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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

나무에 꿈을 새기다 - 광명시민회관에서 만난 오석교 개인전

 

 

 

 오석교 작가의 전시를 알리는 플래카드를 보았다. 그의 이름과 그의 작품을 기억하는 이유는 얼마 전 보았던 '광명초대작가회전'에서 그의 작품을 눈여겨 보았던 까닭이다.

 

 

 

 

 


 
 시민회관 전시실을 지나서 일터에 가기 때문에, 현재 어떤 전시가 있는지를 알 수 있어 좋다. 그런 의미에서 광명사거리역이나 철산역에 시민회관에서 열리는 공연이나 전시를 알리는 게시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작품은 얼핏 보면 살짝 촌스럽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친근함이 묻어난다.'

 

지난 전시 때 들었던 생각이다. 플래카드만 보고서는 그의 작품이 그 동안 봐왔던 것들과 대체로 비슷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지난번 단체전에서 보았던 - 둥근 나무판에 전통문양과 여인을 조각하여 붙이는 작업에만 국한된 작품들일 것 같다는 생각에.)

 

 

 

 


 
 역시나 개인전이다 보니, 그의 대표적인 형태의 작품뿐 아니라 다양한 시도와 방식의 작품들이 전시장 곳곳에 디스플레이 되어 있었다.

 

 

 

 

 심오한 현대미술 못지 않게, 남녀 노소 모두가 공감 할 수 있는 작품 또한 낮게 평가 될 수는 없다고 본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그의 작품에는 왠지 동심도 느껴지는 듯 하다.

 

 

 

 

 

 이 작품은 오방색의 문양을 바탕으로 했지만, 기존의 오방색보다는 색감이 밝다. 부조로 표현된 꽃과 새, 연꽃이 마치 친근한 자연을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종류의 작품은 작가의 주된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작가의 심성이 느껴진다.  서랍장 위에 올려진 작품은 마치 동양화 소품이 입체적으로 구현된 듯 하다.

 

 

 

 

 

 작가가 말하듯 - 행복한 꿈을 꾸는 어머니가 느껴진다.

 

 

 

 

 

 한복을 입은 어머니가 장독대에서 정한수(정화수)를 놓고 기원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여인이 꿈을 꾸는 것인지 기원을 하는 것인지 확실하진 않다. 무엇이던지 간에 그저 행복해 보인다. 마치 만화의 말 풍선 같은 둥근 광배 위에 수 놓여진 듯 얹어진 꽃과 새들이 눈을 감고 선 여인의 생각을 관람객들에게 대신 전해주고 있는 듯 하다.

 

 

 

 

 

 문양의 색이 너무도 예뻐 클로즈 업! 들여다 보기와 멀리 떨어져 보기, 그리고 작가의 의도 생각해 보기. 이런 저런 방법으로 미술품을 관람하면 참 재미있다. 마치 평론가가 된 것처럼 말이다.^^

 

 

 

 

 

 아마 이런 큼지막한 작품이 없었으면, 전시장이 썰렁했을 것이다. 단조로운 전시 공간을 좀 더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이런 소품을 디스플레이 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아래쪽에 입혀진 꽃 문양이 수수했지만 그게 오히려 더 정감이 간다.

 

 

 

 

 

 

 원 형태의 작품에서 사각으로 바꾸고, 공간감을 더해 변형을 준 시리즈들.

 

 

 

 

 

 내 시선을 확 잡아 끈 작품이다. 어렸을 때에는 마냥 촌스럽게만 느껴지던 문양들이 이제는 꽤나 친근감 있게 느껴진다. 작가의 설명을 듣기 전까진, 이런 꼭두로 나무 작업을 시작했다는 것을 몰랐다. 이제는 자취를 감추어 찾아 보기 힘든 ‘상여’ 앞에 놓여져 있던 꼭두. 이는 죽은 이들이 좋은 곳으로 가길 바라는 마음에 상여 앞쪽에 장식되는 것이라고 한다.
 
 어머니를 향한 작가의 마음 또한 그럴 것이다.(이 작품이 정말 심청이 같다고 느껴진다.^^)

 

 

 

 

 

  동양화 속 사군자에 나오는 매화가 색을 얻으니, 그 모습이 더욱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작가는 과거에 봄을 주제로 한 전시를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요새는 매화를 보면 영화 <동막골>의 팝콘과 <화투>가 떠오른다. ^^;

 

 

 

 

 

 농담 삼아 "시간이 많으신가봐요?"라고 작가님께 농담을 건내며 감상하던 작품이다.  물론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 어떤 작품이든 작가의 공이 많이 든단다.

 

 

 

 

 

 민속 공예품의 현대화? 미술관에서 작가의 작품이 상품이 되어 팔려도 좋을 것 같다.

