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 소통/사람사는 이야기

오후 햇살에 기대어 - 광명어르신보호센터 어르신들이 꿈에 그리던 가을 나들이

 

 

 

가을, 누구나 한번쯤 단풍놀이를 꿈꾸는 계절에 집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외출을 생각조차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불행할까요?

 

그러나 그런 가을, 나들이를 혼자서 하기엔 힘드신 어르신들이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꿈을 이루어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바로 광명종합사회복지관 부설 어르신보호센터의 어르신들의 이야기입니다.

 

광명종합사회복지관 관련 포스트 : 끝없이 솟아나는 인생의 샘물


지난달, 광명시종합사회복지관 부설 어르신보호센터 어르신 28명은 직원들과 공익근무요원,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관광버스를 타고 시흥에 있는 옥구공원으로 '가을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주로 실내에서만 생활하시다가 바다도 보고, 단풍도 보고, 얼마나 즐거웠으면 봉사자의 손을 잡고 버스에서도 공원에서 걸으면서도 노래를 불렀을까요?

 

 

 

 

 

 

'가을 나들이'라는 말만 들어도 들뜬 마음이 들 것 같은데, 센터에서 간식을 드시고 밖으로 나가실 거라고 해도 어르신들은 특별히 즐거운 기색도 없이 무덤덤한 표정이십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마도 오늘 같은 외출이 자주 있는 것이 아니라서 좀 걱정인 것 같습니다.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니 화장실도 그렇고 모든 게 걱정이겠지요.

 

 

 

 

 

 

그래도 빨간 버스에 빨간 조끼는 어르신들의 기분을 업 시키는 모양입니다. 마음대로 하지는 못하지만 서로 먼저 타고 싶어 하시는 모습이 역력하네요.

 

 

 

 

 

 

자원봉사자의 손을 잡은 어르신의 손에 저 힘들어간 것 보이시지요? '나와 함께 가자'는 무언의 애절함이 절절히 묻어납니다. 자원봉사자 또한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모실게요.' 라는 무언의 표시를 손으로 하고요.

 

 

 

 

 

 

 차를 타고 내리기가 불편한 분들도 계셨지만, 공익근무를 하는 젊은이들이 어른들께서 차에서 내리는 걸 힘 있게 부축해 줍니다.

 

 

 

 

 

 

점심은 어르신들 좋아하시는 곰탕이네요. 노온사동에서 이름난 곰탕집이라 국물이 진하고 고기도 많은 게 제 입에도 맛있다 싶더니만, 이 어르신도 "뜨뜻하고 구수한 게 친구들과 놀러와서 먹으니 더 맛있다."고 하시며  순식간에 그릇을 비우셨어요.

 

 

 

 

 

저기 초록색 윗도리를 입은 분들이 센터의 요양보호사들입니다. 어르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수족인 양 챙기시는 모습에서 '이분들 정말 봉사정신이 투철한 분들이시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버스에서 어른들을 챙기시어 들어온 식당에서도 점심을 드시는 어르신들의 국물에 파를 넣는 것까지 일일이 챙겨주시고, 맨 나중에 점심을 먹기 시작합니다. 그것도 후딱 먹어치웁니다. 일찍 식사를 마치신 어른들을 보살피기 위해서지요.

 

 

 

 

 

시화호로 가는 버스 안, 기사님이 틀어주신 음악에 어르신들이 처음에는 슬슬 따라하시더니만 점점 소리가 높아지네요. 급기야는 자원봉사자님께서 나오셔서 함께 손잡고 흥을 돋우네요. 저 선글라스 쓰신 어른신은 멋쟁이시라는 저의 말에 '한 때는 멋이라면 한가락 하셨는데 이젠 물 건너갔다'면서도 기분 좋아하십니다.

 

드디어 바다가 보이고, 버스 뒷자리에 앉은 어르신들의 소곤거림이 들립니다.

 

"아직도 바다를 보면 마음이 설레요.ㅎㅎㅎ"

 

"나도 바다를 보면 기분이 묘해요."

 

나이 팔십이 되어도 비록 몸은 불편해도 여자들만의 감성을 가지고 계신 것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살짝 돌아보니 할머니들의 얼굴이 붉어지는 게 보이네요.

 

 

 

 

 


 

시화호 휴게소에 잠시 내려 바닷바람을 쐬시는 어른신들. 그렇게 마음이 설레게 하는 바다에 오셨네요. 저 표정들 보세요. 정경애 센터장님의 카메라를 향해 아이들처럼 V자도 그리고 너무도 즐거워하십니다.

 

 

 

 

 

 

마지막으로 버스를 타시는 어르신을 부축하시는 정경애 센터장님 . 흔히 한 센터의 장이라고 하면 좀 권위적인 모습이 그려지는데, 이곳이 복지센터라 그런지 그런 모습이 전혀 없어 기분이 좋습니다.


 

 

 

 

 

 

햇살 따사로운 오후, 옥구공원에 내린 어르신들이 가을이 물들어 가는 잔디밭에 다리 쭉 펴시고 앉은 모습을 보니 저마저도 여유로워지네요. 이런 여유로움을 자주 누리시면 좋을 텐데, 1 년에 한두 번이 고작인 게 아쉬울 정도랍니다.

