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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소통/교양강좌

넓은세상 작은도서관에서 만난 김형수작가 - 문학이란 무엇인가

 

 

 

 

 

광명 하안주공 5단지 속에 자리 잡은 넓은 세상 작은도서관에 좋은 강연이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문학 책인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의 저자가 온다고 하네요.~

저녁시간이긴 하지만, 어둠을 뚫고 서둘러 찾아갔답니다.

 

 

 

 

 


넓은 세상 작은 도서관은 주기적으로 인문학 특강을 열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늦은 밤인데도 많은 주민들이 참석하였어요.

김형수 작가를 위한 자리가 예쁘게 마련되어 있었고요.

안타깝게도 김형수 작가는 광화문에서 출발해서 이곳까지 오는데 차가 막혀 세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작은 도서관의 분위기가 이런 건가요? 다들 서로 친한 언니 동생 같았어요.

아이들도 서로 챙겨주며 담소를 나누고 있더라고요.

대부분은 도서관 근처 하안 5단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었습니다.

집 근처에 이런 훈훈한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이 각박한 현대사회에서는 얼마나 귀감이 되는지요.

 

 

 

 


정인애 관장은 강사가 늦으니 참석자들에게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했어요.

평소에 즐겨 읽는 감동 있는 시를 낭송하고 분위기 있는 팝송도 들려주었는데요.

참석자들 또한 관장이 낭송하는 시를 감상하며 음악과 함께 즐기는 시간도 가졌답니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이런 분위기, 정말 기분 좋아지는 밤이었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어릴 적 자신이 어떻게 문학을 좋아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김형수 강사입니다.

초등2학년 때 국어책을 더듬거리며 읽기 시작했고 말보다 글을 먼저 접했다는 김형수 작가.

그는 어릴 적부터 친구들과 다투거나 억울한 일이 생기면 편지나 쪽지에 글을 쓰며 글쓰기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네요.

김형수 작가는 글을 써서 큰 형이 군대에서 휴가 나오게도 하고 막냇동생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도 하는 등

가족의 문제들을 글로 해결 받는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그에게 '글은 표현하고 전달할 수 없는 것을 전달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라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게 되었다고 해요.

'글쓰기, 문학이라는 게 거의 전 방위적으로 어디서나 통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고등학교도 문예반에 들어가서 더욱 문학에 몰입하게 되었지만,

그의 생각의 전환점이 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20대의 청춘시절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이고 위기가 되는지 느끼게 되었다'라고 김 작가는 그 당시를 회고합니다.

작가는 1980년 5월 18일 광주 한복판에 있었습니다.

자신과는 상관이 없기 때문에 피해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생각은 큰 오산이었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문학은 순수하고 영원 속에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 경제는 세속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김 형수 작가는

우연히 헌책방에서 러시아혁명사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펼치니, '참다운 지식인이라면 정치 밖에서 있을 수 없다.'라는 문장을 봤는데

왠지 힘이 느껴지고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 헌책방을 나오다가 계엄군과 부딪히게 되었고 쫓기게 되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지요.

5.18 항쟁을 겪으면서 '역사라는 맹수가 생물처럼 움직이는 것을 봤다.'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합니다.

이때 받았던 충격은 문학에 대한 관심을 바꾸게 되는 전환점이 되었고

'문학은 어디에 쓸모가 있는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현실 앞에서 죽어있다면 순수한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이 머릿속에 들어온 것입니다.

문학이 가치가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는 5.18 때문에 꽤 오랫동안 전에 썼던 시들도 다 없애고

탐미주의적인 자신이 너무 미워 3~4년간 글도 안 쓰고 구토증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그러다 84년도부터 문학은 사람들에게 쓸모 있어야 한다는 계몽주의적 생각으로 다시 작품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글도 거칠고 신념을 중시한 글을 썼다고 해요.

김 작가는 소설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말합니다.

마흔 살 자신의 생일날에 자기 옆에 누워있는 딸을 보며,

제자의 주례 부탁을 받으며, 안다고 생각했던 길을 잃으며,

인간에게 신념이 얼마나 답답한 것인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나는 모든 것을 준비를 잘해서 이 문턱만 넘으면 된다'라고 생각하는데

 삼천포에 빠져있을 때도 있고 어떤 경우는 '내 삶은 더 이상 재고의 여지가 없이 실패했다'라고

엄청난 좌절에 빠트려있을 때 사실은 문턱만 넘으면 되는 자리에 있을 때가 많다.

어떤 신념이 성찰을 소멸시켜버린다는 생각을 깊게 했다."

그는 5 ·18이후 잊고 있었던, 정보 전달의 기능뿐만 아니라 사유와 유희의 기능도 있는, '언어'를 다시 깨닫게 됩니다.

 

 

 

 

 

 

 

김형수 문학 작가는 이제 말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문학은 무엇인가.

작가는 세계에 대한 '명명자'다. 문학은 명명하는 것이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처럼. 봄이 오려면 반드시 오는 추운 날씨를 의미하는 '꽃샘추위'처럼.

"그 어떤 과학과 법칙으로도 모든 사람의 삶은 다르게 살아갑니다.

우여곡절의 삶이 없는 사람은 없다는 것은 똑같지만, 하나하나는 다릅니다.

인간이 느끼는 좌절, 희망, 사랑, 이 모든 것들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하나 당할 때는 힘듭니다.

사실은 그것 하나하나로 가득 차 있는, 찰나로 가득 차 있는 게 인생인 것입니다.

존재하나 하나의 모든 것이 사랑, 상처, 꿈, 좌절에 대해서 발견하고 발명하는 사람들이 작가입니다.

작가는 명명하는 것이며 이것이 문학의 본질입니다."

 

 

 

 

 

 

열띤 분위기 속의 강연을 듣는 엄마 곁을 떠나 뒤에 와서 그림책을 읽는 아이들이 있네요.

도서관에 오면 엄마는 좋은 강의 듣고 아이들은 주저 없이 책을 펼치게 되니 얼마나 좋은지요.

'책 읽어라 책 읽어라' 잔소리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문장이 아름답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김형수 작가의 인문학 강의를 들으며

생전 처음으로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 보았습니다.

엄마 따라 참석한 청소년들에게도 글쓰기의 중요성이나 문학의 의미에 대해 잠시라도 생각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었을 것 같아요.

감사하게도 넓은 세상 작은 도서관에서는 열 명의 참석자들에게 김 형수 작가의 책을 선물로 주었답니다.

김 형수 작가는 각자가 선물로 받은 책의 첫 페이지에 정성스레 사인을 해 주었답니다.

 

 

 

 

 

 

 

저 또한 최근에 출간한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책을 선물로 받게 되어 정말 기뻤고요.

이 책을 통해 '삶'과 '예술'에 대해 사유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도서관을 나서면서 다시금 김형수 문학 작가가 말한 '문학의 의미와 중요성'을 떠올려봅니다.

"지상의 존재하는 모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존재를 소명 받는 것이다.

그 고통을 이해받는 것이다. 그 존재에게 딸린 삶을 명명 받는 것이다.

 

문학이 그것을 하기 때문에 소중하게 생각한다.

글재주로는 상대를 절대 울릴 수 없고, 글 쓰는 자의 삶의 무게 세계가 그대로 얹혀야지만

독자가 감동을 하게 된다.

삶 자체의 소중함.

그것에 대한 명명이고 그것을 가지고 있는 하나하나를 소명하는 것이 문학이 아닐까 생각한다."

 

 

- 온라인 시민필진 비젼맘(최지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