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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사람사는 이야기

수능이 끝난 후 - 수능을 끝내고 쉬고 있을 광명시의 학생들에게 고함

 

 

 

11월 즈음해서 작성해보려고 했던 글인데, 시험기간도 껴있고, 벌여놓은 게 너무나 많아서 이렇게 미뤄졌습니다. 어쨌든, 오늘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나의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수능이 끝나 성적발표도 나온 지 오래고, 지금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마지막 방학이 한창인 때입니다. 시민필진 중에서도 수능을 본 학생들이 몇 있는 걸로 압니다. 저는 그 시절, 수능만 지나면 모든 게 끝나는 거라 생각했고, 수능을 치루는 당일 아침에도 '끝나면 기분이 어떨까?' 하는 알 수 없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수능을 치루고 시험장을 빠져나오는데, '고작 이 하루를 위해서 초등학교부터 달려온 건가?' 싶을 정도로 무언가 허탈하고, 허망하고, 씁쓸했어요. 밥이나 먹고 들어가자는 친구들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멍한 기분에... 그저 집으로 향하기만 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졸업식 때는 그새 다 잊고 너무 재밌게 놀긴 했죠.)

 

수능을 치룬 다음 날 부터는 학교에 나오지 않는 친구들도 많았고, 수업도 없는 그야말로 자유로운 4교시를 지냈어요. 마음이 놓이고, 주변이 다 평화롭고,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이던 그 때. 그리고 아무것도 안하고 빈둥거리던 그 때이기도 합니다.

 

학교에 가봐야 사람도 몇 안 나오고, 하는 일없이 TV로 영화나 보여주다가 집에 가고... 일찍 끝나면 무얼 할지를 몰라, 친구와 PC방에 가고... 자고... 지금 와서 얘기지만, 그 당시 시간들이 참 아쉽고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쉬웠던 것들을 얘기하려고 해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 학생들은 제 후배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광명시 소재의 고등학교를 재학 중이거나 졸업 학년일 확률이 크겠지요. 이건 그냥 뭐, '또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하는 거겠지.' 생각하시겠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공부해!' 라고 얘기 안할 테니까, 두어 줄 더 읽어보고 넘겨보는 건 어때요? ^^

 

일단 글을 쓰는 저 자신도 공부에 크게 관심 없었고, 공부도 정말 안했고, 글을 읽고 있을 학생보다 성적이 더 못할지도 몰라요. 남들 다하는 야자, 방학 중 보충수업, 학원 일절 안다녔어요. 왜? 하기 싫으니까. 사실 해도 저는 별 도움이 안 되었거든요. 집에서 공부했으면 했지. 매번 맞아가면서 도망가고, 도망가고... 학원은 외국어 하나만 하면 좋겠다 싶어서 일본어 조금 배우다가 그만뒀네요.


왜 이런 얘기를 하는가 궁금하겠죠?

 

저 조차도 여러분과 별반 다름없이 보냈고, 그렇게 특별하지도, 또 성적이 상위권에서 놀았던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얘기하고 싶은 거예요. 이제 조금은 이입이 되나요?

 

그렇다면 하고 싶은 첫 번째 얘기는 '지원한 학과에 대해서 알아보기' 예요.

 

 

 

 

 

 

(각 대학의 홈페이지마다 교과과정 소개 및 강의계획서 등이 존재합니다.)

 

물론 똑똑한 학생들이야, 지원한 과에서 앞으로 무얼 배우고 무얼 해야할지 미리 알아두었겠지만, 저는 그 당시 별 생각 없이 살아서 잘 모르고 갔습니다. 무얼 배우는지, 무얼 해나갈지, 직업은 뭐로 갈지, 자세히 생각해본 적 없이,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했으니까 그냥 컴퓨터프로그래밍인 C언어나 하고, 뭐 그러겠지... 뜬 구름 잡는 것 마냥 막연히 생각했었죠. 저처럼 그러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최소한 대학 홈페이지에 가서 교육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무얼 배우는지.. 조금 디테일하게 보고 대비하세요. 저는 대학교에 와서 공부를 하면서보니 미적분까지는 뭐 괜찮은데, 수학이 싫어서 고등학교 때 문과를 선택한 제게는 공대 수학 자체가 큰 걸림돌이 되었네요.


안일하게 생각했던 컴퓨터 전공은 그렇게... 교차지원한 제 발목을 잡았어요.

 

두 번째로 하고 싶은 얘기는 '무얼 할지 도통 모르겠으면 인터넷 서핑을 해보는 건 어때?'예요.

