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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소소한 일상

그 집 앞 - 멀리 나가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 우리 동네

 

 

 무더운 날씨로 고생했던 기억은 어느덧 멀어지고, 이제는 길고 두꺼운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솔솔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괜스레 어딘가 나가고 싶어지는 그런 날씨.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파란 하늘에 맑은 구름은 설레는 이 맘을 주체할 수가 없게 합니다. 그러나 사람 마음은 다 같은 것인지. 맘 먹고 나간 곳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복잡하고, 크게 와 닿는 그 무엇도 없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자주 그랬습니다. 괜스레 설레고 기분 좋아지는 날씨엔....

 

"아, 날씨는 이리 좋은데, 난 여기서 뭐하는 거야....."

 

라고 생각만 할 뿐, 결국엔 현실에 타협하고 마는데, 그럴 때마다 귀갓길의 마음은 어찌나 무거운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또 그래요. 꼭 어딘가 좋은 곳으로 찾아가야만 설레는 게 아니라, 그저 이 날씨가, 이런 하늘 자체가 나를 설레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저는 어릴 적부터 하늘을 무지 좋아했어요. 파란 하늘도, 붉은 노을도,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도, 구름이 뭉게뭉게 솜사탕 마냥 낀 하늘도 모두 좋아했어요. 당시 5살이었던 제가, 하늘을 보겠다고 잔디밭에 누워있는 것을 보시고, 동네 어른들께선 "고놈, 참 특이한 놈이야." 하셨던 게 기억이 날 정도예요. 단순히 내가 사는 동네일뿐인데 뭐가 그리 이뻐 보이고 맘이 설레고 그랬는지. 하늘을 보는 그 기분이란... 마치 새 학기를 맞이하는 마음처럼 설렘과 벅참이 가득했어요.


그리고, 7살이었던 어느 날이었을 거예요. 외가 친척들 모두와 경치 좋은 한적한 별장에 놀러간 적이 있어요. 분명 하늘은 맑고, 새파랗고, 동네보다 훨씬 이쁜 곳인데... 설렐 듯 말듯... 뭔가 조금은 덜한 느낌. 그때 느꼈어요. 멀리 나가는 것만이 최선은, 꼭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그랬습니다. 특별한 장소, 인기 있는 명소, 그런 곳에 놀러 가면 당연히 예쁜 경치를 보며 기분도 좋아져야지, 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깔려있었습니다. 아름답고 이쁜 것을 보기 위해 내가 일부러 찾아왔는데... 라면서 말이죠.


그런데 집 앞에 있는 꽃이, 놀러간 곳에서 만난 경치보다 오히려 더 이쁘고 좋게 보일 때가 많더라구요. 왜 그런 걸까요? 생각치도 못했던 것.... 그런 이유에서일까요? 기대하지 않았는데, 내가 사는 동네에 이런 게 있었구나, 하는 의외성? 아니면, 사람처럼 장소에도 정이라는 게 들어 그런 걸까요?


위 사진은 올해 4월에 찍은 사진이에요. DSLR도 아닌 핸드폰 카메라로요.

 

 

 

 

 

 

 싱그러운 분홍색과 활기찬 녹색이 잘 조화되어서 기분이 굉장히 좋았어요. 딱히 멀리 안 나가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매력이 우리 동네에는 있어요.

 

 

 

 

 

 

 

 멀리서 보면 사실 이쁜 걸 잘 못 느끼실 수도 있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니, 하나하나가 이렇게 이루어져 있었어요. 저도 모르게 가만히 사진을 찍게 되더라구요. 저 뿐만 아니라, 이 길을 지나던 동네분들도 모두 발걸음을 멈추곤 '찰칵'소리와 함께 핸드폰을 들고 계시더라구요.

 

 

 

 

 

 

이번엔 위의 사진들과는 다른 분위기이죠. 며칠 전에 찍은 사진이거든요. 봄에는 눈이 부실 정도로 화사한 나무였다는 게, 사진을 찍은 저도 잘 안 믿기네요.

