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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소통/광명여행

광명에 이런 일이? - 돌탑은 내 인생

  

 

 

필진이라는 이름이 참 고마운 날입니다.

 

며칠 전 곧미녀에게 멋진 포스팅 거리를 주겠다며 기대하라던 지인의 전화를 받았었죠.

그리고 오늘. 멋진 포스팅 거리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시겠다는 김수태(하안동 안현경로당 총무)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오늘은 햇살 따사로운 수요일입니다.

김수태 어르신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흙길 위를 걷고 있습니다.

 

생전 처음 와 보는 곳이지만 눈앞 풍경에 눈이 부십니다.

여기는 구름산이 펼쳐놓은 산자락 끝에 자리 잡은 하안동 공동묘지(그렇게 부른대요. ㅎ) 근처인 것 같네요. 공동묘지? 후덜덜~~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내리쬐는 햇살을 서로 끌어안느라 바쁜 길을 따라 곧미녀 또한 김수태 어르신을 따라 걷고 또 걷습니다.

 

 

 

 

 

"어르신. 이곳은 사유지 같은데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그분을 만나려면 이 길로 가야 하니 괜찮아요."
그때, 막 산길로 접어든 어르신을 따라 걷던 곧미녀의 눈에 들어 온 것이 있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 아니 '광명에 이런 일이?' 입니다. 
 

구름산 자락 야산에 곧미녀 키보다 훠얼씬 큰 돌탑이 있었습니다.
지인이 말한 멋진 포스팅 거리가 바로 이 돌탑이었나 봅니다.

 

이렇게 큰 돌탑을 누가 쌓았을까요?
 

 

 

 

 


그제야 주변에 가득 쌓인 돌탑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하나, 둘, 셋, 넷.......
모두 몇 개인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돌탑이 나무 틈에 숨어 있습니다.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온몸에 자연스럽게 나무 덩굴들을 휘감고 있는 돌탑의 모습이 자연과 하나가 된 듯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자연과 하나가 된 건 돌탑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돌탑을 좇아 여기저기 눈길을 주면서도 돌탑 옆에 서 계시는 어르신의 모습을 곧미녀는 한참 만에 찾았으니까요.

 

어르신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한 게 아니길 바라며 가까이 가 볼까요.
"날도 추운데 뭐 볼 거 있다고 여기까지 왔습니까? " 우리를 알아보셨는지 멀리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르신은 곧미녀가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추운 날 멀리까지 왔다며 걱정을 해 주십니다.
"안녕하세요. 돌탑을 쌓으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르신을 만나러 왔어요. 안 추우세요?"
",,,,,,,,,,,,,,,,,,,,,,,,,,,,,,"
"영감님이 돌탑 쌓는다는 걸 듣고 올라왔대요." 길을 안내해 주신 김수태 어르신이 소리치듯 말씀하셨어요. "저 어르신은 귀가 어두우셔서 잘 못 들어요. 크게 말해야 듣지."
 

 

 

 

 

"어르신. 언제부터 탑을 쌓으셨어요~~~?"
고함을 질러야 해서 목이 좀 아프긴 했지만, 돌탑을 쌓으시는 이대하(86세)어르신은 곧미녀의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을 해 주셨습니다.

귀가 어두워지고 나서 경로당에 나가기도 힘들어지지 무언가 취미할 만한 일이 필요했다는 어르신. 2003년쯤부터 있는 밭 주변 돌맹이를 모아 탑을 쌓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저 높은 곳에는 어떻게 돌을 올리셨어요?"

곧미녀가 질문을 마치기도 전에 이대하 어르신이 탑을 성큼성큼 올라가기 시작하십니다.

 

"어르신! 안 올라가셔도 되요. 내려오세요."
곧미녀가 소리 질렀지만, 들리지 않는 어르신은 별일 아니라는 듯 돌멩이를 탑 꼭대기에 올려놓고 내려오셨습니다.
 

 

 

 

 


"그런데 어르신. 돌탑 꼭대기에 항아리는 왜 올리셨어요?"
"보기 좋잖아요. 허허~~"

 

총 12개의 돌탑 중 2개가 무너져서 지금은 10개만 남아있는 상태인데, 어르신은 무너진 2개도 다시 쌓을 거라며 웃으십니다.

 

산기슭을 돌아다니며 돌을 모아서 탑을 쌓을 때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이대하 어르신.

높게 쌓아진 탑은 세상과 소통하는 어르신만의 방법이 아니었을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대하 어르신이 탑을 쌓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몇 명 안 되었다고 합니다.

경로당에서 탑을 쌓는 어르신이 있다는 말을 들은 김수태 어르신이 탑을 보러 이대하 어르신을 찾아왔고, 곧미녀의 지인도 그 뒤에 김수태 어르신을 통해 돌탑 이야기를 듣게 된 거죠.

 

이게 바로 돌탑이 광블에 소개되기까지의 과정이랍니다. (대단하죠? ㅎㅎ)

 

 

 

 

 

"처음엔 들리지 않아 답답해서 운동 삼아 취미 삼아 돌탑을 쌓기 시작했지. 그런데 이 탑을 다 쌓고 나니 마음이 후련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더라고." 이대하 어르신은 이 탑이 제일 처음 쌓은 탑이라 가장 마음에 든다며 탑 앞에서 사진 한 장만 찍어달라고 하셨습니다.

 

"예전엔 밤낮없이 탑을 쌓았는데,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조금 하고 나면 힘이 들어서 쉬어야 해. 이제는 무너진 탑을 쌓고, 보수하는 일만으로도 바빠서 새로운 탑을 쌓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건강할 동안엔 탑을 계속 쌓고 싶은 게 지금 마음이지."

탑 둘레가 자신의 팔로 7발이 넘는다며 자랑하시던 이대하 어르신이 자신의 탑 앞에서 자랑스럽게 포즈를 취해 주셨습니다.
 

 

 

 

 

돌탑을 돌아보며 이대하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세 첫 번째 돌탑이 있는 산 입구까지 내려왔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돌탑이 꼭 인생 같아. 하나하나 잘 쌓지 않으면 금세 무너져 버리는 걸 보면 말이야. 급하다고 이틀 사흘 건너뛰며 살 수 없는 게 인생이잖아. 하루하루에 충실하며 살다 보면 내가 쌓은 돌탑처럼 인생도 튼튼하게 쌓아지겠지."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란다는 곧미녀의 말에 이대하 어르신이 덕담같은 돌탑 예찬을 들려주십니다.

 

 

 

 

 

산에서 내려와 돌아다 본 풍경입니다.
 

풍경속에서는 이대하 어르신이 쌓아놓은 커다란 돌탑과 낮게 몸을 눕히고 휴식을 취하는 구름산자락이 하나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 인생도 돌탑처럼 잘 쌓아가야 한다는 어르신의 말이 겨울 산 속에서 메아리처럼 울리는 것 같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돌탑 옆에서 미소 짓는 이대하 어르신의 모습을 광명시민들 모두가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르신, 그때도 멋진 덕담 들려주실 거죠?"

 

 

 

글·사진 | 곧미녀(김경애)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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