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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소소한 일상

너도나도 춤판... 이곳 시장에 무슨 일이? -[광명기행 (9)] 문화관광형 시장이 된 광명전통시장

너도나도 춤판... 이곳 시장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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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전통시장에서는 매주 목요일 '한평 스테이지 게릴라 콘서트'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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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5시, 광명전통시장 안은 음악소리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연주되는 악기가 늘 같은 것은 아니다. 기타 소리가 울릴 때도 있고, 하모니카 소리가 흐를 때도 있고, 사람의 목소리가 들릴 때도 있다. 13일에는 팬플루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생음악이니 시장 전체로 소리가 퍼져 나가는 것은 아니다. 무대 근처에서만 음악소리가 맴돈다. 그래서 울림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광명전통시장에서는 매주 목요일 오후 5시부터 1시간여 동안 '한평 스테이지 게릴라 콘서트'가 열린다. 자생적으로 생긴 전통시장의 특성 때문에 시장 안에 무대를 만들 공간이 없어서 두 사람이 올라가면 꽉 찰 정도의 작은 이동식 무대를 마련, 연주를 한다.

'1평'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무대는 1평은커녕 반의반 평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 무대를 이동식으로 한 것은 한 자리에서만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안을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공연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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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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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 스테이지 게릴라 콘서트'는 1시간동안 광명전통시장 안을 3~4군데 정도 돌아다니면서 이어진다. 한 군데서만 하면 보는 이도 있고 못 보는 이도 있을 테니까. 또 그만큼 광명전통시장이 넓다는 의미도 된다. 광명전통시장에서 매주 열리는 '한평 스테이지 게릴라 콘서트'는 시장을 찾는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시장상인들도 즐거운 표정으로 음악을 즐기기 때문이다.

이날, 광명전통시장에서 팬플루트 연주를 한 이들은 최혜선·양관진 연주자. 두 사람은 혼자 또는 같이 연주를 했다. 팬플루트 음률이 시장 안으로 퍼져 나가자 장보기에 열중하던 이들이 하나 둘씩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들을 바라보았다. 어떤 이는 걸음을 멈추고 음악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어떤 이는 무심한 표정으로 이들 곁을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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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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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이날, 이들 연주자 외에 사람들의 눈길을 순식간에 사로잡은 이가 있었다. 50대 초반쯤 되었을까? 검은 옷을 입은 중년 여인이 음악소리에 꽂혔는지 들고 있던 가방을 한구석에 내팽개치고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이다. 여인을 보는 시장 상인들이나 고객들은 처음에는 뜨악한 표정이더니 나중에는 같이 손뼉을 치면서 춤추는 여인을 응원했다. 콘서트 분위기가 여인 때문에 달아오른 것이다.

여인은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음악에 맞춰 팔을 흔들고 몸을 흔들어댔다. 그러자 지나가던 할머니 한 분이 걸음을 멈추고 여인을 쳐다보다가 같이 춤을 춘다. 할머니는 잠깐 춤을 추다가 갔고, 다음에는 시장 안의 식당에서 막걸리를 한 잔 걸친 것으로 보이는 중년남자가 여자 곁에서 장단을 맞추면서 몸을 흔들었다.

이날의 한평 스테이지 게릴라 콘서트는 광명전통시장 3군데를 돌면서 한 시간 남짓 이어졌다. 팬플루트로 연주하는 트로트의 음률은 새로운 느낌이었다. 베사메무초 같은 노래도 연주되었다. 연주를 듣는 동안 따끈한 어묵바를 사먹기도 했고, 시장 상인이 건네준 따뜻한 차를 마시기도 했다.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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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전통시장에서는 추억의 과자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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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에 가면 꼭 들러야할 곳으로 광명전통시장을 꼽을 수 있다. 전국 7대 시장 가운데 하나인 광명전통시장은 한 번 들어가면 나오고 싶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먹을거리, 장 볼 거리들로 넘쳐난다. 야채가게, 과일가게, 생선가게, 떡집, 전집, 건어물가게, 신발가게, 옷가게, 속옷가게, 그릇가게, 가방가게, 모자가게, 그릇가게, 족발집, 죽집, 순댓국집 등등 시장에 가면 볼 수 있는 품목들이 모여 있다. 다시 말하자면 광명시장에는 없는 게 없다.

그래서 그냥 시장구경만 해야지, 생각하고 들어갔다가 양팔이 묵직해지도록 물건을 사들고 나오게 하는 마력을 지닌 곳이 바로 광명전통시장이다. 싸고 질 좋은 상품은 사람들로 하여금 저절로 주머니나 지갑을 열게 만들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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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전통시장에서는 따뜻한 차를 마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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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대형마트가 어딜 가나 지천이지만 나 어렸을 때는 대형마트 같은 게 전혀 없었으니 장을 보려면 당연히 시장에 가야했다. 어머니는 저녁 무렵이면 찬거리를 산다면서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으로 가셨다. 가끔 시장에서 파는 군것질거리가 먹고 싶어지면 어머니를 따라나서곤 했다.

시장에서 파는 군것질거리는 늘 비슷했다. 순대나 떡볶이, 부침개 등등. 그 시절에는 군것질거리가 별로 없었던 지라 시장에서 어머니와 함께 먹는 군것질거리가 입맛을 당길 수밖에 없었다. 장을 보는 어머니의 옷자락을 당겨서 먹을거리가 있는 곳으로 이끌곤 했던 기억이 또렷하게 남아 있다.

