한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그의 아리아 중에서 가장 감미롭다. 지금까지 도제니티만큼 등장인물을 능숙하게 다루는 작곡가를 찾아볼 수 없다.

 

- 광명오페라단-

 

 

 

 

 

 

전석 초대로 '사랑의 묘약'을 공연하는

광명시민회관 프론트는 입장권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주최측에서는

"입장권이 없으니 시간이 되면 일단 들어가서 빈자리에서 보시라."는  안내를 합니다.

 비도 오고 평일 저녁이라 만석이 아닌 상태에서 공연을 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며 갔더니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네요.

저도 입구에서 가로막는 걸 며칠 전에 단장님과 촬영약속을 했다는 이야길 하고 간신히 들어갔습니다.

 

광명시민들의 문화에 대한 사랑이 대단함을 느낍니다.

그런 사랑이 광명오페라단의 공연이 17회까지 이어지게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드디어 7시 30분, 정확한 시간에 무대는 막이 올라갑니다.

 

 

 

 

 

[1막]

 

 

막이 오르고 농부들은 '우리들은 사랑 걱정 없다네.'를 부르고

부유한 농장주인이며 아름답고 지적인 아가씨 아디나는 우아한 모습으로 책을 읽고 있네요.

 

 

 

 

 

 

이번 공연은 나처럼 처음 오페라를 보는 관객도 큰 무리없이

'사랑의 묘약'을 볼 수 있게 이런 자막으로 이해를 도와줘서 너무 좋았어요.

이런 공연을 몇 번만 보고 나면 오페라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

광명오페라단이 고맙기까지 했지요.

  

이번 공연에서 아디나역은 소프라노 안은영씨가

네모리노역은 테너 김달진씨가

벨꼬레역은 바리톤 한규석씨가

둘까마라역은 베이스 변승욱씨가 맡았어요.

각 배역에 어울리는 목소리의 성악가들의 노력이 돋보이는 무대였지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재미나고 스릴있는 사랑 이야기는

언제나 삼각구도를 이루는 모양이네요.

 

아디나를 사랑하는 두 젊은이,

같은 마을에 사는 순진하고 성실한 농부 네모리노와

이웃 마을에 사는 벨꼬레 하사관의 청혼은 이어지고,

 

 

 

 

 

아디나의 돈을 보고 결혼을 하려는 약삭빠른 벨꼬레 하사는

90초만에 청혼을 합니다.

 

노래도 노래지만 출연자들의 표정 연기도 대단하네요.

벨꼬레의 표정에서 그의 마음이 보이지 않나요?

 

 

 

 

 

 

벨꼬레의 청혼에 불안해진 순수한 청년 네모리노는

'미풍을 잠재워주오'라는 매력적인 목소리의 노래로

한번 더 구애를 해보지만.....

 

 

 

 

 

 

장면은 바뀌어 마을 광장에는 나팔소리가 들리고 ,

자칭 저명한 의사라고 뻐기는 약장수 둘까마라가 등장합니다.

 

전형적인 사기꾼 약장수에게 딱 어울리는 목소리로 빠르게 노래하는 그에게

관객들은 박수로 화답하네요.

 

 

 

 

 

 

무대에 약장수가 등장하자 객석에도 약장수가 등장하여 약을 파네요.

이 연출은 이번 공연에서만 의도된 연출인 것 같아요.

오페라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것들이 오페라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 같네요.

관객들도 예상치 못한 연출에 즐거워하며 약을 사고 있어요.

 

 

 

 

 

 

약삭빠른 약장수 둘까마라는 사기성이 있어 보이는 외모로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이야기를 들려주며

트리스탄이 마신 것과 똑같은 사랑의 묘약이라며 허풍을 떱니다.

 

오늘의 사랑의 묘약은 '참이슬'이예요.

원래는 적포도주지만 우리 정서와 맞게

'참이슬'을 써서 관객들의 환호를 자아내게하는 이 쎈스....