 

 

 

 

 

 

(제가 사용하는 커뮤니티는 아니지만, 가장 맘에 들게 나와 있는 카테고리예요.)


수능도 끝났고 이제 고등학교 과정의 공부는 끝이 났어요. 학교 분위기도 모든 악에서 해방된 그런 분위기고, 뭔가 붕- 뜬 그런 마음일 거예요. 끝나면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거 같은데... 막상 닥치고 나니 무얼 할지 모르겠죠.

 

 

 

 

 

 

그럴 땐 인터넷이라도 하세요. 게임 커뮤니티 같은 곳 들어가란 얘기가 아니라, 어느 정도 활성화된 건전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가서 카테고리를 보세요. 그럼 정치, 사회, 고민, 자랑, 컴퓨터, 스포츠, 요리, 게임, 연예, 카메라, 여행 등등 많은 카테고리가 있을 거예요. 한 번씩 쭉 훑다가 관심이 생기는 분야가 보이면 바로 행하세요.

 

 

 

 

 

 

(작년찍은 사진들. 이런 느낌의 사진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길 가다가도 찍고, 찍고, 또 찍었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초등학교 때부터 하늘이나 노을 등의 풍경을 무척 좋아했어요. '꼭 사진으로 남겨서 나의 이런 기분을 남하고 공유하고 싶어.'라는 마음에 카메라를 꼭 갖고 싶었고 사진을 꼭 찍고 싶었지요.

 

 

 

 

 

 

전 DSLR을 소장하고 있긴 하지만, 요즘은 핸드폰 카메라도 좋아요. 스마트폰 화소가 DSLR에 근접해서 화질이 썩 나쁘지 않아요. 만날 날이 몇 달 안남은 친구들과 사진을 찍어도 좋고, 친한 친구들 도촬을 해도 좋아요. 어차피 남는 건 사진이니까요.


제 경우엔 그렇게 하지 못하고 PC방과 호프집을 전전했어요. 잘 놀았던 것도 같지만, 그 때 생각하면 왜 이리 아까울까요. 제 친구들은 그 때 운전 면허증을 따거나, 키팔(Keypal)을 하면서 외국어에 대한 부담을 덜어가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것도 좋은 방법인 거 같아요.

 

다음 세 번째로 하고 싶은 얘기는 '겁먹지 마.' 예요.

 

 

 

 

 

 

(대학 OT의 많은 사건 사고들)


곧 다가올 대학생활, 새로운 사람들. 새학기마다 나오는 신입생의 안 좋은 뉴스들... 걱정될 거예요. 하지만 왜 벌써부터 걱정을 해요? 아직 시간은 많아요. 방학도 무려 두 달이나 되고 봄방학에 졸업식까지 무지하게 많이 남았어요.

 

 

 

 

 

(그 당시 대학 합격 후, 싸이월드에서의 방명록.)

 

제 경우에는 같은 학교에 합격한 학생들끼리 싸이월드로 일촌 맺고 얘기도 나누고 했었는데, 그 중 등치가 무지 좋은 친구 한 명을 사귀기도 했어요. 말도 꽤 험악하게 하고 가끔 사고도 치고 그런 친구였어요.


메신저로 얘기도 하는 둥 마는 둥 했었지만, 학교서 만나서 '너냐?' 했던 기억이 있네요.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는데, 대학교에서 친한 친구를 사귀는 건 꽤 어려운 편이에요. 전공 수업만 해도 오전/오후 타임으로 나뉘고, 교양수업도 같이 들을 일이 별로 없거든요. 친구와 시간표를 미리 맞추지 않는 한 고등학교 때처럼 매일 얼굴을 볼 수는 없어요.

 

하지만 어차피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아요. 잘 맞는 놈이 있으면 안 맞는 놈도 있고, 좋은 놈이 있으면 나쁜 놈도 있고, 고등학교랑 똑같아요. 다만, 싸우지 마세요. 지금부터는 인간관계도 실전이에요. 체험판 끝났어요.

 

다음 네 번째로 하고 싶은 얘기는 '방학 동안 여행 다녀오기'예요.

 

 

 

 

 

 

(가평/강촌을 갈 때 기차를 타고 갔었는데, 지금은 지하철로 바뀌었죠.)


대학 들어가면 시간 많을 거 같죠? 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없고, 돈도 많이 들어요. 학비 벌으랴, 생활비 벌으랴, 유흥비 벌으랴, 바빠요. 거기에 과제도 많고, 공대는 실습도 해야하구요. 캠퍼스의 낭만은 없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겨울에 다녀온 졸업 여행입니다.)

