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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소통/교양강좌

불금살롱 - 청년에게 고함

 

 

 

 

불타는 금요일을 사회적 경제와 청년이라는 주제로 토론하는 공간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회적 경제지원센터에서 주관하고 소하동 광명시일자리창조허브센터에서 진행하는 '불금살롱'.

불타는 금요일 밤에 함께 모여 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살롱이란 의미인데요,

청년과 사회적 경제를 잇는 인문학 강좌라고 합니다.

평소 사회적경제에 관심이 많은지라, 청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을비를 헤치고 세 번째 모임에 찾아갔습니다.

 

 

 

 

 


안이 훤하게 들여다보이는 유리창 밖에서 살짝 훔쳐보니, 다행히 청년들만 있는 건 아니더군요.

사회적 경제와 청년.

 예전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았지만 점점 더 청년들이 사회적 경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 원인들이 있겠지만 청년 취업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이유도 있겠지요.

 

 

 

 


'불금살롱' 진행자는 나중에 <<청년에게 고함>> 책의 첫 단어를 따라

강사에게 질문할 '꺼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강의와 토론이 병행되는 시간이다 보니, 참석자들이 각자 질문 하나씩을 가지고

강의를 들은 후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이 시대 청년들에게 한마디 던지신다면?'

 

나는 과연 어떤 한마디를 던질 수 있을까요.

요즘 청년들의 삶이 불완전한 것 같아요. '삼포시대', '헬조선'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요.

 

 

 

 


불금살롱 세 번째 이야기는 <<청년에게 고함>>의 저자이자

 땡땡책협동조합의 하승우 씨의 이야기로 시작했어요.

크로포트킨이 남긴 문건, "청년에게 고함"이 주 내용이지만

그 전후 홍세화 씨와 하승우 씨의 글이 합쳐져 《청년에게 고함》책이 완성된 것입니다.

 

그러면 크로포트킨이 누구일지 궁금하시죠?

그는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대표적인 아나키스트 혁명가이자 이론가였습니다.

지리학자이기도 했고요.

모스크바 명문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황실과 군대에 회의감을 느끼고

관직을 버리고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합니다.

"나는 무엇이 되고자 하는가?"라는 물음은 크로포트킨의 삶을 움직인 에너지였고,

운명보다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고자 노력한 사람이었습니다.


 

 

 

 


충청 옥천군에 살고 있다는 하승우 저자는 크로포트킨의 책을 읽으며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자며 서두를 뗍니다.

그는 새벽에 송곳을 보면서 크로포트킨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송곳의 명대사가 페이스북에 떠돌고 있듯이,

크로포트킨도 그 당시 명대사를 남긴 사람이었다고 하네요.

<<청년에게 고함>>은 불어판으로 나온 책이라

불어 번역사를 찾다가 홍세화 씨가 하게 되었다고요.

그의 의지보다 홍세화 씨 부모님이 크로포트킨을 좋아해서 번역을 했는데

 1년 반 만에 책이 나왔다고 합니다.

홍세화 씨가 이 책을 추천하며 건네는 말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가령 "나는 나다"라고 그악스럽게 말하는 사회에 맞서

"너는 나다."라고 말하는 사회를 고민하는 그런 젊은이에게 당부하려는 것이다.

크로포트킨이 남긴 이 문건을 건성건성 읽지 말고 가슴으로 차분하게 읽기를,

가슴으로 차분하게 읽는 이에게 130여 년이라는 시간 차는

오히려 세상이 그 시간과 함께 날려 버린 신선함을 줄 것이다.~~~"

 

 

 


 

 

책도 얇지만 실제 크로포트킨의 문건은 50페이지밖에 안됩니다.

그렇지만 그 당시 사람들에게 울림이 된 이유는 크로포트킨이 가슴으로 쓴 글이기 때문입니다.

하승우 씨 또한 청년 시절 이 문건의 구절을 외우고 다녔다고 하네요.

그는 책을 들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나 읽지 마라. 물리적 나이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 청년이라 생각하는 사람만 읽으라."하고

서두에 크로포트킨은 독자의 조건도 내 겁니다.

하승우 저자는 요즘 청년들이 모여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없고 있더라도 관계 맺음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또한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여러 선택 상황이 있는 데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해요.

아무리 상황이 열악해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인간이 가지고 있다고 크로포트킨은 강조했다고 합니다.

자책하지 말고 생각을 고치고 다르게 살기 시작한다면 사회도 결국 달라질 것이라고 하 승우 저자는 말합니다.

 

 

 

 

 

크로포트킨은 아버지가 귀족이고 황제 측근에서 일했던 혁명가였지만

청년 시절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자본주의를 접하지 않은 사회 중에 한 아프리카 부족을 만났더니,

그 부족은 "누가 나와 밥을 먹을 것인가" 세 번 외쳐야 밥을 먹을 수 있었고요.

나그네가 굶거나 길바닥에서 자다가 죽으면 징계를 받는 문화와 관습이 있는 부족도 만나게 됩니다.

그 후, 크로포트킨은 자신이 지배해 왔던 농노들을 바라보며 매우 괴로워했고

자신부터 다른 삶을 살자고 결심했다고 합니다.


 

 

 

 


사회적 경제를 생각하는 사람도 달라져야 한다고 하승우 저자는 말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가'

'나는 어떤 사회에 살고자 하는가?'

