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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소통/광명여행

우리동네를 줌인 하라! - 광덕산의 겨울을 만나다.

 

 

 

지난해에 계획해 두었던 '광덕산 취재'라는 숙제를 하기로 마음먹은 어느 날

 광덕산의 위치를 잘 몰라 영자님에게 전화를 한 제리.

 "광덕산이 어디에 있나요? 영자님~~"

"네~~ 성*병원 뒤쪽에 있는 산이 광덕산이랍니다."
 

 

 

 

 

 광덕산으로 출발하기 위해 대문을 나서 뒤돌아 본 골목의 풍경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네요.

 

광명에 산지 어느덧 21년,

저 길로 처음 들어서던 때가 엊그제처럼 생생한데 시간은 많이도 흘러갔습니다.

내 아이가 아장아장 걸음마의 신기함을 배우며 뒤뚱뒤뚱 걷던 길,

새로 사귄 골목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온종일 뛰어놀던 골목길,

그 아이가 자라 이제 군인이 되었으니 참 많은 시간을 저 골목길과 함께 했네요.

 

 

 

 

 


골목을 나와 조금만 걸어가면 큰 도로와 만납니다.

 

15년 전쯤인가 이 도로는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었죠.

하얀 눈이 내려 소복히 쌓인 어느 날 밤,

두 아이들과 함께 공사도로 바리케이드 안으로 들어가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눈사람을 보기 위해 달려갔는데 누군가에 의해 쓰러져 있는 눈사람을 보고
안타까워하던 아이들의 눈빛이 스며든 길. 세월이 지나간 그 길을 카메라에 담아 봅니다.

 

 

 

 

 

큰 도로를 따라 걷다 만난 벤치. 네모보다는 포용력이 커 보이는 둥근 벤치를 만났습니다.
봄 여름 가을 지나가는 나그네의 다리에 휴식을 주었겠죠.

 

우리 동네 구석구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천천히 걸어가기로 마음먹고 나선 길.
광덕산으로 가는 느긋한 시간은

삶 속에서 바쁘게 스쳐 지나갔던 동네의 면면을 만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래서 광덕산을 만나러 가는 동안 만나는 피사체를 줌인해 봅니다.



 

 

강인한 생명력의 보리가 보이고, 파랗게 제 색을 지니고 추운 겨울을 견디는

양지쪽의 풀과 신우대가 보입니다.

언제부터 저 자리에 있었던가? 이 피사체들도 우리 동네를 구성하고 있었네요.

 

 

 



길을 가다 만난 부부의 뒷모습을 제 카메라는 놓치지 않습니다.

어딘가 편치 않아 보이는 남편을 부축한 아내의 따뜻한 동행과

알록달록 양말을 가득 실은 리어카 주인의 부지런한 삶 등,

곳곳에서 우리 이웃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만날 수 있는 거리.


 

 

 

 


여러 표정들이 깃든 거리를 한참 걷다 보니

높이 치솟은 아파트 사이로 야트막한 산이 빼꼼히 보입니다.

 '아! 저기가 광덕산인가 보다!'

하늘로 쭉 뻗은 아파트 사이로 하늘의 배경이 되어 서 있는 소나무가

광덕산의 식구들일 것 같네요.

 

 

 

 

오랜 세월 봐왔던 산, 그 아래로 그 옆길로 수없이 지나가곤 했건만

이름을 몰랐고 또 불러주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늘 그 자리에,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무심했던 것처럼 말이죠.

그 생각에 이르니 미안해져서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

 

 가는 길에 만난 시민들의 휴식을 위한 쉼 의자도, 산 바로 아래의 작은 공원 길도 줌인해 봅니다.

자세히 보아야 깊이 들여다볼 수 있을 테니까요.

 

 

 

 



푸름이 무성했던 여름과는 다르게 묵직한 수행을 하고 있는 듯한 광덕산이 보입니다.
그 아래로 아무도 없는 고요한 벤치가, 산책길이 아무도 오지 않는 한가로운 이 시간이면
겨울산과 함께 묵언 수행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 앞에서 잠시 망설였습니다.
날은 잔뜩 흐리고 산에는 아무도 오가는 사람이 없어서 잠깐 무서운 생각이 들었거든요.
갈까 말까 망설이다 용감하게 계단을 밟고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산자락을 덮고 있는 가랑잎들은

오고 가는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주는 수많은 귀를 갖고 있을 겁니다.


 

 

 

 

위로는 하늘을 향해 잔가지를 무수히 거느린 나무들과,
아래로는 제 영역을 단단히 붙잡고 사방으로 뻗어 가는 뿌리들이 이 산의 오래된 주인이겠죠.
또한'산불조심'이라 쓴 플래카드 역시 이 산의 사계절을 함께 한 동반자입니다.
이런 글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면 왠지~ 산불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묘한 안도감을 느끼는데

그건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산의 식구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걸어가다 보니 두 갈림길이 나타났습니다.
둘 중 한 쪽을 선택하라 합니다. 

