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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소소한 일상

가을을 만나는 시간, 오후3시 - 휴일 3시 즈음 광명의 오후를 엿보다

 

 

 

9월의 휴일 오후,

가을은 오는데 문득, 내가 서성이는 거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작은 일탈을 꿈꾸며 집 밖으로 나갔다.

작은 일탈. 그래봤자 동네 뒷산이 고작이다.

좀 멀리 돌아가더라도 내가 다니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택했다.

조금씩 오고 있는 가을을 맞으러......

 

 

 

 

 

모두들 조상님 산소에 벌초하러 갔을까?

사람의 흔적이 뜸하다.

 

 

 

 

 

 

텅 빈 거리는 한가하다 못해 쓸쓸한 분위기까지 풍기고,

주차장 출입구에 씩씩하게 그려져 있는 화살표도 오늘은 한가하다.

 

 

 

 

 

한 주일동안 바빴던 자전거도 휴일 오후의 가을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중이다.

 

 

 

 

 

 

늘 누군가를 앉혀야 마음 편한 벤치.

아무도 없는 빈몸으로의 이 시간이 어쩐지 어색하여

가을 햇살에게 말을 걸고 있는 오후 세시.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두 녀석이 야구공 던지기 연습 삼매경이다.

제법 빠른 속도감 때문일까? 가슴이 움찔 움찔 하였다.

공 던지는 포즈를 사진으로 찍고 또 찍고 있는 아이들.

 

선선한 그늘에서 가을은, 저 아이들의 한 페이지에 스며들고 있다.

 

 

 

 

 

 

가을은 또 저 열매들의 몸 속에 햇빛과 바람을 실어

과육의 내용을 채워주고 있는 중인가 보다.

 

 

 

 

 

가을의 오후를 따라 자분자분 걷다 보니

아! 반가운 펌프가 눈 앞에 나타난다.

도덕산 입구에 있던 우물에 펌프를 설치해 놓은 것이다.

그 옛날 우물이 있던 자리에 펌프가 자리하던 날, 얼마나 신기했던가.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아 펌프에게 악수를 청할 뻔 했다.

 

 

 

 

 

 

펌프에는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 있다. 마중물....

지난 여름, 기상천외의 폭염으로 힘겨운 날들을 보내고 지친 광명시민들에게

이 도덕산 자락에 불어오는 구월의 바람은 가을로의 마중물이 되리라.

 

 

 

 

 

 

저 길을 따라 가을은 천천히 오는가.

저 푸른 잎들의 잎맥을 타고 가을은 스며들고 있으리라.

 

 

 

 

 

 

그녀들은 가을이 오는 휴일 오후를 보러 산에 오른다.

한 주일 동안의 피로를 날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저만치 여름의 햇살 끝자락이 아쉬움에 자꾸만 뒤돌아 보며 주춤거리고 있다.

 

 

 

 

 

 

어느새, 쑥부쟁이가 가을을 온몸으로 안아들이는 풍경 앞에 섰다.

연보랏빛 군무에 정신이 혼미하다.

 

 

 

 

 

 

꽃잎을 활짝 젖히고 달콤한 초가을 햇살을 받는 쑥부쟁이.  

화려한 문양을 자랑하는 나비들은 쑥부쟁이 위에 앉아 광명의 일부가 되어준다.

 

 

 

 

 

 

나비와 꽃, 기다리고 기다리던 해후일까?

나비에게 물어나 볼까.......

 

 

 

 

 

 

고즈넉히 드리워진 그림자 무더기.

저 고독한 등을 가진 한 생을 위로해 주는 것도

가을의 의무라고 말하고 싶다.

 

 

 

 

 

 

도덕산 끝자락에 다다라

정자에 앉아 마시는 커피 한 잔, 그 맛이 황홀하다.

가을내음 묻어나는 선선한 바람은 더욱 황홀하다.

 

 

 

 

 

 

도심의 소음과 공해 속에 찌푸려진 몸과 마음을 풀어보자.

하나, 둘, 하나, 둘.....

으쌰, 으쌰....

 

 

 

 

 

 

먼 하늘을 향해 여름의 뒷자락에 소리쳐 본다.

무더웠던 여름이여, 안녕!... 이라고.

 

 

 

 

 

 

태풍 볼라벤에게 스러진 나무의 밑둥이 혹독했던 시간을 말해 준다.

그래도 이곳을 지나는 다람쥐에게는 쉼터가 되어 줄 수 있으리라.

 

 

 

 

 

 

지난 여름 초록에 지쳤던 풀들도 가을을 감지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계단을 통해 여름을 보내며, 가을을 맞으며, 산에 오르고

산에서 내려 온다.

 

 

 

 

 

 

아득해 보이지만 한발 한 발 내딛으며 오르고

한 발 한 발 내려딛으며 내려온다.

무섭게 더웠던 여름도 하루 하루 속에 물러가고

아름다운 가을에게 자리를 천천히 내어 주듯이....

 

 

 

 

 

 

지친 다리 혹은 지친 마음을 쉬게 해 주던 저 자리에

오늘은 아무도 앉는 이 없다. 휴식이다.

 

 

 

 

저기 어디서엔가 가을이 왔다.

휴일 오후 세시즈음.....

 

가을이 오는 '광명' 오후 한 켠의 스케치를 마친다.

 

 

 

 

글·사진 | 제리(이현희)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2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