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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소소한 일상

할머니, 거리를 부탁해~ - 거리가 깨끗해지는 불법광고물 수거보상제도

주황색 능소화 넝쿨이 늘어진 담장을 따라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앉아 계십니다.
 

 

매달 셋째 주 화요일이면 광명시청에 오시는 분들입니다. 바퀴가 달린 작은 밀대에 가득 싣고 온 짐들은 도착한 순서대로 줄을 서 있고, 할머니들은 아침부터 내리쬐는 땡볕을 피해 그늘을 찾았습니다.


“몇 시에 오셨어요?”
“새북(새벽) 같이 왔제. 얼릉 줄 설라고.”

바퀴 달린 밀대에 실린 박스며, 자루, 가방마다 꼬깃꼬깃한 전단지(불법광고물)들이 가득합니다. 유모차에도 노끈으로 꽁꽁 동여맨 전단지 뭉치들이 보이네요.

00관광나이트, 00헬스요가, 00대리운전, 00마트 할인행사…. 명함 크기의 작은 광고물부터 대형 포스터만한 것까지, 과외모집 광고부터 미성년자 관람불가의 성인광고물까지, 종류도 크기도 다양합니다. 이른바 불법광고물들이죠.




 

광명시는 2008년 2월부터 길거리 불법광고물을 모아오는 이들에게 보상금을 주는 ‘불법광고물 수거보상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거리도 깨끗해지고, 수거물 양만큼 보상도 해주는 제도입니다. 소외계층 지원 차원에서 70세 이상 어르신이나 장애인 등 일자리 소외계층만 수거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도대체 얼마이기에?
 
“5원도 주고, 20원도 주고, 젤 큰 놈은 50원이야.”

 


눈이 동그래진 저에게 할머니들은 “돈벌이 되구 말구. 최고 많이 받으면 5만원이야. 5만원이 어딘데” 한목소리로 말씀하십니다.

“반찬거리도 사고, 길 가다 떡볶이도 사먹고, 순대도 사먹고, 물세․전기세도 내고 쓸 거 많아.”

이 불법광고물 수거 보상금으로 할머니들은(할아버지 두세 분이 계시지만, 할머니들 기에 눌려서인지 맨 뒷줄에 밀려 계시네요^^) 한 달에 한번, 최고 5만원을 벌 수 있다고 합니다.

5만원어치를 매달 꼬박꼬박 주워 오신다는 할머니의 ‘만땅’ 밀대를 밀어보니 헐, 이걸 어떻게 끌고 오셨을까요?  




 

포스터 크기 전단지는 1장 50원. 사진처럼 100장 1묶음이면 5천원이라네요.



 

전단지 일반형은 1장 20원.




 

오는 길에도 몇 장 주워오셨다는 ‘명함형’은 1장 5원.


벽보(30x40cm 이상)는 매당 50원, 전단지 일반형은 매당 20원, 명함형은 매당 5원.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시는 강모 (72) 할머니는 벽보 300장, 전단지 일반형 1,000장, 명함형 200장을 모아서 4만5천원을 입금받기로 했습니다.

“그~럼. 돌아댕기다 눈에 뵈는 대로 다 떼. 전봇대고, 버스 정류장이고, 길바닥이고. 새벽에 상업지구 나가면 많이 주울 수 있어.”

광명시에서 이 제도가 시행된 2008년부터 빠짐없이 수거를 했다는 원조(!) 김모 할머니는 초보 수거자들에게 느긋하게 노하우를 풀어 놓으시네요.



 


할머니들이 전단지를 떼는데도 비결이 있답니다. 전봇대나 벽처럼 잘 떼어지는 전단지는 비가 온 다음날 나가면 젖어서 잘 떨어진답니다. 그런데 젖은 전단지는 집에 와서 잘 말렸다가 100장씩 묶음을 만들어야 한다. 수거 날이 가까워지면 집안이 전단지 더미가 쌓여 “집이 돼지우리(?)가 된다”고 하시네요. 휴~

지난해부터 이 일을 해왔다는 이용옥(75) 할머니. 간혹 전단지를 붙이러 다니는 사람들과 실랑이를 할 때도 있답니다.

“버스정류장에다 전단지를 10장도 넘게 붙이기에 떼어가려고 했더니 좀 봐달라고 사정을 하더라고. 정 떼어가고 싶으면 3시간만 있다가 떼라고.”

전단지 떼러 다니는 할머니들도 많아서 마음 약하게 먹었다간 장수를 채워오지 못하신답니다.

할머니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는 시민들도 많답니다. 무엇보다 거리가 깨끗해져서 좋다고 하네요.



