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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소통/광명여행

[광명의 둘레길]가을날의 수채화 - 가림산 둘레길을 걷다

 

 

청명한 11월의 어느 날.

 

 

 

 

 

바야흐로 만추의 계절입니다. 

붉은 벽돌을 배경으로 익어가는 빠알간 홍시, 지나는 객을 유혹하는 계절.

  

 

 

 

 

        가을엔 모든 나뭇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의 봄이라고 알베르 카뮈가 말했던가요.

        산과 들, 도심의 거리에 예외 없이 물감을 흩뿌려놓은 듯 형형색색의 물결이 출렁이고 있습니다.

 

 


 

 

가을, 그가 떠나기 전에 광명의 산과 그 둘레길을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 그 길에 나서니 벌써 가슴 한켠이 쿵쾅거리네요.

천지 사방 지천으로 깔린 단풍들의 향연에 허둥대는 내 눈과 심장.

 

 

 

 

 

천천히 이 가을을 읽으며 걷습니다.

 

 

 

 

 

막 흙에서 뽑아 올린 무 향내가 자전거 뒤에 실려가는 풍경,

산책길에 나선, 고독한 눈매의 고양이가 깔고 앉은 그늘,

단풍 같은 옷을 입은 강아지 등에 올라탄 햇살이 가을을 써 내려갑니다.

 

 

 

 

 


안녕?

 

 

 

 

 

바닥에 내려앉은 단풍잎 몇 장과 홀로 남은 도라지 꽃 한 송이가 가림산 발치에서 머뭇거립니다.

'저~~ 지금 가을인가요?' 어느 농부의 부지런한 손길에 무의 허벅지가 튼실해지는 계절.

 

 계단에 내려온 은행잎은 화려한 이별,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합니다.

 

 

 

 

 

에서 만난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담쟁이의 고운 빛깔 속으로

스며드는 찰나를 만나는 이 시간도 가을이란 걸 알지요.

 

 

 

 

 

광명에 사는 아이들이라면 꼭 찾아야 할 자연 학습 체험장,

안터생태공원에 들어서니 이곳에도 가을은 무르익어 가고 있습니다.

뜨거운 여름내 해바라기를 하던  꽃은 이제 고개를 떨구고 그림자 길게 걸어가는 시간.

꽃과 잎과 뿌리로 인간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연들의 생도 가을의 속살로 마무리되어 갑니다.

 

 

 

 

 

갈대의 속울음을 알 리 없는 천진한 아이들은 봄처럼 생동합니다.

'이게 뭐야? 너 이거 무슨 씨앗인지 알아?' 

가을이 던져준 숙제를 하는 아이들이 사랑스러워 그림자도 살짝 비켜 앉습니다.

 

 

 

 

 

'얘들아 저기 좀 봐! 나뭇잎들이 꽃을 피웠어.'

 

 

 

 

 

단풍들이 제아무리 떠들어도 개망초는 꿋꿋하게 제 꽃을 피우고

정다운 이들이 그림자를 만들며 함께 걷는 길. 이렇듯 은 소박하여 좋습니다.

 

 

 

 

 

그래서 길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며 걷습니다.

 외로운 듯 어여쁜, 그윽함을 만날 수 있는 길이기에...

 

 

 

 

 

 고양이 기지개 같은 느림으로 걷다 보면 먼 여행을 떠난 아버지의 흔적도 만나게 되는 길.

 

 

 

 

 

 

길을 걷다 문득 '친구야, 아버지의 노래가 그리운데,

난 그런데~~너도 그래?'라고 묻다가 홀연히 올려다 본 하늘에

 

 

 

 

 


가슴을 쿵 내려 앉히는 단풍을 만나 어쩔 줄 모르기도 합니다.

지금 빨간 단풍은 꿈을 꿉니다. 저 파란 하늘에 가닿을 수 있을까.

그 소망이 간절하여 빨갛게 물든 단풍,

누군가에게는 한때 저리 붉었던 첫사랑을 떠올리게도 하겠지요.

 

 

 

 

 

 

이렇듯 둘레길을 여유작작 걷다 보면 만나는 풍경들, 

농부들의 투박한 손으로 일궈냈을 무 배추들의 속살이

가을바람에 단맛을 꽉 채우는 곳에서 흙의 내음을 한 움큼 훔쳐 봅니다.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선 억새풀, 농부들의 가을걷이를 보며 힘내라고 응원이 한창입니다.

 

 

 

 

 

단풍의 시절은 짧고 그래서 더 아쉬운 거겠죠?

 

 

 

 

 

 

우리나라 방방곡곡 단풍의 잔치인 가을이지만 일상이 바빠 멀리 떠날 수 없다면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이렇듯 아름다운 단풍 속에 묻힐 수 있는 곳이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은 광명의 또 하나의 매력이지요.

 

 

 

 

 

 지치고 힘에 겨울 때, 마음 둘 곳 없이 허허로운 때,

 자연 속으로 뛰어들어 자연과 하나 되어 보는 건 어떨까요?

욕심과 욕망 고통을 내려놓고 저 노란 은행잎들에게 빨간 단풍에게

투정을 부리는 아이가 되어 봅니다.

 

 

 

 

 

둘레길에서의 낭만을 마음껏 누리며 걷다 보니 어느새 둘레길의 끝에 다다랐습니다.

구름산 아래 거리에도 단풍은 한창입니다.

쌀쌀한 날씨에 따끈한 칼국수로 배를 채우고

어느 날 홀연히 떠나갈 저 단풍들을 눈에 꼭꼭 담아 보았습니다.

가을 길을 걷는 아이들의 가슴에 아름다운 가을날의 한때가 수채화로 스며 들겠지요.

을 걸으며 그 어느 때보다 더 진한 가을을 만나

마음속은 온통 가을의 절정으로 찬란했습니다.

 

 

 

 

글·사진 | 제리(이현희)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2기

http://blog.naver.com/hyunhi1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