크로포트킨의 당시 청년을 향한 질문이었고 그 답을 찾는 과정 속에 그와 함께 혁명의 길을 가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130년 뒤 한국 사회에도 연관되는 이야기라고 하승우 저자는 말합니다.

한국 사회의 '단절'이란 문제가 심각해진다고요.

일본의 불완전 노동자의 삶을 보면 한국 사회도 비슷하게 갈 것 같다는 암울한 이야기도 들립니다.

아무것도 계획할 수 없고 내일의 삶도 알 수가 없는 삶.

모든 문제를 개인 문제로 돌리기도 합니다.

그것은 사회문제, 사회적 관계의 문제라고 하승우 저자는 말합니다.

어려움이 있는데 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만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만남과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에 대해 꺼려하는 사회가 되었다고요.

 

 

 

 

 

 

"우리의 문화가 그렇게 된 거죠.

요즘은 가족도 '바퀴벌레 가족'.

친구도 어느 순간 나의 강력한 경쟁자가 되고 공포스러운 친구관계가 됩니다.

혼자 사회를 바꿀 수 없는데 '같이'바꾸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겁니다.

불편한 생각을 하기 꺼려하는 것이고 외면하게 되는 것입니다.

 

 

 

 

 

 

 

 

 

 

 

불안정한 삶을 안정된 삶으로 바뀔 수 있는 계기들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아주 작은 계기들을 통해서도 변화시킬 수 있는 접점을 만들 수 있습니다.

내가 그 접점을 선택할 때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고.
누군가 그 가치를 소중하게 받아들일 때만 가능해집니다.

<<청년에게 고함>>에서 우리가 가진 게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것을 어떤 식으로 쓰고 어떻게 관계 맺는가를 알아가는 것입니다.

이웃사촌이 없어졌다기보다는 주거구조의 문제도 있고
낯선 타인으로 두는 게 편리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런 순간 우리 스스로 그 관계를 밀어내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게 밀어낸 관계를 우리가 다시 가져오는 것을 해야 합니다.

용기, 먼저 손을 내미는 과정, 벨을 눌러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꼼꼼히 보고 생각을 가지고 둘러보면 우리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사람들이 보일 것입니다.
너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삶의 공유망 속에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에게 고함>>책의 두께는 얇았지만,
그 안에 심오한 철학적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 이타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타인을 위해 사용하면 할수록 자신이 발전하고 변화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결국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이유가 있는 거죠.

<<청년에게 고함>>의 저자, 하승우 강사의 크로포트킨의 문건에 대한 핵심은 '상호부조'입니다.

130년 전 러시아혁명가의 외침이 지금의 청년들에게도 동일하게 울림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단절이나 고립보다는 '함께','같이'의 정신을 가지고 행동하라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책과 함께 한 저자의 강의를 마치고,
강의실 들어오기 전 참석자들이 적은 내용을 가지고 진행자가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참여자들은 대체적으로 청년들에게 사회적 경제를 깊이 생각하기 이전에
'과감하게 뛰어들어라, 무엇이 되었든 시도하라'라는 메시지가 많았습니다.

실제로 공동체로 살았던 경험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고,
지금 막 공동체나 사회적 경제를 알게 된 참석자들도 있었습니다.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자신을 오픈하고 상대방에게 용기 있게 다가갈 필요성도 있을 텐데
수줍은 성격의 소유자들은 힘들지 않을까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어요.

이에 하승우 강사는 말합니다.

"저는 원래 낯가림이 정말 심했어요.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편이에요.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많이 얻어요. 같이 있을 때는 피로감을 많이 느끼는 스타일이에요.

저의 집에 사람들이 자주 와요.
처음엔 문이 없었지만, 누구든 들어올 수 있는데 경계 표시로 낮은 문턱이라도 있어야 합니다.

경계를 어느 정도 그어주는 것도 공동체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 강사의 이야기를 들으니, '함께'한다는 것이, '공유'한다는 것이,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네요.

최소한의 경계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청년에게고함》 책과 함께 오랜만에 청년의 정신으로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강의실 밖에 나오니, 광명청년창업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사회적경제기업을 하고 있는 청년 기업가들 몇 명이 있었습니다.

그중 위의 청년은 떡 제조와 상차림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는 '라이스호프'의 남광호 대표인데,

최근에 경기도가 주최한 '사회적 경제 혁신 모델 창업 오디션'에 진출해 천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고 합니다.

실제 자신이 파는 떡을 가지고 왔는데 귀여운 캐릭터 모양과 미니케이크처럼 만든 떡이었어요.

더구나 착한 가격이라 참석자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답니다.

 

 

 

 

 

 

불타는 금요일,

청년에게 고함의 책을 통해 크로포트킨과 그의 메시지에 대해

새롭게 깨닫는 뜨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직도 추적추적 가을비는 내리고 있네요.

무겁고 답답한 마음이지만 머릿속에서 나름의 정리를 해 봅니다.

 

'각자가 고유성을 가져야지만 연결될 수 있는 고리가 있어야 한다.

내가 뭘 필요로 하는 지 보여주고,

상대방이 도움을 필요로 하며 손 내밀 때 잡아 주는 것이 관계이다.

결핍된 삶을 사는 지금의 사회에

서로가 서로의 삶을 해방시켜주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크로포트킨은 '혁명'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에겐 그것이 '연대'다.

누군가 문제가 생겼을 때 나도 그 문제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

서 있는 사람 옆에 있어주자.

 결과가 나쁠 수도 있지만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 온라인 시민필진 비젼맘(최지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