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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사람사는 이야기

또 하나의 우주 탄생 - 부부에서 부모 되는 날, 출산에서 출생신고까지...

 

또 하나의 우주 탄생
부부에서 부모 되는 날, 출산에서 출생신고까지…


글/사진.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솔솔(김소리) & 김도형
http://famlog.kr


2012년 3월 1일 새벽 두시 반.

태명-한량이를 품은 만삭의 아내가 잠자리에서 뒤척이더니, 잠에서 번쩍 깹니다. 평소와 다른 싸한 느낌의 통증에 뭔가 심상치 않은 낌새를 차린 것 같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진통 주기를 체크해보기로 합니다. 10분 - 7분 - 5분.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일정한 간격의 통증이 찾아옵니다. 그런데 진(眞)진통이라고 하기엔 통증이 너무 약하답니다. 생리통 정도밖에 안되는 것이 남들이 말하는 산통 같지는 않지만, 집사람은 뭔가 촉이 선 모양입니다.





새벽 6시,

머리 감고 사워하고, 의미심장한 준비를 마치고 이른 시각이지만 병원에 전화를 해봤습니다. 병원에서는 배 뭉침 같은 통증이 5분 간격이라면 오라고 하는데, 아내는 배 뭉침과는 좀 다르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허탕치고 다시 돌아오더라도 일단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그래야 마음이 좀 편해질 것 같았으니까요. 이때까지 만해도 병원으로 가는 버스에서 둘은 실실 농담 주고받을 만한 여유가 있었습니다. 수다 떨다가 한 정거장을 지나치고 내릴 정도로 말이죠.





새벽 7시,

 


병원에 도착해서 태동검사기를 달고 검사를 받아보니 한량이가 나올 준비가 다 됐다고 합니다.

어라? 이.이게 아닌데...?

연락 받고 한 걸음에 달려오신 예비 외할머니는 분만대기실에서 아직 쌩쌩한 아내를 보고 웃으시며 "아직 멀었어. 식은땀이 줄줄 날 정도로 아파야 돼. 쯧쯧..." 하십니다. 잠시 후 들른 예비 친할머니도 "아직 멀었네, 밤이나 돼야 낳겠어. 끌끌..." 하시니 슬슬 불안한 마음이 조금씩 피어났습니다.





오후 2시 반,

 


초초한 몇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통은 5분 간격입니다. 강도도 그대로고 진행에 변함이 없습니다. 결국 촉진제가 동원되니 갑자기 진행이 빨라집니다. 배 아픈 건 그렇다 치고, 허리까지 끊어지는 진짜 진통이 시작된 겁니다. 이 즈음 양수까지 터뜨리고 나니 이를 꽉 깨물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진통이 가해집니다.

냉정한 간호사는 배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말하라는데, 아내는 아플 때마다 배에 힘이 안 들어갈 수가 없는데 도대체 언제 말해야 하는 건지 감이 안 온답니다. 그러기를 한 시간, 진통 간격이 1분으로 줄고 입에서 절로 끙끙대는 소리가 새어나오니 아내가 분만실로 옮겨집니다.





 


분만실은 르봐이예 식이라 분위기가 차분하고 좋았습니다만, 집사람 상태는 죽을 맛이고,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안쓰러움이 온몸으로 표현됩니다.

너무 아파서 움켜잡은 침대 프레임도 놓게 하고, 배에 들어 간 힘은 아기에게 안 좋다 하니 힘 풀라하고, 격통 때문에 숨이 제대로 안 쉬어지는데 호흡 제대로 하라고 간호사가 면박까지 주니, 정말이지 이건 해도 너무합니다. 안쓰러워 손 잡아주던 사람에게까지 건드리지 말라고 성질낼 정도니 말입니다.

그렇게 피 말리는 한 시간이 지나니 간호사는 그제서야 인심 쓰듯 짐볼 운동을 시켜줍니다.

이 상황에 무슨 운동이냐구요? 해본 엄마들은 다 알겠지만 짐볼 운동이 진통 완화에 꽤나 도움 된답니다. 열심히 짐볼 뛰고 호흡하면서 끙끙대다 보니 진행이 확 빨라졌습니다. 이쯤 되니 무통 주사는 안 맞는 거냐고 물을 새도 없이 아내의 정신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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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보여요! 엄마, 좀만 더 힘내요!

소리 지르면 힘이 입으로 다 빠져 나간단 말이야!

