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느낌 소통/광명동굴

광명 가학광산동굴 2013년 30만명 방문 돌파 - 지척에서 찾은 보석, 그 속으로 들어가다


이곳은 패션쇼 현장. 그런데 그냥 패션쇼라고만 하기엔 뭔가 좀 부족해요.


뜬금없을지 몰라도 세계 최초로 동굴 속에서 열리는 보석 & 패션쇼라는 타이틀까지 붙었으니 말이죠.








30분 넘게 빵빵한 사운드와 현란한 조명이 동굴 벽을 때리고, 대망의 휘날레 시간이에요. 특별히 마련된 동굴 예술의 전당 런어웨이를 종횡무진한 모델들이 모두 나와 관객들에게 답례하고 있어요.


그 사이 이날 사회를 맡은 이화선 씨가 연신 카메라 셔터와 박수를 쏟아내는 관객들을 향해 멘트 하나를 던집니다.







“오늘 이 특별한 패션쇼에 참석하신 분들을 위해 주최측에서 선물을 하나 준비했는데요.” 


그 선물은 바로 이날 보석 & 패션쇼를 총괄한 안소니앤테스 대표 토니권 씨가 직접 디자인한 목걸이였어요. 물론 보석쇼에 걸맞게 커다란 보석도 박혀있는...


“관객분들 중 가장 멀리서 오신 한 분께 드리겠습니다.”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자마자 관객석이 웅성대더니 여기저기서 목걸이를 향한 외침이 시작됩니다.







“광명동이요~!”, “안산!”, “대전!”, “부산!”, “제주도요!”


관중 속의 대답이 광명에서부터 점점 그 반경을 넓혀 제주도까지 넘어갔어요. 이쯤되니 ‘해외에서 날아온 사람 어디 없나?’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사회자에게 광명시 관계자의 메시지 하나가 급히 전달됐습니다.


“아, 방금 좋은 아이디어 하나가 나왔는데요, 내일이면 이 가학광산동굴 방문객이 30만 명을 돌파할 예정이랍니다. 바로 그 30만 번째 관람객에게 이 선물을 드리면 어떨까요?”


행운이 다음날로 넘어간다는 소식에 관람석도 찬물을 맞은 듯 순간 침묵이 감돌았지만, 관람객들 모두가 그 행운을 다른 분께 양보하는 데에 흔쾌히 동의했어요.







그렇게 훈훈하게 패션쇼가 마무리되고, 광명시 공식 페북지기는 곧바로 이 소식을 발 빠르게 뉴스피드에 올렸습니다. 전날 발목 부상으로 미처 패션쇼에 오지 못한 광명시 트윗지기도 페북을 컨닝한 듯, 시 공식 트위터에 발 빠르게 멘션을 남겼지요.







그리고 다음날, 이 소식이 얼마나 퍼졌을까요? 휴일을 맞은 동굴엔 여전히 오전부터 많은 관람객이 몰려들었습니다.


올해 초, 동굴을 재개방한 날부터 패션쇼가 있던 날까지의 총 방문자수는 295,358명. 대망의 30만 번째 방문자는 이날 번호표 4,642번을 뽑는 분이에요.







가학광산동굴광장의 오전 풍경은 평소처럼 별다른 일 없는 듯 평온한 모습이었어요.







그렇게 오전이 지나고, 패션쇼가 끝난 지 만 하루가 지난 9월 1일 오후 2시 45분쯤, 이날 방문객이 4,000명을 돌파했습니다. 동굴 입구에 준비된 30만명 째 방문 환영 기념행사장에 양기대 시장과 동굴 관계자들이 이제부터 슬슬 분주해집니다.







그리고 오후 3시 10분 경, 드디어 4,642의 주인공이 등장했어요. 그 행운의 주인공은 철산1동에 산다는 정진선 씨 내외와 두 딸. 오늘 이런 행사가 있는지도 몰라야 나올법한 얼떨떨한 표정이지만, 목걸이의 주인이 된 정 씨의 속마음은 뛸 듯이 기뻤겠죠.







미리 대기하고 있던 양기대 시장은 축하 인사와 함께 꽃다발을 건네주고 30만 명째 당첨자에게 마이크를 넘겼습니다.


정 씨는 마치 소감을 준비라도 한 양,


“멀리가지 마시고 가까운 곳에 있는 광명동굴에서 가족과 함께 각종 문화체험행사를 즐깁시다. 광명시를 사랑합시다!”







정 씨 가족은 양기대 시장과 동굴 관계자들이 그토록 듣고 싶어하는 말을 남기고 동굴 속으로 유유히 관람을 떠났습니다. 동굴 입구에서 관람 대기하던 사람들에게 부러움과 아쉬움을 남기고 말이죠.


그렇게 전날의 보석 & 패션쇼에서 이어진 조촐한 행사가 깔끔히 마무리됐어요.







이로써 가학광산동굴은 올해 방문객만 30만 명 돌파, 누적 방문객 총 41만 5천여 명을 기록했습니다.


올 초 광명시가 예상했던 목표치 이상으로, 생각보다 너무 많은 분들이 동굴을 방문한 것이죠. 물론 지금도 계속해서 이 기록을 갱신하고 있고요.


뜻밖의 행운을 차지한 정 씨 가족말고도 30만 명 방문이라는 의미는 광명시에게 남다를 수밖에 없어요. 가학산의 폐광을 방치하지 말고 관광자원화 시키자는 것이 광명시 민선 5기의 최대 역점 추진 사업 중 하나였으니까요.







광명시 말고도 과거 긴 채광의 흔적을 남기고 폐광된 광산 처리 문제로 골머리 앓고 있는 지역은 전국에 한둘이 아니에요. 광명도 그 중에 하나일 뿐이었죠.