어머니는 야채가게에서 배추나 무를 흥정했고, 시금치 단을 들고 어느 것이 더 싱싱한지 비교했다. 닭집에서는 살아서 푸드덕거리는 닭을 지목해 잡아달라고 했다. 지금이야 닭가게에서는 죽은 닭만 팔지만, 예전에는 살아 있는 닭을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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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가게에서 운동화나 실내화, 슬리퍼를 사던 기억도 난다.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어머니는 신발가게에서 구두를 사주셨다. 어머니는 값을 깎느라 늘 오래 흥정을 했다. 정가제가 실시되기 이전이었으니, 상인이 부르는 값을 다 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어머니는 70대 노인이 된 지금도 대형마트보다 시장을 좋아하신다. 시장에 값싸고 질 좋은 물건들이 많다는 생각이 변하지 않은 것이다. 어머니는 김장할 때 배추와 무 등의 야채는 당연히 시장에서 산다. 젓갈이나 생선도 마찬가지다. 우리 어머니처럼 시장이 익숙한 이들은 시장에 가서 장을 봐야 마음이 푸근하고 편안한 것이다.

광명전통시장은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 뒤를 쫄래쫄래 따라갔던 노량진 삼거리 시장에 비하면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 점포 수가 410여 개에 달한다. 주택가에서 자생적으로 생긴 탓에 시장은 입구가 9개나 되고, 시장 안은 미로처럼 이어지면서 점포가 들어서 있다. 처음 가면 방향을 제대로 찾을 수 없을 정도다. 아니다, 여러 번 가도 마찬가지다. 시장 안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 여기는 아까 왔던 곳인데, 하면서 두리번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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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앞둔 광명전통시장은 늘 사람들로 미어터진다. 시댁이 광명에 있기 때문에 명절을 앞두고 늘 광명전통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전쟁을 치르는 기분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이 시장에 안 간다더니 순전히 뻥이네,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때가 명절 때다.

"오후 2시에서 4시 반 사이에 가장 손님들이 많아요. 그 시간이 지나면 손님들이 빠지고 시장이 조금 한가해지죠. 게릴라 콘서트는 시장이 조금 한가해지는 시간에 시장손님들을 위해서 하는 공연이랍니다."

한평 스테이지 게릴라 콘서트를 구경하면서 만난 시장상인의 귀띔이다. 광명시장에서 20년 넘게 장사를 해왔다는 이 상인은 콘서트가 이어지는 동안 환하게 웃으며 손뼉을 치면서 추임새를 넣었다.

"우리가 즐거워야 보는 손님들도 즐겁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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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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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전통시장은 1970년대 초반에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시장이다. 주택가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야채며 과일 등을 파는 점포가 하나씩 둘씩 생겨나고, 사람들이 몰리다보면 점포는 더 늘어났다. 시장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을 판다는 소문이 났다. 사람들은 더 몰려들고, 장사가 잘 된다는 소문에 이번에는 상인들이 몰려들었다. 그렇게 해서 오늘날의 광명전통시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그렇게 장사가 잘 되던 이 시장에 1995년, 큰 불이 났고, 그 여파는 엄청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은 복구되기 마련이다. 화재로 타버린 시장에는 크로앙스라는 상가건물이 지어지고, 광명전통시장은 그 옆으로 다시 시장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고, 현재와 같은 형태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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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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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전통시장은 10개의 구간의 나누어진다. 거리 이름을 색깔을 넣어서 지었다. 빨강거리, 파랑거리, 노랑거리, 보라거리, 초록거리, 주황거리. 색깔별로 시장거리를 구분했지만 색깔마다 파는 상품이나 품목에 특색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자생적으로 생긴 시장이기 때문에 상인들이 저마다 팔고 싶은 품목을 알아서 팔고 있으므로.

그래서 족발집 옆에 액세서리 가게가 있고, 야채가게 옆에 약국이 들어서 있기도 하다. 거리를 하나의 품목으로 통일하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지만, 글쎄, 시장이 너무 그렇게 규격화되어 버리면 시장이 갖고 있는 특색이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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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광명전통시장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뉴타운 사업구역 안에 광명전통시장이 포함됐던 것이다. 시장상인들은 조합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뉴타운 반대투쟁을 시작했다. 시장이 사라지고 50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선다니, 당연했다. 반대투쟁은 쉽지 않았다. 관에서 하는 일이니 어차피 시장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믿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1년 12월, 주민찬반투표에서 반대투쟁은 결실을 보았다. 뉴타운 사업이 취소됐고, 광명전통시장은 살아남게 된 것이다. 그리고 2013년, 광명전통시장은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지정되면서 '관광'과 연계돼 외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광명전통시장'에서 한국의 전통시장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시장을 찾은 관광객들의 표정은 당연히 밝아질 수밖에 없다. 볼 거리가 많고 먹을거리도 많고 살 거리도 많으니까 시장을 찾는 이들은 즐겁다. 시장만큼 구경거리가 넘쳐나는 곳은 드물다. 때문에 나 역시도 외국여행을 가면 꼭 그 나라의 시장에 들르곤 한다.

지금, 최대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광명전통시장은 어제도, 오늘도 손님들로 북적였다. 그건 내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광명전통시장이 언제까지나 우리 같은 서민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존재로 남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외국인 관광객들도 더 많이 찾아와 시장 활성화에 한몫을 단단히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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