다리 벌리고 엉덩이 내리고, 이러다 둘 다 죽어!"


 


살짝 놓은 정신을 다시 잡고 보니 막판 밀어내기 중입니다. 의사 선생님이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그대로 따르기엔 정말 이 고통은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수도 없이 많은 통증을 겪지만, 아마 아파도 이렇게까지 아플 수는 없을 겁니다. 숨조차 잘 안 쉬어져 ‘아기고 뭐고 그냥 이대로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쯤, 의사선생님이 산소호흡기로 아내를 살짝 살려줍니다. 누가 시작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하늘이 노래져야 애가 나온다.'는 표현은 정말 완곡하게 표현한 말입니다. 정신이 마치 안드로메다를 넘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하니까요.

그래도 여자라는 사람은 참으로 강한 존재입니다. 산고의 생존 공포에서도 아기를 살리기 위한 본능적인 몸부림으로 결국 그 싸움에서 이겨내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뭔가가 왈칵 쏟아집니다.





오후 5시 25분,

아내의 숨소리가 조금 안정된다 싶더니 드디어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고, 아내는 배 위에서 뭔가 축축하고 따뜻한 감촉을 느낍니다. 매실 장아찌처럼 벌겋고 쭈글쭈글한 신생아를 기대했는데, 웬 걸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놈이 아내의 배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한량이가 기특하게도 초산인 엄마에게 겨우 3시간의 진통만을 주고 세상으로 나온 겁니다. 지금까지 지켜보던 아빠도 참고 참고 또 참았던 눈물을 주르륵 쏟아냅니다.





저녁 6시,

아내의 후 처치가 끝나는 동안 한량이도 몸을 씻고 엄마에게 다시 돌아왔습니다. 처음으로 젖도 물려보고, 소식 듣고 단숨에 달려오신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축하도 받았습니다. 아내는 계속 분만실에 축 처져 있었지만, 신생아가 머리숱도 많은데다가 눈도 똘망똘망하고 주름도 없다며 내지르는 식구들의 환호성만큼은 잘 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5일 후, 3월 6일,

 


한량이 친할머니가 이름을 지어오셨습니다.
제법 괜찮은 이름도 생겼고 하니 이제 아이를 오롯한 광명시민으로 등록시켜야합니다.

출생신고는 각 동 주민센터에서 할 수 있습니다. 절차는 신고인 신분증과 병원에서 준 출생확인서를 챙기고, 주민센터 테이블에 비치돼있는 출생신고서를 양식대로 작성해서 "출생·전입·전출" 창구에 제출하면 됩니다.

근데 출생신고서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이 도대체 왜 이리 많은 걸까요. 작은 글씨로 빽빽한 출생신고서를 보니 신고하지 말고 그냥 키워볼까 하는 마음이 잠깐 들기도 했습니다만, 벌금이 무서워 집사람에게 전화로 하나하나 물어서 빈칸을 채워갔습니다.





 


아기 이름(한글, 한자), 본, 성별, 출생일시, 출생 장소, 부모가 정한 등록기준지(본적) 그리고 엄마 아빠 이름, 본, 등록기준지, 임신기간, 신생아 체중 등등 기입해야할 것들이 많으니 출생신고를 앞둔 부모들은 미리 꼼꼼하게 챙겨야 합니다. 주민센터 직원분 말에 의하면 단번에 출생신고 완료하는 민원인이 1년에 열손가락 안에 꼽힌다고 할 정도랍니다.

출생신고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민원 창구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떼어줍니다. 이로써 아빠, 엄마 아래 아이가 가족으로 등록되었습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주민번호까지 부여받았습니다. 출생신고를 한방에 성공한 기쁨과 함께 등본을 고이 접어 돌아왔습니다.





 


어느덧 한량이가 태어난 지 2주가 넘었습니다. 뱃속에서부터 며칠 동안 급격한 환경 변화를 맞은 아이가 얼마간 제대로 까칠하게 굴어줬지만, 좀 지나니 리듬이 제법 잡혀서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신생아의 3대 의무를 아주 훌륭하게 소화중이랍니다. 아직까지는 수유 때문에 출산 때와는 또 다른 고생을 겪고 있어도,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아내는 그저 행복하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아직 아기 안는 것도, 달래는 것도 무척이나 서툴러서 한량이 외할머니에게 갖은 구박을 다 받고는 있지만, 머지않아 의젓한 엄마, 아빠가 되어 보리라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