 

 

 

 

 

 

단순하기 그지없는 네모리노가 맨 먼저 다가가서 특별히 제작되었다는 '이졸데'를 사고.

이제는 아디나의 사랑을 얻게 될 것이라면서 환호한다.

 

 

 

 

 

 

'사랑의 묘약'이 술인 줄도 모르고 마신 네모리노가

자신을 비웃는 아디나와 함께 부르는 이중창.

약효를 믿는 순수한 청년 네모리노는

'내일이면 나를 사랑하게 된다'고 노래하며 방자한 행동을 보이자,

 

 

 

 

 

 

자존심 상한 아디나는 벨꼬레에게 결혼을 약속합니다.

 

사랑은 언제나 유리와 같은 것.

작은 실수가 상대방의 마음을 돌아서게 한다는 사실을

순수한 청년 네모리노는 왜 모르는지....

 

 

 

 

 

 

벨고레와 아디나가 결혼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네모리노는

결혼을 연장할 것을 애원하며 '아디나, 내 말을 믿어줘요.'라고 노래하고.....

 

한편 벨꼬레는 예고도 없는 출전 명령을 받고,

이튿날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저녁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고 1막이 끝납니다.

 

 

 

 

 

[2 막]

 

 

결혼 준비가 한창인 아디나의 집.

농부들의 '자, 노래와 축배를!'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흥겨워하고,

 

 

 

 

 

 

약장수와 아디나의 이중창이 이어집니다.

약장수는 그녀의 잘못을 꼬집으면서 '나는 부자이고, 당신은 아름다워요.'를 부르고,

아디나는 자기가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은 네모리노임을 비로소 깨닫고,

결혼계약서에 서명을 거부합니다.

 

 

 

 

 

네모리노는 아디나의 마음에 변화가 생긴 줄도 모르고,

벨꼬레의 부하로 징집에 응하는 조건으로 돈을 받아 다시 묘약을 사려고 합니다.

 

네모리노의 약간은 모자라 보이는 순수한 열정이 아름답네요.

 

 

 

 

 

그러던 중에 삼촌으로부터 거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네모리노가 거부가 되었다는 소문이 마을에 돌고,

마을 처녀들은 부자가 된 그에게 갖은 아양으로 환심을 사려고 합니다.

 

순수한 네모리노는 드디어 사랑의 묘약이 효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고 믿네요.

 어리석지만 사랑을 이루려는 네모리노의 노력이 가상해요.

 

 

 

 

 

 

한편 아디나는 이젠 정말로 그를 잃어버리고 말았다는 불안감에 슬퍼하면서 눈물을 흘립니다.

멀리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네모리노는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르고,

그리고 아디나의 그 눈물이야말로 자기를 사랑하고 있는 증거라며 기뻐합니다.

 

 

 

 

 

 

아디나는 약장수에게서 네모리노가 자기의 사랑을 받기 위해

입대까지 하면서 약을 사먹었다는 소리를 듣고 감격하여 그와의 결혼을 다짐한다.

 

 

 

 

 

 

벨고레는 네모리노가 돈을 받아 썼다는 이유로 그를 군대에 남아있게 합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아디나는 돈을 지불하고 입대계약서를 다시 찾아옵니다.

 그녀는 네모리노에게 사랑을 맹세하고 ,

그들은 무척 행복해하면서 '영원한 사랑이여'를 부릅니다.

 

 

 

 

 

 

네모리노는 엉터리 약장수에게 감사하고,

그는 그를 존경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엉터리 묘약을 몽땅 팝니다.

마을 사람들은 속은 것도 모르고, 다음 마을로 떠나가는 그를 환송하면서 막을 내립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랑은 진실하고, 용감한 자의 몫인 것 같아요.

 

 

 

 

 

 

선선한 초가을의 목요일 밤에

공연을 마친 주인공과 관객은 마치 '사랑의 묘약'을 마신 사람들처럼

모두 환한 웃음으로 하나가 되었습니다.

 

 

 

 

글·사진 | 렌즈로 보는 세상(김분호)

온라인 시민필진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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