어느 길을 선택하든 정상으로 가거나 정상으로 가는 또 다른 길일 테지만

어느 쪽이든 선택을 해야겠지요.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선택의 순간이 무수히 찾아오듯이 말이죠.

 

 

 

 


수많은 길 중 내가 택한 길을 가노라면 힘든 오르막길도 만나게 됩니다.

그 오르막 계단을 걸어갑니다.

오르막이 있어야 내리막길을 만날 수 있고 태산을 넘어야 평지를 만나겠지요.

곧 만나게 될 내리막길과 평지는 희망이라 이름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산에 오르는 일을 인생과 견주어 말하곤 하나 봅니다.

 

 

 


또 다른 방향으로 들어서 산의 구석구석을 만나며 걷습니다.
어느 산이나 있음 직한 돌탑, 누군가의 정성스러운 기원이 쌓아 올린 돌 하나하나에 깃들어 있습니다.
그 앞에 서니 마음이 경건해지며 발길을 잠시 붙잡습니다.
 

 

 

 

 

 

돌들과 눈을 맞추고 걸어가다 보니

산의 실핏줄 같은 산책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가 보이고

비둘기들의 배설물로 하얗게 옷을 입은 겨울나무도 만날 수 있지요.

 

드디어 겸손한 산의 정상이 보이고 그곳에 쓸쓸해 보이는 정자가 나타났습니다.
어라! 이게 정상이야? 소리가 저절로 나옵니다.

 아마도 사람의 발길이 뜸해서 그런지 쓸쓸하고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는 정상.

곧 광덕산에 봄이 당도하면 화려한 변신을 할 테지요.
 
 

 

 

 

 

내려오다 돌아 본 정자는 제게 무슨 말인가를 할 듯 말 듯한 모습입니다.
이별이 아쉬워 멀어지는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는 연인같기도 하고요. ㅎㅎ

 

 

 

 

 

 

멀리서 보던 산의 아담하고 조용한 모습과는 달리 광덕산의 안 쪽에는 많은 것들이 숨어 있습니다.
다정한 비둘기 부부가 한가로이 산책을 하고,


 


 
소박한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 산 참 매력 있네"라고 중얼거리게 되는 속살.
길을 따라 봄이 숨어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산의 속에서 빠져나와 옆구리 같은 길을 걷다 만나는 피사체들은 특별하게 보입니다.
작고 낮은 '광덕산'의 품에서 바라본 광명의 풍경은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멋진 장면을 보여 주었습니다.

 

굳이 먼 곳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지니고 있는 산이

주변에 있다는 걸 우리는 가끔 잊고 살지요.

내 가까이에 있는 존재들의 소중함을 가끔 잊고 살듯이 말이에요.

 

나무들 사이로 그려낸 아파트의 실루엣이 그림처럼 아름다워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또 하나의 명물을 만나게 되는데요.
자그마하지만 힘 있어 보이는 야무진 돌탑.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듯 위풍당당 서 있습니다.
 

 

 

 

 

 

 

이제 이 내리막길을 따라가다 보면 산 아래에 닿을 겁니다.
오를 때 약간의 두려움을 가졌던 게 미안하기까지 하네요.
오래 살았으면서도 처음 오르다 보니 낯설고 조금은 두려웠던 산,
그 산이 이렇게 마음을 편하게 해줄 줄은 몰랐거든요.

 

 

 

 

 

제가 산을 찾은 날이 평일이어서였겠죠?

찾는 이 없이 그저 산 저 혼자 외로워 보였던 쓸쓸한 모습이 말이에요.

하지만 동네 입구에 마련된 간단한 운동기구와 자그마한 쉼터, 공중화장실,
그리고 왠지 비밀스러워 보이는 소로는 참으로 정겨워 보입니다.

 

봄이 오면 사람들로 북적이겠지요?

 꽃눈을 단 철쭉나무와 진달래의 군락이 들썩이고 있음을 보았거든요.


 

 

 

 

 

숨어있는 듯 고장을 지키고 있는 광덕산, 조용하고 겸손하고 아담한 '광덕산'
봄 꽃이 필 때 좋은 사람들과, 가족과 함께 찾아가 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광명은 가까이에 작은 산들이 제법 있는 것 같아요.

부담없이 마음 편한 이웃을 찾듯이 오를 수 있는 산 말이예요.

 

봄, 여름, 가을의 광덕산은 어떤 모습일지, 계절의 변화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볼까 합니다.

 

 

 

 

글·사진 | 제리(이현희)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2기

http://blog.naver.com/hyunhi1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