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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소소한 일상

비, 구름이 산에 그린 그림 - 장마에 젖은 구름산을 오르다

 

비, 구름이 산에 그린 그림
장마에 젖은 구름산을 오르다

제1기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박문형
Blog. http://fbpark.tistory.com
도마뱀과 참새


휴가 중에 색소폰 연습장만 오가는 남편과 구름산으로 피서를 가기로 했습니다. 색소폰 사고 동호회 회비도 내느라, 내년 휴가비까지 다 썼기 때문에 올해는 피서를 멀리 갈 수 없습니다. ㅜㅜ




 

우리집은 소하2동에 출입금지구역(군부대)의 오른쪽에 있는 대신빌라 옆집의 옆집의 옆집쯤 됩니다. ^^ 
구름산이 뒷산이라 겨울을 제외하고 한 달에 두세 번쯤 가벼운 마음으로 운동 삼아 오르내리곤 하죠.

"구름산 237 미터"라고 적힌 곳이 정상입니다. 우리집에서 정상까지 20분도 안 되는 거리라서 정상에 올라도 정상에 올랐을 때의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없습니다. ㅎㅎ;
정상에서 보건소까지 쉬지 않고 가면 한 시간 정도 걸리지요.



 

위 지도에서 보이는 "철조망 구간"을 따라 올라갑니다. 장마가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엄청난 폭우까지 쏟아졌으니 한 달여 만에 오르는 산입니다.



 

 

푸른 잎사귀에는 물방울이 방울방울 맺혀있고, 올라가는 길은 흙이 쓸려나가서 깨끗한 돌조각만 밟혔습니다. 상수리나무 잎과 새의 깃털이 떨어져있습니다.
 


 

작년, 장마가 끝난 뒤에 남편이 이 버섯을 영지버섯이라고 따왔었습니다.

말리겠다고 뒷마당에 내어놓고 지나가는 동네사람들에게 두루 물어봤지만 영지버섯이라고 확인해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남편이 한눈파는 사이에 제가 홀랑 다 내다 버렸지요.

뉴스에 나오기 싫으니까요.^^

습습한 음지에 피는 꽃, 그렇게만 봐줘도 충분하지 않은가요?



 

이끼가 바위에게도 모처럼 푸른 옷을 입혀주고 담쟁이도 스카프인 듯 장식해줍니다.




 

작년, 재작년 폭풍이 불 때, 쓰러진 나무들입니다. 비 온 뒤에 산에 오르니 더 두드러져 보였습니다.




 

"단풍이다!" 감탄하자 남편이 병들어서 떨어진 것들이라고 합니다. -_-;;;;

 


 

여기는 맨위의 지도에서 보이는 소하동쪽으로 내려오는 길입니다.
도중에 약수터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시멘트로 만든 수로조차도 거의 말라있었는데 장마가 오랫동안 계속되니 물이 사방으로 넘쳐납니다. 
 


 

흙이 유실되고 등산로가 일부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번 폭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보여주네요.




 

숨은 그림 찾기. 시작~

"개구리닷~" 외치니 지나가는 등산객이 "두꺼비지요~"하네요. -_-;;;;;;
떡두꺼비 같은 아들이란 이렇게 생긴 아들? ^^



 

구름산에서는 가끔 청솔모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 모습을 이렇게 사진에 담기는 처음입니다.

청솔모가 도망갈까 봐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고, 당겨서 찍어 흐리게 나왔나봐요.
청솔모는 사진을 대여섯 장이나 찍는 것도 모르고 뭔가를 아주 맛있게 먹고 있었습니다. 귀엽지요?
보호색이 완벽하지 않나요? 깔고 앉은 나무색하고 정말 비슷해서 눈에 잘 띄지도 않아요.

빗방울이 갑자기 후드득 거칠게 떨어지자 놀라서 집으로 화다닥 뛰어가더군요.
이크~ 우리도 놀라서 아직 멀기만 한 집을 향해 냅다 뛰었습니다.



 

청솔모는 금방 집으로 돌아갔겠지만, 우리집은 아직 멀고멉니다.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장마 전에는 없던 물길이 더러 보입니다. 물은 차갑고 시원합니다.
 


 

작년에는 폭풍도 심했었지요. 이것도 그때 쓰러진 고목일 겁니다.

아마 시청 담당부서에서 정리하려고 잘라놓은 듯합니다.
껍질이 하얗게 비늘처럼 일어나 있고, 그 위로 푸른 나뭇가지들이 다시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비가 한 달 이상이나 흠뻑 오고난 뒤에 산에 오르는 건 처음입니다.

등산길은 물에 씻겨서 깨끗한 돌조각만 있는 곳도 있지만 유실되어 질퍽거리고 위험한 곳도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보다는 느린 속도로 걷게 됩니다.
발밑도 많이 내려다보게 되고요.

푸른 하늘과 우거진 녹음에 감탄하며 걸을 때는 만날 수 없었던 풍경들을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