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 소통/사람사는 이야기

봄을 몸 안 가득히 - 옥길동에서 딴 냉이로 만든 향긋한 봄 밥상

 

 


어느 평일의 늦은 오후.


점심을 먹고 남편과 함께 옥길동으로 봄나물을 뜯으러 갔습니다.

 

들로 나가보니 봄은 벌써 우리 속으로 들어와 있네요.


냉이가 얼마나 크게 자랐는지 머잖아 꽃을 피울 것 같습니다.

 

며칠전 갔었던 시장에는 봄나물이 지천이었지만 그건 남쪽 지방에서 캔 것으로만 알았는데...

 

 

 

 

 

정의 : 경기도 광명시에 속하는 법정동.


명칭 유래 : 옥과 같은 돌이 산과 들에 많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에서 옥길이라 하였다.

 

행정동인 광명6동에 속해 있으며 대부분 지역이 개발 제한 구역에 해당하는 농촌 지역이다.

동쪽으로 목감천을 사이에 두고 광명7동, 서쪽으로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남쪽으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과 이웃하고 있다. 목감천에 광남교·광남1교·식곡교가 놓여 있고, 옥길동 관내를 동서 방향으로 흐르는 옥길천에는 옥길교·옥길1교가 놓여 있어 남북을 연결한다.


출처 : 디지털 광명문화대전

 

 

 

 

 

 두길리삼거리를 지나 들어간 햇살 쏟아지는 두길리는 봄 느낌이 물씬합니다.


지난가을을 담고 있는 목을 길게 뺀 마른 해바라기도

 

 

 

 

 

지난겨울을 고스란히 이고 있는 개똥쑥도


봄날의 늦은 오후를 느긋하게 즐기고 있네요.

 

 

 

 

블록 담을 따라 올라가는 담쟁이도 벌써 옅은 봄빛을 띠고 기지개를 켜고 있네요.


머잖아 옅은 녹색의 새순이 뽀족 거릴 것 같아 바라보는 저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렇게 옥길동의 봄을 느끼는 식물들의 모습을 보니 제 몸까지 따뜻해집니다.

 

 

 

 

 

 도심에서 십 분 거리지만 공기가 맑고 물이 깨끗한 옥길동.

 

 밭에는 벌써 냉이가 이렇게 크게 자랐네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 보이지 않았는데

 

이렇게 봄은 길고 지루했던 겨울을 멀리 보내고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들로 나온 우리 집 남자도 나물 캐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냉이를 캐서 흙을 툭툭 털어내고 다듬어 담는 모습은

 

영락없이 나물 캐는 아가씨의 모습이네요.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캤을까 싶은데 집에 돌아와서 씻어 보니

 

이렇게 제법 큰 양푼에 가득하네요.

 

양이 어찌나 많은지 우리 두 내외가 다듬는데 만도 두 시간이 걸렸답니다.


깨끗하게 다듬어 놓은 인물이 훤한 냉이를 보며 우리 남편


"돈 주고 사면 만원은 넘겠다."


라고 하면서도 처음으로 캔 냉이가 너무 신기한 모양이네요.

 

 

 

 

봄 냄새 가득한 들에서 직접 캐 온 것이니 얼른 반찬을 만들어야지요.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쳐서 깨끗하게 씻은 다음

 

 

 

 

 육쪽마늘 듬뿍 빻아 넣은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에 버무렸네요.

 

 

 

 

 

 입안으로 스며드는 진한 냉이 향기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지만 이것 한 가지로 만족할 수 없지요.

 

 

 

 

 

무를 채 썰어 넣고 국을 끓이려고 깨끗하게 씻어서 준비했지요.

 

 

 

 

생콩가루를 묻혀 따림이국을 끓여 먹으려고요.
 

 

 

 

 

따림이국

  

경상도 지방에서는 넓은 평야가 있는 지방이 아니고 산이 많은 곳이라 논보다는 밭이 많았지요. 그래서 예전부터 밭에서 나는 곡식이나 채소를 식재료로 많이 썼답니다.

 

밭에서 나는 곡식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콩은 메주를 쒀서 된장을 만들기도 하고 두부도 만들어 먹기도 했지만 생으로 빻아서 콩가루를 만들어 음식을 만들어 먹었지요.

 

고기가 귀하던 시절 생콩가루는 우리들의 주된 단백질을 공급하는 식품이었습니다. 칼국수를 밀가루와 섞어 만들어 먹기도 하고, 콩죽을 끓여 먹기도 하고, 시래기도 삶아서 콩가루를 묻혀 국을 끓여 먹기도 하였지요.

 

그러니까 모든 채소들은 콩가루를 묻혀서 국을 끓이거나 찜을 해서 먹었답니다. 그렇게 콩가루를 묻혀서 끓이는 국의 이름을 따림이국이라고 했지요. 아마도 푹 달인다고 그렇게 불렀던 것 같네요.

  

 

 

 

 

 

 냉이 따림이국은 무 채를 먼저 넣고 팔팔 끓으면 콩가루 묻힌 냉이를 넣어야 먹음직스럽고 예쁘게 끓일 수 있지요.

 

그래야 옷을 입힌 콩가루도 벗어지지 않고요.


그렇게 뭉긋하게 한 십분 정도를 끓여 내니

 

 

 

 

 요런 깔끔하고 맛난 냉이 따림이국이 되었답니다.

 

한 숟가락 먹어보니 입안으로 스며 부드러운 맛과 향이 예술이네요.

 

봄이 온 봄 안으로 가득하게 들어오는 느낌입니다.

 

 

 

 

 

그 향긋한 봄 내음을 우리만 느끼기가 아까워 오늘 만나는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가지고 나갑니다.

 

냉이 향은 우정을 타고 흐를 것 같네요.

 

 

 

글·사진 | 렌즈로 보는 세상(김분호)
온라인 시민필진 2기


Blog http://blog.daum.net/helim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