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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사람사는 이야기

작은 만족 '소만(小滿)' - 소만을 맞아 들판으로 나가본다.

 


 

오늘은 '소만(小滿)'이다.

 
광명에 살 때는 농촌의 모습을 바라보기 위해서 옥길동을 자주 다녀오고는 했지만

이곳에 와서 작은 텃밭 농사를 짓게 되면서 내가 그 논밭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러다 보니 농사짓는 시기를 알려주는 절기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소만'에 심는 곡식으로는 참깨가 있고

옮겨심기를 하는 채소로는 토마토, 수박, 참외, 고구마 등이 있다.

 

 

 

 

 

 작은 텃밭을 가꾸고 있지만 그런 대부분의 채소는 사 먹기 때문에

내가 절기에 맞춰 옮겨심기 한 유일한 채소는 고구마뿐이다.


 

 

 

 

이곳은 하우스 농사를 많이 짓기 때문에 방울토마토,

 

 

 

 

 

고추,

 

 

 

 

 

참외는 벌써 열매를 실하게 맺었다.


그러니 예전 농사짓기에 필수인 절기가 이제는 거의 필요 없게 된 것 같다.


 

 

 

 

그래도 명색이 텃밭 농사라도 짓는 사람이니

이곳의 '소만'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여 들판으로 나가본다.

 

'소만(小滿)'은 24절기 중 하나로서 입하와 망종 사이에 드는 절후이다.

음력 4월 중이고, 양력으로는 5월 21일부터 약 15일간에 해당한다.

소만이란 절기의 특징은 가을 농사로 얻은 쌀이 떨어지고

봄 농사로 거두어들일 보리는 아직 거둬들이기 전이다.

그래서 양식이 떨어져서 어려운 시기에 해당한다.

그러니 예부터 이 시기를 '보릿고개'라 부르며 넘기 어려운 고개에 비유하고는 한다.

 

 

 

 

 

비닐하우스를 지나 내려간 논에는 모내기 준비가 한창이다.

 

 

 

 

 

마른 논에 물을 대고 물을 채운 논에는 트랙터로 논 갈기가 한창이다.

 

예전부터 '소만'에 모내기 준비와 이른 모내기, 가을보리 베기,

여러 가지 밭작물 김매기가 줄을 잇는다고 했는데 그 말이 딱 맞다.


농부들의 말을 빌리면 예전에는 모판을 만들면 모내기까지 성장기간이 40~50일 걸린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의 비닐 모판에서는 40일 이내에 충분히 자라기 때문에

'소만'에 모내기가 시작되어 일 년 중 제일 바쁜 계절로 접어든단다.

 

그래도 지금은 트랙터란 기계가 있어서 그렇지,

젊은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요즈음 저 기계가 없었다면 농촌의 논밭은 그냥 묵어 빠졌을 것이다.

 

그런 것을 보면 세상살이는 다 사람이 살게 되어있는 모양이다.

 

 

 

 

 

논에 물 들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큼 논에 물 들어가는 걸 좋아하셨던 아버지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나도 어느새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는 모양이다.

 

 

 

 

 

 24절기 중 10번째에 해당하는 '소만' 무렵에 나가본 들판을 돌아

해 질 녘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소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24절기의 이름을 살펴보면

소서(小暑)와 대서(大暑),

소설(小雪)과 대설(大雪),

소한(小寒)과 대한(大寒)처럼

소대(小大), 즉 작고 큰 절후의 이름이 짝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유독 소만(小滿)만 그 짝이 되는 대만(大滿)이란 절후가 없다.

소만은 글자 그대로의 뜻은 '작은 만족'이다.

대만이 없다는 것은 '큰 만족'을 바라지 말라는 것 같다.

 

 

 

 

 

'소만'이란 절후의 특징은 가을 농사로 얻은 쌀이 떨어지고

봄 농사로 거두어들일 보리는 아직 덜 익었으니 양식이 떨어져서 어려운 시기이다.

그래서 그때를 보릿고개라 불렀다.

 

쌀 한 톨도 얻기 어려운 보릿고개에 겉보리 한 되만 있어도 이것을 맷돌에 갈아서

흔한 봄나물을 넉넉하게 넣고 죽을 끓이면 우리 열 식구가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그런 어렵고 힘든 세월, 내가 어렸을 때이다.

그랬는데도 그 때는 행복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모든 것이 풍부한데도 그때처럼 행복하지가 않다.

주변과 비교하고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욕심내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이 이즈음 절기를 '소만'이라 이름 한 것은

어쩌면

'작은 만족'에 기뻐할 줄 알라고 한 지도 모르겠다.


그런 선조들의 지혜를 따라 '소만'을 '작은 만족'에 기뻐하는

옛날 마음으로 돌아가는 날로 잡아야겠다.

 

 

 

글·사진 | 렌즈로 보는 세상(김분호)
온라인 시민필진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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