 

사진은 수위조절(?) 하다 보니 이 정도밖에 나오질 않네요. 저는 어디있냐구요? 어... 찾아보세요. 방학 동안 공부를 해도 좋겠지만,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다 생각하고, 친구들과 가평이나 강촌이라도 놀러갔다 오세요.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거예요.


다음 다섯 번째로 하고 싶은 얘기는 '쓸데없는 것 사지말기'예요.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구요? 왠지 대학가면 노트북 한 대쯤은 있어야 할 것 같고, 캠퍼스의 낭만을 만끽하기 위해 카메라도 필요할 것 같고, 텀블러도 하나 필요할 것 같고.... 이런 저런 물건들이 많이 떠오를 거예요. 근데 괜히 돈 낭비 마세요~


물론 작은 노트북 하나쯤 있으면 유용하게 쓸 수도 있겠지만, 그걸 매일 들고 다니시려구요? 전공서적 두 권만 들어도 어깨 빠질 텐데... (팁이라면 책은 중고로 구매하시면 70% 이상 저렴해요. 대신 몇 판(版)인지 확실하게 알고 구매하세요.)

 

캠퍼스 낭만은 굉장히 드물어요~ 비싼 카메라 굳이 필요 없어요. 폰카메라가 최고예요~ 미리미리 구매해두어도 좋은 것은 '필기도구'와 '포스트잇'과 '자물쇠' 그리고 '파일'이에요.

 

 

 

 

 

 (1~2년 정도 사용할 A4용지와 전공서적들.)

 

A4용지와 전공서적 비교해 보시면 대충 두께와 무게가 어떨지 감이 오시죠? 제 것이 아닌 것도 있지만, 갖고 있으면 한번쯤은 보게 되서 친구네 대학 서적도 몇 권 있어요. 뗀 지 좀 된 책들이에요. 만화책들은 초중학교 때 보던 것 그대로...

 

 

 

 

 

 

대학교에선 과제가 일주일에 최대 10개 정도 터질 때가 있어요.(17학점 기준) 보통은 4~5개 정도구요. 문제는 과제가 뜬금포로 나온다는 것이죠. 미리 적어두지 않으면 낭패 본답니다. A4용지가 무지하게 많이 필요하고 생전 잘 안 쓰던 스테플러까지 친한 친구가 되지요. 과제가 구겨지지 않게 담을 파일도 하나쯤은 있어야해요. 저 같은 경우엔 한 학기에 A4용지 두 묶음(1,000장) 좀 넘게 쓰는 편이에요. 수업마다 과제 뽑으랴~ PPT 복사하랴~


필요한 것은 그때 그때 구매해도 충분하니, 꼭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까지는 돈!! 아껴쓰세요! 고등학생보다 더 가난한 게 바로 대학생입니다.


자, 이렇게 해서 제가 조금 아쉬웠던 것 등등... 몇 가지를 적어보았는데요. 물론 공부하는 게 가장 좋긴 하지만, 수능 치르느라 그간 고생했으니, 본인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고 공부는 잠깐 쉬되, 시간 낭비는 가급적 줄여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처음엔 수능 뒤, 남는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을 중점적으로 써보려했는데, 어쩌다보니 +@로 대학가기 전 정보를 조금 적어보았습니다. 물론 과회비 같은, 그런 상세하면서도 꼭 필요한 정보와 함께 했다면 더욱 좋겠지만, 이곳에서 '과회비는 안 내도 돼!' 그럴 순 없는 거 같아서...^^;;


참, 신입생 OT에서의 술이 조금 무섭다면, 빨리 취한 척, 잠든 척, 고꾸라지면 됩니다. 괜히 꾸역꾸역 받아 먹어봐야 좋을 게 없어요.


광명시의 예비대학생들, 방학 동안 정말 게임하느라 시간 다 보내지 마시구요. 여행도 다녀오고, 알바도 해보고, 새로운 취미도 만들어보고 하세요. 앞으로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들 거예요.

 

  "자네 특기 or 취미가 뭔가?" 라고 물었을 때 "게, 게임이요."라고 할 순 없잖아요.

 

 

 

 

 

 

대학교나 고등학교나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딱 한 가지는 확실히 달라요.


"대학교는 의무 교육이 아니에요."

 

자유롭다고 느끼는 것은 잠시일 뿐, 내가 정신 바짝 차리고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답니다. 이제부터 하는 일 모두는 대한민국 헌법을 몸소 느끼게 되는 실전입니다. 유의하세요.

 

 

 

 

 

글·사진 | 마기(강진욱)

온라인 시민필진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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