 

이윽고 9시 반. 지도민원과 광고물팀 정덕식 주무관이 접수를 합니다. 광고물 묶음을 꼼꼼하게 세고, 신청서에 광고물 종류와 매수를 적습니다. 보상금은 다음달 초에 계좌로 입금됩니다.




 

 

접수대에서 잠시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어느 할머니가 모아온 명함들이 너무 깨끗해서(!) 문제였어요. 정 주무관은 “길에서 주워 오셔야지, 이렇게 갖고 오시면 정산을 해드릴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옆의 할머니가 가져온 광고물 뭉치를 가리키며 “이 분이 갖고 온 게 정답”이라고 말하네요. 과연 길에서 한/장/한/장 주워온 정성이 느껴지네요! 섭섭하다는 할머니에게 줄을 서 있는 분들이 ‘당연히 주워와야지’라며 거들어주니 금방 수습이 됐습니다.




 

꼬깃꼬깃 전단지 묶음. 이게 모범이에요.



 

접수하면 열흘 이내 할머니 쌈짓돈 입금



 

접수가 끝난 광고물 뭉치들은 트럭에 실립니다.

지도민원과에서 운행하는 이 2톤 트럭에는 매달 수거일마다 1.8~2톤 분량의 광고물이 실린다고 합니다.



 

이 광고물들은 어디로 갈까요? 학온동 소각장에서 순식간에(!) 잿더미가 된다고 합니다. 모으는데 한 달 공력이 들었는데, 왠지 아쉬운 느낌이 드네요^^




 


작년엔 광명시에서 연 1,221명(중복 제외하면 299명)이 참여하여 불법광고물을 무려 279만 4,652장 수거했대요. 1년간 보상금이 총 8천만원 지출됐으니, 1인당 평균 37만여 원을 가져가신 셈이죠.

작년엔 일주일에 한번, 1인당 최고 10만원어치까지 보상해줬지만, 올해는 예산이 작년의 절반인 4천만원이어서 수거 횟수가 1회로, 보상금 최고액이 5만원으로 줄었어요. 할머니들은 이구동성으로 “이 좋은 제도가 없어지면 안 된다”고 하소연하며, 횟수와 보상금도 늘려달라는 말을 꼭 넣어달라”며 당부하셨습니다. 요구 사항을 적었는지 공책 검사까지-.-;;

다행히 담당자인 정 주무관은 "시민들의 호응이 좋아 내년에도 예산 확보(증액)만 된다면 계속 시행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이 제도가 실시하기 전에 비해 도로변의 전신주, 신호등, 가로등, 주택가 등에 부착된 불법벽보가 확실히 없어졌으며, 상업지구도 깨끗해졌다“면서 다른 시와 비교한 사진들을 보여주는데, 광명시 골목골목이 역시 반짝반짝하네요.

때로는 떼를 쓰는 할머니들에게 혼줄이 나기도 하지만, 담당자 역시 이 제도가 광명시에 참 좋다고 하네요. 수거물 중 고질적인 전단지를 선별 과태료 부과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고 하니까요. 직원들과 공공근로자들이 불법광고물 수거에 나서고 있지만 일손이 많이 모자라는데, 수거보상제 덕분엔 큰 효과를 보고 있답니다. 

불법광고물도 없애고, 할머니 쌈짓돈도 생기는 이 제도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광명시 불법광고물 수거보상제도

광명시 70세 이상 노인 또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불법 벽보 및 전단 등을 수거해 올 경우 일정 수거보상금을 지급해주는 불법광고물 수거보상금 제도.

□ 시행시기 : 2011년 3월 ~ 12월(연중 실시)
참여대상 : 관내거주 70세 이상 노인 또는 장애인
접 수 일 : 매월 넷째 주 화요일(월 1회)
접수시간 : 09:30 ~ 11:30
접수장소 : 시청 제2별관 지도민원과 앞 주차장내
보상금 지급한도 : 1인/월 5만원 한도내
   * 벽보 : 장당 50원    *전단 : 장당 20원  *손명함 : 장당 5원

보상이 되는 광고물이란?
   * 주택가 또는 도로변 신호(가로)등주, 전신주 등에 부착된 불법 벽보
   * 상업지구, 도로변, 차량 등에 무단 배포된 전단

보상이 안 되는 광고물은?
   * 아파트나 단독주택 현관 또는 우체통에 있는 부착된 광고지
   * 미 배포되거나 신문지에 끼워진 전단지 및 타 시군에 설치된 광고물

보상금 지급 : 접수 후 10일 이내 본인계좌 입금

자료 제공 : 지도민원과 (02-2680-2669)

제1기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솔솔(김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