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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소소한 일상

추억이 쌓이는 거리 - 철산상업지구의 주말저녁 풍경

 

추억이 쌓이는 거리
철산상업지구의 주말저녁 풍경



글/사진.
광명시공식블로그 운영자. 광명시민S


이번 3월 14일은 저에게 큰 의미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물
론 이날은 화이트데이이기도 하지만 그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올해 3월 14일은 현재의 남편과 첫데이트한 지 딱 10년째 되던 날이었든요. 그리고 그때 저희가 만났던 장소는 바로 철산상업지구였습니다. 당시엔 둘다 광명시민이 아니었는데 종종 이곳에 오곤 했습니다. 나중에 광명에 살게 될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나봐요.

오히려 광명시민이 된 후 더 철산상업지구에 자주 못가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오랜만에 그곳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첫데이트 하던 그때를 추억하면서요.




10년 전과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혹은 얼마나 같을까.

 

화이트데이가 오기 전 주말에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상업지구 거리로 나갔습니다. 예전에 대강 휘이~ 둘러봤을땐 무엇이 바뀌었는지 잘 몰랐습니다. 확실한 건 10년 전 그날 남편과 어색한 분위기 속에 식사를 했던 스테이크집은 이미 사라졌다는 거예요.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 찾아본 적이 있는데 브랜드 자체가 부도가 났다고 들었어요.





상업지구에 들어가는 입구 쪽, 가장 먼저 과일을 파는 곳이 보였어요. 평소 근처를 지나다니면서 본 기억이 전혀 없네요. 상업지구를 자세히 살펴보면 생각보다 여러가지 구경거리가 있을 것만 같아요. 두리번 두리번하며 상업지구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토요일이라 사람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만큼 많지는 않았습니다.




점집도 있었네요. 손님 몇몇이 들러서 오랫동안 머물다 갑니다. 이 손님은 어떤 희망을 듣고 싶었을까요.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있다보니 무엇보다 사탕이 가장 눈에 들어왔어요. 사탕을 팔기위한 날이라는 부정적인 인식도 있긴 하지만 사랑고백을 한다는 취지만은 좋은 것 같아요. 10년 전에 나도 사탕을 받았던가? 오래 전이라 기억은 안나지만 아마 받았겠지요?




 

팬시점 앞.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요. 저도 예전에 팬시점 구경하는 거 참 좋아했었답니다. 저 커다란 곰인형도 한번쯤은 받아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상업지구에는 주로 밥집과 호프집이 제일 많지만 옷이나 잡화 등을 구매할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모자랑 스카프가 가지런히 놓여있는 모습이 예뻐보였어요.




 

신발이 무척 저렴하네요. 나중에 다시 한번 가봐야겠어요.


 


 

알록달록 앙증맞은 화분들. 집에 고이 모셔가고 싶었습니다.




 

상업지구엔 식사할 곳이 참 많아요. 제가 하나하나 관찰해 봤더니 삽겹살은 기본이고 갈비, 곱창, 낙지, 닭갈비, 닭발, 샤브샤브, 칼국수, 중국집, 횟집, 생선구이, 초밥, 삼계탕, 매운탕, 해장국, 순댓국, 쌀국수, 찌개류, 오리고기, 한정식, 스파게티, 피자, 뷔페, 패스트푸드 등 없는게 없었어요. 커피숍, 아이스크림, 도너츠 등 후식 및 간식을 먹을 곳도 많고 맥주, 양주, 전통주 등 한잔 걸칠 수 있는 곳도 많답니다. 광명시 맛집을 검색하면 나오는 곳 대부분이 이곳에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예전엔 미처 몰랐는데, 예쁜 간판과 장식들도 눈에 많이 띄었어요.

 




 

앗, 이곳은 연애할때 와본 커피숍이예요. 다른 가게들은 바뀐 곳이 많은데 여기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어요.  등대도 갈매기도 참 반가웠습니다.




 

여기도 영화보러 왔던 곳. 요즘엔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들었지만, 그래도 연애할 때를  떠올리며 언제 한번 남편과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군데 군데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조경물 같은 것도 있어요. 왠 코알라 두마리가 있네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쳐다봅니다.


 



 

뽑기 게임을 할 수 있는 곳이예요.




 

호기심이 발동해 저도 한번 해봤습니다. 이렇게 빨간 막대를 원하는 위치에 올려놓고,




 

빨간 종이를 뽑습니다. 종이 안에 적힌 숫자와 아까 놓은 빨간 막대 아래의 숫자가 맞으면 그에 해당하는 상품을 받는 겁니다. 전 꽝이네요. 36번이 나왔으면 좋으련만 ㅠㅠ




 

꽝이어도 상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일 작은 물고기 하나 받았지요. 근데 집에 와서 보니 그것마저 놓고 온 모양이더라구요. 이 건망증을 어찌해야 할까요.

 

 

 


제가 한곳에 머물러 있는 동안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갑니다. 전 가끔 궁금합니다.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일까? 각각 다른 사람들이 같은 장소에서 어떤 추억을 쌓았을까?
 

그래서 만나봤습니다. 그 시간에 저랑 같은 공간에 있던 낯선 사람들과 무작정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이 곳에 왜 오셨나요? 라구요.



 

철산상업지구는 데이트 하는 곳

 

레이더망에 바로 포착된 한 장면. 바로 인형뽑기를 하는 커플이었습니다. 보자마자 얼마나 이쁘던지... 슬금슬금 다가가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인형뽑기가 은근 쉽지는 않아서 으레 돈만 버리기 일쑤인데 그걸 알면서도 보통 연애할 때 많이 하곤 하지요. 이 커플은 서울에 사는데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들렀다가 둘이 따로 데이트 중이었습니다. 평소에 인형뽑기를 자주 하는 편이지만 오늘만큼은 운이 따르지 않았는지 결과가 좋지는 않았네요. 남자친구가 기계가 안좋은거라며 귀엽게 투덜거립니다.