 

 

 

 

 

 

 같은 장소 다른 느낌. 예전부터 그런 게 있었어요. 이런 느낌의 채광과 날씨. 말로 다 형용할 순 없지만, 내가 이렇게 설레고 기분 좋은 느낌을 받는데, 만약에 사진으로 남겨둔다면, 나중에 다시 보았을 때 나는 다시 그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그리고는 2006년도, 130만 화소 폰카메라로 동네 사진을 어찌나 많이 찍었는지 모르겠어요. 맘에 드는 기분을 주는 장소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찰칵! 찰칵! 그래서 제 컴퓨터엔 같은 장소에서의 다른 화질, 다른 느낌, 다른 계절, 다른 시간을 가진 사진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 결과물이 있어 지금 같은 포스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비록 130만 화소, 200만 화소, 250만 화소의 영역에다가 제가 봐도 이상한 구도로 찍혀있는 사진들이지만, 우리 동네가 7년간 변해온 모습 그리고 변함없이 여전한 모습들까지 고스란히 담겨져있어요. 추억의 한 페이지 같은 사진들이랍니다.

 

 

 

 

 

 

 

 130만 화소에 담긴 06년의 겨울. 이 장소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집 앞'이에요.

 

 

 

 

 

 

 

 앞에서 혹은 뒤에서 찍은 것의 차이만 있을 뿐예요. 2006년부터 2010년도까지 같은 곳에서 찍은 다양한 같은 사진들이랍니다. 화질이 나쁜 탓에 모든 것을 다 담지는 못했을지라도 저는 그때 당시의 기분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이제는 집 앞을 조금 벗어나 제가 항상 지나다니는 곳 중, 설레는 곳을 담아볼게요. 2008년도의 시청 아래 분수대에요. 이거 생겼을 때 가장 좋아라했던 기억이 나네요.

 

 

 

 

 

 

 2012년도 9월의 시청 아래 분수대구요.

 

 

 

 

 

 

 이 길은 집에 갈 때 꼭 거쳐야하는 곳이에요. 귀갓길에 사진 찍은 것 중에선 손에 꼽을 정도로 많이 찍었던, 제가 좋아하는 장소예요. 이렇게 밝은 날의 상쾌한 느낌도, 해가 질 무렵의 아련한 느낌도.... 좋답니다. 한적하고, 쓸쓸한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집에 가는 길은 즐거우니까요.

 

 

 

 

 

 

 이 분들도 저와 같은 느낌을 한번쯤은 받아 보셨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슬슬 해질녘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외출 시 해질녘일 때는 집 앞이나 이곳이거나 둘 중 하나에 서 있곤 해요. 왜냐면 가장 이쁘거든요.

 

 

 

 

 

 

 과도하게 캘빈값을 올린 사진이긴 하지만, 땅바닥에 보이는 흙의 색감이나 빛이 딱 저런 느낌이었어요. 고등학교 다닐 때 귀가 시에 항상 이곳으로 와서 괜히 센치해지곤 했던 기억도 있어요. 이처럼 꼭 어딜 가지 않더라도 내가 항상 다니는 길과 집 주변에는 미묘한 매력과 의외의 설렘이 숨어있어요.

 

 

 

 

 

 

 08년도의 벚꽃. 그리고....

 

 

 

 

 

 

 

 2012년 가을의 나뭇잎들. 다가오고 있는 시간들은 또 어떠한 풍경으로 나를 맞이할지 마냥 기다려지네요.

 

 

 

 

 

 

 집 앞에 새로 생긴 정자. 주민들에게 있어 이만큼 정감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정자는 또 없겠죠.

 

제가 7살 때 별장을 다녀온 이후, 두루뭉술하게 생각하던 것의 결론은 이러합니다. 항상 있는 곳, 항상 지나는 곳이라 이쁘지 않은 게 아니라, 멀리서만 뭔가를 찾으려했던 인식부터가 잘못된 거였구나, 라구요.

 

 

 

 

 

 

글·사진 | 마기(강진욱)

온라인 시민필진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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