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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소소한 일상

엎치락 뒤치락 동몰이 전쟁 - 광명3동에서 정월 대보름을 맞아 윷놀이 대회를 했어요.

 

 

지난 25일은 우리의 고유 명절 중 하나인 정월 대보름이었죠. 다들 오곡밥과 나물 드셨는지요? 쟁반같이 둥근 보름달을 보고 달님에게 소원도 빌어 보셨나요?

 

 

 

 

 

제리가 사는 광명3동에서는 해마다 정월대보름에 대보름 척사대회를 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즐거운 윷놀이를 하니 주민자치센터 3층으로 꼭 참석'하라는 문자가 왔어요.

 

 

 

 

 

저는 '윷놀이' 하면 어린 시절이 떠오르곤 합니다. 겨울방학이 되면 딱히 놀러 갈 곳은 없고 날이 춥고 하니 방 안에 들어 앉아 친구와 단 둘이서 죽자 사자 승부를 가르며 윷가락을 던지곤 했었죠. 한번 윷놀이를 시작하면 몇 시간이고 윷놀이를 했고 지고 있는 쪽에서는 입이 댓 발 나왔었답니다. 같이 윷놀이 했던 친구가 져서 화를 씩씩 내며 돌아갔었던 장면이 윷가락과 함께 필름처럼 지나가네요.

 

 

 

요즘 도시에서는 정월대보름을 잘 챙기지 않는데 우리 동네에서는 척사대회를 하기도 한답니다. 주민 봉사자들로 이루어진 여러 단체들이 모여 오곡밥도 나누어 먹고 한해의 액운을 떨쳐 내죠. 물론 우승한 팀에게는 푸짐한 상품도 걸려 있습니다.

 

 

 

 

캬아~ 노오란 주전자에 가득 찬 막걸리가 유혹하네요.

 

어린 시절 아버지 심부름으로 사오던 막걸리를 집으로 가는 길에 찔끔 찔끔 마셔버리고 취해 버린 날을 기억하시는 분들도 있으시죠? 그런 아련한 이야기를 가득 담은 주전자가 저보다 먼저 출석을 했습니다.

 

 

 

이런 잔칫날 먹을 게 없으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요. 보름 밥과 나물, 과일 등 단체원들을 위해 정성껏 준비한 먹을거리가 한 상 푸짐하게 차려져 있네요.
 
 
하지만 어느 모임에서나 그렇듯 이 날도 어김없이 명예롭지 못한 코리아타임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먼저 도착한 참가자들은 맛있는 음식을 두고 먹어주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듯... 그 다음은 말 안 해도 아시겠죠?
사실 이건 비밀인데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금강산도 식후경이었답니다. ^^
 

앉을 자리가 없어도 다리가 조금 아파도 즐거운 잔칫날입니다.

 

 

 

 

 

한쪽에서는 행사의 진행자가 대진표를 짜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계시기에 행사가 진행되고 또 마무리가 될 수 있지요.

 

아직까지는 어느 팀이 우승하여 푸짐하게 준비된 우승 상품을 가져갈지 알 수 없습니다. 특히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어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하는 게임인 윷놀이는 더욱 그렇습니다.
 

 

 

 

 

배부르게 음식을 먹고 본격적인 윷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말판도 준비를 마쳤네요. 말판 곳곳에 벌주가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벌주는 윷놀이를 하는 동안 큰 웃음을 주고 재미를 더해 주었지요.

 

 

 

 

 

벌주가 걸린 팀원에게는 동장님이 주모가 되어 술을 따라 주셨습니다. 윷가락을 던진 사람은 막걸리 한 잔 생각에 벌주를 의도한 윷을 던졌는지는 그 누구도 모를 일입니다. ㅋ ㅋ

 

 


 

 

깔개에서 윷가락 두개 이상 벗어나면 낙이 됩니다. 낙이 되면 참 억울하죠. 그래서 참가자들은 낙이 안 나오도록 신중하게 자세를 취하고 던질 때는 높이와 힘 조절에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또 윷을 던질 때 눈의 필살기를 쏘아대며 원하는 말이 나오라고 노려보지만 소용없을 때가 많았어요.


 

 

 

승부를 가르는 게임 앞에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 승부욕이 불타기 마련인가 봅니다. 같은 팀 안에서도 말판의 말을 업어라 잡아라 그냥가라 주장이 분분했거든요. 점점 목소리가 커져서 말판을 보시는 분의 중재가 필요한 때도 있었답니다.

 

 

 

 

자신이 윷을 던질 차례가 되면 신중에 신중을 기합니다.

 

"이번에 개가 나오면 저 업어가는 놈을 잡을 수 있는데~~ 꼭 개가 나와야 할 텐데~~~ 개야 나와라. 아~자자자~~~"

 

외치며 기술적으로 윷가락을 던지기도 하네요. 저마다 폼만은 최고입니다.

 

 

 

 

 

"말판은 헌 번 쓰면 그만인겨~~ 낙장불입인겨~~~"

 

"아~~왜그랴. 다시 놓을겨."

 

때때로 이런 실랑이가 벌어지는 것이  윷놀이를 구경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사진 속 참가자들의 실망한 눈빛들이 느껴지시나요?

 

이 팀은 '모'를 기다렸습니다. 간발의 차이로 '도'가 나오는 결과에 실망했어요. 상대팀은 안도의 숨을 내 쉬었을 테죠?

 

 

 

 

 

여기저기서 참가자들의 웃음과 함성과 왁자한 이야기들이 오가며 윷놀이는 절정으로 가고 있습니다. 1차전에서 이긴 팀끼리 겨룬 2차전에서는 이긴 팀의 즐거움으로 출렁거렸습니다.

 

 

 

 

 

저 제리가 속해 있는 '시정모니터'팀은 2차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지요. 1차전에서는 제리가 윷놀이 솜씨를 발휘해  거뜬히 이겼는데도 말이죠. 그러나 2차전에서는 말판을 잘 쓰는 묘수를 발휘하지 못해 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쓸쓸히 퇴장했습니다. ㅠ.ㅠ

 

제리는 개인사정상  끝까지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윷놀이를 통해 주민들의 화합과 단체원들 간의 친목도모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온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 봅니다.

 

이 날의 윷놀이를 통해 액운은 멀리 멀리 날려 보내고 2013년 한 해도 주민들 모두에게 건강과 만복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 제리(이현희)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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