 

 

 

 

 

 유치원에 놓이면 아이들이 아주 좋아할 것 같은 작품.

 

 

 

 

 

 동심으로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듯한 느낌.

 

 

 

 

 

 원목 가구는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스런 모양과 색이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전시를 위해 놓인 것이지만, 여기 앉아 커피 마시면서 책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뭐든 나무를 이용해 뚝딱 뚝딱 쉽게 작품을 만드는 작가는 꼭 재주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부엉이가 작품을 위한 도기 오브제인줄 알았다가, 발쪽에 난 금을 보고 나무인 것을 알았다.
 저 부엉이는 눈을 크게 뜨고 먹이를 찾고 있는 것일까? 아님 꿈 속에 빠진 것일까?

 

 

 

 

 

 마지막으로, 자칫 지나치기 쉬울법한 두 작품이 개인적으로는 참 마음에 들었다. 어린 시절에 봤던, 지금은 사라져버린 배갯잎 자수 같기도 하다.

 

 

 

 

 

 특히나 이 작품은 그림에서 금방이라도 새가 살아 나온 듯한 느낌이 들어 참 좋다.

 

 

 

 

전체적인 전시장 풍경이다. 음악을 즐기듯, 작품이 뿜어내는 색과 에너지를 현장에서 직접 마주하기를 추천한다.

 

 

 

 

 

 전체적으로 전시장을 훑어본 뒤, 작가에게 작품 설명을 부탁했다. 작품이란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각각의 관람객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가지게 되는 느낌과 생각까지도 모두 중요하다.

 

 작가가 설명에 앞서 자신의 예전 작업 사진이 담긴 카탈로그를 보여줬다. 약 2년 전부터, 작업의 방향은 산수화를 그리던 작업에서 이렇게 나무를 심고 다듬고 채색하는 것처럼 품도 시간도 많이 드는 작업으로 변화해왔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작품이 더 좋다고 느끼기에, 방향을 잘 바꾸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작업)은 잘 그리는 것이 목적이라기 보다는, 그렇고 그런 비슷한 작품들 속에 머물지 않고, 많은 작가와 작품들 속에서 자신만의 작업기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들이 해야만 하는 몫이기도 하다.

 

 특히, 작가가 왜 유독 여성 한 명을 작품의 주 모티브로 삼는지가 궁금했다. (역시 모르면 물어보는 게 최고다!) 작가에 따르면, 그가 이렇게 작업 형태를 바꾸게 된 것은 어머니 때문이고, 그가 작품에 세우는 여성도 바로 그의 어머니란다.
 

 

 

 

 

 2년 전부터 병석에 계신 어머님의 쾌유를 빌며 나무를 깎기 시작했단다. 그 모든 과정이 마치 불상을 깎듯 간절한 염원이 담긴 작업들인 것이다. (카탈로그에 나온 표현대로라면, 그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신 어머니가 그에게 작품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게 도와준 결과가 된 것이다.)
 
 그는 어머니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것 같다. 누군들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겠냐만은, 어머니에 대한 그의 특별한 마음과 느낌이 작품을 통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밝고 따사로운,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의 배경은 그대로 멋진 꿈 같기도 하고 어머니를 향한 작가의 마음 같기도 하다.
 

 

 

 

 


 대부분 민화, 꽃, 창살, 꼭두 등과 같이 익숙한 것으로부터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자칫 친근함과는 다른 ‘촌스러울 수 있는 소재’들이 채색을 위해 쓰여진 오방색의 미묘한 색감 차이 만으로도 작품이 충분히 현대적인 느낌으로 변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점에서 우리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또한 형식적인 면 이외에도, 전시회의 주제인 '어머니의 꿈'을 표현 했다고 보아도 좋고, 작가가 어머님의 쾌유를 빌며 조각을 했을 그 마음을 ‘꿈’이라 표현했어도 좋을 것 같다. 그의 삶의 스토리가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점도 관람자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이 친근하긴 하지만 결코 가볍다고만 할 수는 없기도 한 것이다.

 

 

 

 


  
 광명에서 활동하는 작가는 많다. 그러나 자기의 색이 뚜렷한 젊은 작가를 발견했다는 것은 여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외부로 보여지는 표현요소가 보여지는 것에 치중되거나 단순히 보여지기 위한 작업이 아닌, 작가 자신의 꾸준하고 치열한 작업과정 속에서 온 결과이기에 그의 작품을 높이 평가해도 좋다고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시장을 나오면서 미소가 절로 나오는 좋은 체험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더욱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힘들지 않게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니 말이다.^^

 
 광명에서의 전시는 27일로 끝이 났지만, 9.29(토)~ 10.28(일)에 삼청동 <온리갤러리>에서 그의 전시는 계속되니, 전시를 못 보신 분들은 가을 나들이 삼아 작가의 전시장을 찾아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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