 

 

 

 

 

 

휠체어를 밀고 가는 젊은이들도 어른들을 위해 재롱을 떨어주고,

 

 

 

 

 

 

자원봉사자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할머니들도 이 즐거운 날에 그냥 갈 수 없잖아요. 노랫가락이 절로 나옵니다.

 

 

 

 

 

 

다함께 기념으로 인증샷을 남기시고, 각자의 짝과 함께 공원을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젊은이들의 밀어주는 휠체어에 앉은 어르신들 꽃구경에 아이들 구경에 느긋하십니다. '이렇게 휠체어를 밀며 할머니들을 모시고 공원 나들이를 할 수 있는 손자들이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을 하니 이 젊은이들이 너무너무 고맙네요.

 

 

 

 

 

어르신들이 각자의 짝과 함께 공원 나들이를 하는 동안에도 정경애 센터장님은 사진을 찍느라 정신없이 바쁘십니다. 센터의 총 책임자로 모든 일을 직접 진두지휘하느라 바쁘시면서도 이렇게 기록까지 하시네요. 따로 사진을 담당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센터장님이 일인 몇 역을 하시면서 애쓰십니다.

 

 

 

 

 

 

가을빛 맑은 오후, 돌담이 있는 구부러진 길을 가는 휠체어의 행렬이 아름답습니다. 실내에서만 생활하시던 어르신들이나 봉사를 하는 학생들이나 이런 평화롭고 행복한 날을 오래도록 기억하겠지요.

 

 

 

 

 

출발하시기 전에 무덤덤하셨던 그 어르신들 맞나 싶어요. 바다를 보고 공원을 한 바퀴 도시더니만 금세 이렇게 표정이 밝아지셨어요. 힘든 몸을 움직여 옥구공원을 돌아 어깨동무를 하고 선 이 어르신들 가슴에는 훈장이 붙었네요.

 

 

 

 

 

소풍 온 아이들이 유난히 많았던 지난 금요일. 아이들은 휠체어를 타고 가는 어른들의 일행을 보았을 것입니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어른들이 행복한 외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머리에 각인되었을 테고, 이 아이들이 자라면 또 저 젊은이들처럼 봉사를 하겠지요.

 

 

 

 

 

 

격려차 들린 광명시종합사회복지관의 신혜정 관장님. 당신의 휠체어를 밀어주길 원하시는, 관장님 사랑이 무한한 한 어르신의 휠체어를 밀고 돌아옵니다.

 


 

 

 

딸 같은 요양보호사의 손을 잡고 돌아오는 길도 여전히 즐거운 어르신들입니다. 너무 보기가 좋지요?

 

 

 

 

 

 

휠체어를 타면서 또는 손을 잡고 느릿느릿 비틀거리면서 함께하는 모습이라 더 아름다웠던 어르신들의

가을 나들이. 어르신보호센터가 아니면 누가 이 어르신들에게 이런 나들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었을까요?

 

저희 시아버님이 뇌경색으로 쓰러지셔서 5년간 병수발을 들어본 적이 있는 저는 그게 정말 어렵다는 걸 압니다. 우리는 그래도 경제적으로 많이 어렵지는 않았기 때문에 휠체어도 사고 들것도 사서 아버님이 바깥바람을 한 번 씩이라도 쐬시도록 모시고 다닐 수 있었지만, 수족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어른을 모시고 나가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습니다. 만약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녀분들이라면 몸도 마음도 너무 힘이 들 것 같습니다.

 

 

 

 

 

 

돌아오실 때도 어르신들은 역시 손을 꼭 잡으셨어요. 출발할 때처럼 안간힘을 쓰지는 않으시고 좀 더 편안하게요.

 

 

 

 

 

그렇습니다. 국가도 복지정책을 제대로 세워 몸이 불편하고 소외된 어르신들을 돌봐야하지만, 우리 국민 모두도 건강할 때,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해야겠지요.

 

광명어르신보호센터에서는....


광명종합사회복지관 부설 광명어르신보호센터는 심신이 허약해지고 신체기능의 장애로 일상을 영위하는데 어려움이 있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가족내 보호가 어려운 경증 치매, 중풍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낮 시간 동안 다양한 자원개발을 통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심신기능의 유지 및 향상을 도모하며 가족의 정서적, 신체적,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어 가족의 생활안정과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도와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곳입니다. 2008년 7월 1일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실시에 따라 서비스의 폭을 넓혀 2, 3등급 판정을 받으신 분들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광명어르신보호센터는

- 다양한 신체적, 심리적, 정서적 활동을 통한 기능유지 및 향상을 통해 자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도록 돕습니다.

- 지속적인 재활, 치료, 교육 활동을 통해 어르신의 건강 유지와 상실한 기능을 회복하여 개개인의 활동력을 높입니다.

- 어르신의 안전한 보호를 통한 가족의 부양부담 경감, 스트레스 해소, 나아가 원활한 경제활동으로 생활의 안정과 유지에 도움을 줍니다.

- 지역사회 내 사업에 대한 홍보와 이해를 높여 인적, 물적 자원을 개발하고 적극 활용함으로써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관신을 유도하여 사회통합으로 국가 복지증진에 기여합니다.

 

광명어르신보호센터 홈페이지 : http://www.gmswc.or.kr

전화 : 02-2687-2921

 

 

 

 

 

글·사진 | 렌즈로 보는 세상(김분호)

온라인 시민필진 2기
Blog http://blog.daum.net/helim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