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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소소한 일상

흙길에서 마음을 읽다 - 광명 보금자리주택 예정지를 돌아보다

 

 

 

광명에 와서 살면서 고향의 모습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원광명을 자주 찾았다. 그렇게 자주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그곳에 사시는 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그분들의 현재 가장 큰 관심사는 보금자리주택인 것을 알았다.
 

2010년 3월 31일 광명시흥지구가 보금자리 주택 3차 사업지로 선정된 지 2년이 흐른 지금, 그곳의 모습은 어떤지, 거기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원광명 주변과 광명7동 화훼단지를 둘러보고 살펴보았다.

 

 

 

 

원광명 뒤 텃밭에 설치한 자연녹지가 해제되고 보금자리 주택이 들어선다는 표시 말뚝. 말뚝이 설치되고 한참이 흘렀는데도 보금자리주택 공사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만약에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오게 되면 여기서부터 공사는 시작될 것이다.

 

 

 

 

 

멀리 광명스피돔이 보이는 광문고등학교 옆의 작은 밭들. 보금자리주택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지만 아직 아무런 진행이 없다. 주민들은 어수선한 마음을 달래며 오늘도 열심히 작은 밭을 일군다.

 

 

 

 

광문고등학교 앞에 있는 무허가 비닐하우스에 살고 있는 사람들. 이 노부부는 30년을 여기에서 사셨단다. 너무 연세가 많으셔서 보금자리주택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시지만

 

"깨끗한 집에서 한 번 살아보고 죽었으면 좋겠다."

 

란 말씀에 가슴이 먹먹하다.

 

 

 

 

어른들과 이웃하여 10년 넘게 이곳 비닐하우스에서 살고 있는 젊은이 최경운씨. 보금자리주택 지정 발표가 있고 나서 2년이 넘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 아무런 진척이 없는 게 사뭇 답답하단다.


"우리 같은 가난한 사람들이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어떻게 그 비싼 집을 가져봐요? 정부는 물론이고 광명시에서도 보금자리주택 공사를 빨리 진행시켜서 우리도 좀 깨끗하고 편리한 집에서 살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만약에 지금 보금자리주택 취소되면, 그것만 되기를 바라는 사람 중에 생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괴로워할 사람도 있을 겁니다."

 

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걸 보니 약간 겁이 나기도 한다. 설령 보금자리주택이 취소된다고 하여도 큰 불상사는 없었으면 좋겠다.

 

 

 

 

 

할아버지의 아드님이 20년 동안 살고 있는 비닐하우스의 입구. 화분에 예쁘게 자라고 있는 꽃과 귀여운 강아지들. 집이라고 할 수도 없는 조촐한 곳에서 살고 있지만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집을 소중하게 가꾸어 가는 그런 모습.....

 

 

 

 

 

광문고등학교 옆 동네를 둘러보고 간 광명7동 화훼단지. 고향을 갈 때, 광명IC를 타기 전에 많이 보이던 화원들 말고도 뒤쪽에도 이렇게 많은 꽃집이 있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다. 여기에서 장사를 하시는 분들 중에는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오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었다.


그래서일까 많은 분들에게 인터뷰를 부탁했는데도 선뜻 응하지 않으신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반대하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찬성하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 보금자리주택 예정지가 이렇게 민심을 갈라놓았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하다.

 

 

 

 

 

주인들이야 뒤숭숭 하든 말든 하우스 안의 다육이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른 아침인데도 산소에 가지고 갈꽃을 사러 온 어르신과 주인의 대화는 사뭇 다정하다.

 

"산소에는 어떤 꽃이 좋아요?"

 

"오래두어도 잘 살고 시들지 않고, 피었다가 지는 꽃이 있으면 다시 또 피는 꽃이 있는, 채송화가 좋지요."

 

 

 

 

가나화원을 운영하시는 이호창씨. 하시는 일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일 하시는 것이 너무 보기 좋아서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쭈어보았다.


"꽃 배달을 갔을 때, 받는 사람의 입장에 맞는 노래도 선물하며 시민들과 소통하는 게 즐거운데, 보금자리 주택이 들어서면 이런 즐거운 일을 할 수 없을까봐 걱정이 태산이지요." 라면서

 

"개발이 되지 않으면 좋겠지만 꼭 이곳이 개발되어야 한다면, 고층 아파트 일색인 개발이 아니라 전원풍경을 살리고 친환경적인 개발이기를 원한다."

 

고 하신다. 나도 그랬으면 하는 생각을 하면서 원광명으로 들어가는 길.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반은 포장이 되어있고 반은 흙길이다. 그 흙길에는 온갖 종류의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니 새로운 길을 내다가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공사를 중단하고 있단다.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오면 도시계획이 다시 되어야하니 그런 모양이라고 한다. 비포장 된 도로가 있다보니 여름 장마철이면 질퍽거려서 너무 불편하다고 한다. 주민들은 이 길이라도 빨리 포장을 해주었으면 정말 좋겠다고 말한다.

 

 

 

 

 

원광명 뒷산에서 바라본 원광명 마을과 멀리 화훼단지 그리고 저 멀리 산 밑으로 옥길동이 보인다.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오면 이런 풍경은 없고 시멘트로 된 아파트 일색인 풍경일 것이다.

 

 

 

 

 

조상 대대로 이 집에서 살아온 집 주인도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오는 것을 달가워할까? 아마도 고향을 잃어버리는 게 싫어서라도 반겨하지 않을 것 같다.

 

 

 

 

원광명 마을 위쪽에 살고 계시는 김노태씨. 서울 신정동에서 살다가 20여 년 전 이리로 이사를 오셨단다.

 

"젊어서 떠나온 고향이 그리워서 서울과 가까운 이곳에 정착했는데 다시 이곳을 떠난다면 늘그막에 또 어디에 뿌리를 내리겠느냐?"

 

고 하시며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오는 것을 찬성하지 않으신단다.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와서 우리 내외가 아파트에 들어앉으면 편하기야 하겠지만은 이렇게 곡식 길러 주변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 기쁨은 누가 갔다 줄꺼요? 내말이 틀렸어요?"

 

 

 

 

 

그렇다. 어떤 사안을 보는 생각이 사람들마다 다르듯이 광명시흥지구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생각도 주민들마다 다 다르다. 그러나 찬성하는 사람들이나 반대하는 사람들 모두 똑같은 생각인 것은 보금자리주택 공사를 시작하던 아니면 그만두던 빠른 시일 안에 어떤 확실한 결정이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불확실한 내일 때문에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 불편한 것을 가장 싫어하는 것 같았다.

 
얼마 전 경기도는 광명시흥지구의 현행 보금자리주택 개발 방향을 주거와 산업용지를 통합한 저렴한 용지공급체계 확보, 허용 입지의 완화 및 공업지역 조성 면적 제한 규정 개선, 주택과 산업시설·유통시설·물류시설 등을 연계하는 융·복합지구 조성, 지식산업용지·R&D용지·상업·업무용지·문화·복지시설 용지 등 기능으로 묶어 개발하는 미래지향적 개발방식의 도입 등으로 추진할 방침을 발표했다고 한다.

 

일은 진척되지 않고 이런저런 이야기만 무성한 보금자리주택 예정지. 어떤 방법으로든지 빠른 시일 안에 그곳의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한다.

 

 

 

 

 

글·사진 | 렌즈로 보는 세상(김분호)

온라인 시민필진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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