사랑하면 닮는다던데 웃는 모습이 너무나 똑같은 두사람이었어요. 그 모습이 부러워 나도 예전에는 이렇게 순수하고 해맑은 커플이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철산상업지구는 밥도 먹고 한잔도 하는 곳

 

 

이야기를 나누며 가는 세 남자분이 보입니다. 프리한 그 분위기가 딱 광명토박이 같은 느낌이 들어 다가가봤습니다. 역시나 세분은 광명에서 안서중학교를 같이 다닌 절친들이었어요. 오늘은 저녁으로 삼겹살을 먹고 오는 길이라 합니다. 모두 집이 가깝기도 하고 광명 내에서는 상업지구가 가장 식사하고 술 마시기에 좋은 장소라서 최소 한달에 한번은 친구와 함께 상업지구에 나온답니다.




사진 찍을 테니 웃어주시라 부탁드렸어요. 사진 상에는 억지로 웃은 듯 한 얼굴들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친절한 분들이셨습니다.^^




철산상업지구는 수다 떨러 오는 곳

 

 

카페에 들어가 차가워진 몸을 녹이는데, 제 뒷편에서 재잘재잘 예쁜 여학생들 목소리가 들렸어요. 대화내용 중 과가 어쩌구 하는 걸 듣고 대학생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초중고를 모두 광명에서 나온 친구들이라 해요. 둘은 학원에서 만나 친해진 사이인데, 집이 근처라서 일주일에 한번 꼴로 상업지구에 온다고 합니다. 주로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수다 떨기 위해서요. 정말 대화가 끊이질 않더라구요.



철산상업지구는 간식 먹으러 오는 곳 

 

 

철산상업지구에는  떡볶이, 순대, 오뎅, 국수 등 간식거리도 많습니다. 손님이 여럿 모여 앉은 떡볶이 가게에 살짝 들어가봤습니다. 두 그룹의 손님들이 계셨어요. 먼저 아이 두명과 엄마가 함께 떡볶이를 먹고 있었어요. 광명에 산지는 2년 정도 되어 가는데, 철산동에 오면 가끔 이렇게 아이들과 간식을 먹으러 오신다고 합니다.




여자분 두분 손님은 아울렛 직원인데 행사가 있어 하루 종일 바쁘다가 아주 잠시 쉬러 나오셨습니다. 일명 오뎅타임을 즐기러요. 서둘러 드시고 서둘러 빠져나가시느라 긴 대화를 나누진 못했습니다.




 

철산상업지구는 오랜 일터

주인께서는 이 자리에서 13년 동안이나 장사를 하신 분이었습니다. 13년전 이라면 제가 연애하던 시절에도 계셨다는 거네요. 기억은 잘 안나지만 그때 이곳에 와서 떡볶이를 먹었었을 수도 있겠어요.

가게는 낮1시에 오픈을 하고 새벽 1시에 마무리를 하시고 집에 들어가면 새벽 2~3시가 됩니다. 여기 오는 손님들은 떡볶이를 가장 많이 드신답니다. 아이들과 가족들 단위로 많이 오고 집에 가서 먹기 위해 싸가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10년 전과 지금의 다른 점이 무엇이냐고 여쭈니 오가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3~4년 전부터 눈에 띄게 많이 줄은 것 같으시대요. 경기가 안좋아진 이유가 가장 클 것 같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주말에 사람이 더 많았는데 요즘엔 이상하게 일요일에 사람이 너무 없다고 하십니다.  아울렛이 장사가 잘 되던 시절에는 그 곳 손님들이 떡볶이를 먹기 위해 자주 오고 그랬지만 아울렛 마저도 사람이 줄은 것 같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장사를 하시면서 좋았던 일 혹은 싫었던 일이 있으시냐고 여쭈어 봤습니다. 장사 잘되면 좋고 요즘처럼 장사가 잘 안되면 힘든 거라며 웃으시네요. 남편분이 오래 전부터 아프신 탓에 혼자서 벌이를 할 수 밖에 없으시다는 아주머니의 표정이 잠시 쓸쓸해보였지만 그래도 철산상업지구는 가족을 위해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희망이 되는 곳입니다.




 

 

밖으로 나와 집으로 가려고 하니 아까보다 사람들이 더 많이 줄어든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저와는 잘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철상상업지구에 왔다갑니다. 그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겠지요. 제가 모두를 만날 수는 없었지만 각각이 가진 이야기들은 추억이 되어 이곳에 쌓일 거라 생각해요.




 

광명시 또는 광명시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와봤을 철산상업지구.

이곳에 혹시 어떤 추억을  갖고 계신가요? 많은 가게들이 바뀌고 시간이 오래 지나기도 해서 예전의 상업지구를 정확하게 떠올릴 수는 없었지만,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바뀌지 않은 건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글을 읽으시는 당신도 이곳에서 저와 똑같이 친구를 만나고, 데이트하고, 밥 먹고, 한잔하고, 수다 떨고, 간식을 먹은 적이 있으실 수도 있을 테니까요.




아니면 앞으로 그럴 예정일지도 모르구요. 그렇다면 저와 당신은 다른 시간 속에 있었을 뿐 같은 공간에서 같은 추억을 갖은 사람들입니다.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떡볶이 아주머니의 말씀이 마음에 많이 걸렸는데요. 앞으로 더 많은 이야깃거리가 생길 수 있도록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새로운 추억 하나를 만들고 싶으신 분~ 저와 함께 철산상업지구 가시는 것 어떠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