그런데 광명시는 적극적으로 가학 폐광산을 수도권 유일의 동굴 관광지로 개발하기로 하고, 사유지였던 가학 폐광산 부지를 매입했어요. KTX 광명 역세권과 연계해 세계적인 동굴테마파크로 개발해가겠다는 큰 그림을 제시하면서요.







지금 광명시가 지척에서 폐광산을 재발견했을 때의 기대와 설렘이 100년 전 가학산에서 금광을 찾았을 때의 그것과 견줄만하다면 조금 과장일까요?







광명시는 2011년 8월, 민간에 동굴을 개방하고 동굴 안팎에 각종 공연과 음악회, 3D 영화 상영, 프러포즈데이, 출판기념회 같은 큰 행사를 열었고, 대대적인 홍보를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2011년 8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115,000여 명의 방문객이 동굴을 다녀갔어요.







그리고 지난 겨울, 동굴이 긴 겨울잠을 자는 동안 광명시는 그 속에 영화관, 발효식품저장고, 그리고 동굴 예술의 전당이라는 공연장을 마련해서 3D 영화, 전시회, 음악, 뮤지컬, 마술쇼, 패션쇼 같은 공연을 치르겠다는 계획으로 동굴을 재정비하고 있었습니다.







그후 올해 4월, 재단장한 동굴을 다시 시민에게 개방하고 동굴 문명전, 발효식품, 공연과 3D 영화, 각종 행사들을 동굴 속으로 밀어넣고 손님들을 맞이했답니다. 그러다보니 방문객이 점차 늘어 매주마다 수천 명씩 동굴을 방문하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가학광산동굴은 입소문과 블로거들의 후기, SNS, 신문이나 방송, 온오프라인으로 쉴새없이 거론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됩니다.


공중파, 케이블 방송, 중앙·지방·지역 신문을 가리지 않고 동굴은 올 한해 수도 없이 언론에 등장했어요. 아침 정보, 저녁 생방송 뉴스, VJ 프로그램 뿐 아니라 ‘인간의 조건’이라는 예능 프로그램까지 말이죠. 또, 중국 공영방송 CCTV2에 방영되면서 국제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답니다.


싸늘하고 음습했던 가학 폐광산이 동굴 관광지로 변모해서 최근 2년간 광명시 그 어느 곳보다 핫(hot)해진 거예요.







거기에 계속되는 폭염과 유난히 길었던 올 여름 무더위가 한몫 더해 급기야 일일 방문객 1만 명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지난 8월 11일에는 올해 방문객만 20만 명, 누적 방문객 30만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또, 8월 15일에는 하루 1만 3천여 명이 방문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죠. 대중교통이라고는 20~40분 간격의 버스 노선 하나밖에 없는 곳인데 말예요.


게다가 이번 30만 행사는 20만 명 방문을 돌파한 지 고작 3주만에 열렸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어요. 이 3주 만에 10만 명이 동굴을 찾았고, 8월 한 달 동안에만 무려 16만 명 가까이 이곳을 다녀간 거죠. 동굴이 시민에게 열린 지 만 2년만의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가학광산동굴의 흥행을 곱지 않는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아직까지 폐광산의 관광자원화에는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죠.


연계 관광지가 없다. 이용자 편익시설이나 컨텐츠가 부족하다. 예산 낭비다. 안전 문제나 피부질환, 호흡기 건강에 우려가 있다. 교통이 불편하다. 개발 방향에 밑그림이 없다. 유료화가 가능할까 등등.


동굴 테마파크로 가는 길 위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개선되야 할 것들이나 우려가 많다는 걸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가학광산동굴의 관광 자원화는 이제 겨우 시작 단계이기 때문이라 생각해볼 수 있어요. 시의 차후 계획인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고작 한 발짝을 뗀 것에 불과하다 할 수 있죠.


지금은 광산 총 갱도의 1/7밖에 들어갈 수 없는 것에 비춰보면, 앞으로의 발걸음엔 남은 6/7만큼 깊고, 많은 생각과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모두의 예상대로 폐광산이 동굴 관광지로의 탈바꿈은 시도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고, 개발 단계에서부터 많은 고민거리가 불거질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60년 동안이나 채광되었던 그 길을 다시 거슬러 쫓아가듯, 그 긴 세월의 흔적을 현재 우리의 눈높이에 맞게 다듬어가기엔 만 2년이란 시간은 아마 너무나 짧은 시간일 겁니다.


그래서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멈추기에는 아직 이르지 않을까 싶어요. 그 문제들을 하나씩 파악하고 해결하려는 노력 역시 시작되고 있으니까요.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폐광되어 방치된 동굴에 문화를 불어넣어 색다른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려는 시도와 노력에는 격려의 박수를 쳐 줄 일이라 봅니다. 그 안에서 지금까지 아무도 해내지 못한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 시의 포부대로 차근차근 동굴이 세계적인 동굴 테마파크로 변신하길 기다리면서, 지금은 그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지척의 뒷동산 놀이터, 또는 삶과 역사 교육의 현장처럼 가학광산동굴을 가끔 한번씩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문화, 학습, 휴게 공간쯤으로 봐주면 좋을 듯 싶습니다.








이제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 됐어요. 무더웠던 지난 여름, 인산인해를 이루던 가학광산동굴에도 서늘한 바람 덕에 여유가 조금씩 느껴집니다.


한 여름 피서객들이 빠져나간 해수욕장처럼 이제 조금 여유로워진 가학광산동굴. 올 가을에는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동굴 안팎의 풍경을 걸으며 나만의 동굴 속 보석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글·사진 | 곧미녀(김경애) & 한량 아빠(김도형)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1기

Blog http://blog.naver.com/hvhklove


사진협조 | 광명시 홍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