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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소소한 일상

광명의 마을 탐방 - 꼭대기를 아시나요?

 

 

 

 

길을 나섰다.


작은 도서관과 지역 아동센터에 독서수업을 가게 되는데 수업하기 전 아이들과 얼굴도 익히고 미리 인사를 할 생각으로, 내 머리에 불을 쏟아 붓는다.

 

 

 

 

 

우리는 낯선 지역이나 길을 갈 때 네비게이션이나 스마트 폰으로 길 찾기를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길을 찾지 못해 헤매거나 길을 잃을 염려는 희박하다.

그런 첨단기기의 시대의 중심에 사는 내가 그 날 길을 잃었다. 자발적 헤맴이리라.

 

문득 뒤를 돌아보니 저 아래 쪽이 아득하게 내려다보인다.

 

 

 

 

 

위치를 물어보고 길을 나설 수도 있었겠으나 난 길을 찾으며 그 주변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맛보기로 작정한 터다.

 

 

 

 

 

 

먼 발치에서 올려다보고 아, 저기는 언덕길이 참 가파르구나 라고 생각하며 눈 내린 겨울 그 길을 오르내릴 주민들의 안전을 살짝 걱정하곤 했던 저 언덕, 가파른 계단 길.

 

 

 

 

 

첫 마음은 살짝 두려웠다.

무작정 가다가 진짜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얇은 두려움과, "별 걱정을~~~ 길은 다 통하게 돼 있어. 그러니 무작정 가 보는 것도 괜찮을 거야."라는 가느다란 모험심. 이 두 가지의 목소리가 내게 선택을 종용했다.

 

 

 

 

 

그래 결심했어.

 

가느다란 모험을 즐기기로 했다. 그래서 꼭대기로 걸어 올라갔다.

 

 

 

 

 

거기, 하늘 아래 그리운 고향 같은 길이 펼쳐져 있었다.

내 어머니 눈꼬리 같은, 정겨운 각도로 구부러진 흙길이, 꽃길이 두 팔 벌려 나를 반기는 게 아닌가.

 

 

 

 

 

아, 그런데 이쯤에 있어야 할, 내가 찾는 넝쿨 작은 도서관이 없다.

하늘만 보이는 꼭대기에서, 길을 잃은 나. 그 막막함에서 만난 장미꽃 같은 아이에게 길을 물었다.

 

 

 

 

 

아이의 뒤꿈치를 따라가 안내받은 곳, 하늘 아래 첫 집이다.

 

차들이 쌩쌩 달리고 모두 바쁘게 돌아가는 저 아래 세상과는 사뭇 먼, 작은 세상에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온 것이라 상상을 하게 하는 동네.

 

 

 

 

 

한가로움과 여유로움이 푸르게 펼쳐진 동네. 그곳에 넝쿨 작은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가파른 언덕배기 지형을 이용하여 지어진 건물인지라 앞쪽과 뒤쪽이 많이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이곳이 넝쿨 도서관임을 알 수 있는 상징, 담쟁이넝쿨이 어느 멋진 별장을 연상케 하지만 알고 보면 많이 열악하고 소박한 내부시설의 건물이다. 그래도 흐뭇한 것은 많은 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점과 동네 엄마들이 봉사하며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는데 몫을 담당해 준다는 점이다.

 

아이를 키우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살구나무와 개복숭아 나무이파리도 이 마을 아이들의 정서를 촉촉이 물들여 주는데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같다.

 

 

 

 

 

지름길을 일러 주시는 관장님과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도서관을 나와 본격적으로 마을 탐방을 해 보기로 했다. 초록 더미 속에서 어쩌면  이름에 걸맞지 않게 외로워 보이는 장미꽃을 만났다.

 

왠지 저 아래 도심 속에서 인위적으로 가꾸어진 화려하고 찬란한 장미와는 달라 보여 한참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저 작은 오솔길을 따라가면 유토피아가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며 걸었다.

길을 잃었기에 만났을지도 모를 뜻밖의 유토피아~~~

 

 

 

 

 

 

고향을 떠나온 계집애에게 객지는 외롭고 쓸쓸한 것

햇살 비 내리는 오월이면 낮은 담장마다 흐드러지게 피어

고개 내민 장미들이 회색빛 도시에 꽃물들이고

그 꽃 밑에서 깔깔대는 계집애들은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알 수 없는 날들 속에서 인생의 가시들 하나둘 내게 매달릴 때

붉게 터지는 꽃 네게만 마음을 다 주었지

붉게 터져 벙글어진 꽃 속에는 고향에서 울던 뻐꾸기 푸드덕 날고

사진 속 계집애들 여전히 꽃물 웃음 깔깔대는 데~~~

 

언젠가 장미꽃을 보며 적었던 시 일부분이 생각나는 꽃 무더기 앞에서 나의 그리움은 무너져 간다.

 

 

 

 

 

정신을 차리고 올라오던 길의 반대방향으로 내려가 본다.

조루가 걸려있는 오후 풍경이 나른하게 펼쳐지는 막다른 길. 인적은 간데없고 조루가 낯선 방문객을 맞는다.

 

 

 

 

 

한 조각의 땅이라도 놀리는 것은 땅에 대한 예의가 아니리라.

그래서 담벼락 아래 조각 땅에 기둥을 세우고 오이넝쿨을 올리는 손길이 있었을 터, 윤기나는 오이잎에서 고향이 보인다. 시간을 먹고 오이가 주렁주렁 열릴 때쯤 다시 한 번 찾아와야겠다고 초대받지도 않은 방문을 혼자 계획해 둔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벽화에서 이정표의 힌트를 얻어 새겨 두었다.

 

 

 

 

 

다음에 이 마을을 찾을 때 자동차, 네비게이션은 없어도 된다.

 

 

 

 

 

저 아이들이 오르는 계단을 오르고

 

 

 

 

 

가끔은 오던 길을 돌아보다 또 오르면

 

 

 

 

 

꽃같이 연하고 소박한  마을 사람들과 만나고

 

 

 

 

코사마트 방향으로 접어들어 오른쪽으로 살짝 방향을 틀어

 

 

 

 

 

골목길을 돌고 샛길을 지나, 천안슈퍼를 지나

 

 

 

 

 

철산 4동 아름다운 마을에 있는 넝쿨 도서관도 만날 수 있다. 이제는 길을 잃지 않을 거다.

 

 

 

 

 

무심한 듯 서 있는 가림막과 상추들이 바람과 인사하는 정겨운 마을.

울퉁불퉁한 돌담길을 보며 뛰노는 이 마을 아이들의 마음엔 미움이 싹트지 않을 것 같다.

 

 

 

 

 

7살 아이의 눈빛이 샘물같이 맑아 보인다.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이곳에 거주하는 분들은 다소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어쩌면 누구나 그리워하는 지난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기에 지친 마음의 안식처가 돼 줄 것만 같다.

 

광명에 20여 년을 살면서, 지척에 있음에도 처음 가 본 꼭대기 마을여행,

내 몸의 고단함과는 반대로 마음은 행복한 시간으로 남는다.

 

 

 

글·사진 | 제리(이현희)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2기

http://blog.naver.com/hyunhi1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