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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

재능을 마음껏 뽐낼지어다 - 2012 여성솜씨자랑대회, 제리님 편

 

 

 

'여성들이여! 재능을 마음껏 뽐낼지어다.' 라는 구호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제17회 여성솜씨자랑대회가 열리는 광명시민체육관에 다녀왔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숨은 예술적 기량을 뽐내고자 찾아오는 여성들의 발길은 기대와 설렘으로 한껏 가벼워 보였습니다.

 

 

 

뜨거운 태양은 짙은 그림자를 만들고, 육아와 살림에 바빴던 그녀들이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에 꼭꼭 눌러 두었던 기량을 맘껏 뽐내고자 접수처로 하나 둘 모여들었습니다.

 

 

 

여성단체협의회 주관으로 열린 이 행사는 서예, 꽃꽂이, 회화, 이주여성 백일장의 경연이 이루어지고 시, 수필, 사진 3개 분야는 사전 공모를 했답니다.

 

 

 

 

관계자분들의 눈길과 손길이 바쁩니다. 접수를 하는 분에게는 푸짐한 선물도 있었지요. 저도 수필 부문에 접수하고 커다란 선물을 받아서 기분이 업~~~ 되었어요.

 

 

 

 

접수 후 설문조사에도 응해주십니다.

 

 

 

 

식전행사로는 '이현소리'의  해금연주가 간드러지게 울려 퍼졌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양기대 시장님을 비롯한 여러 내빈들과 심사를 해주실 심사위원들께서 자리해주셨습니다.

 

 

 

 

오늘의 주인공들인 참가자들도 빈틈없이 자리를 꽉꽉 채워주었구요.

 

 

 

 

서예 접수처에서 접수자들을 기다리는 이광희님(미협 서예 분과장, 여성솜씨자랑대회 운영위원), 방춘락님(한국서예협회 초대작가), 조찬행님(심사위원)께서 잠시 후 경연작들의 심사를 해 주시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리다가 잠시 포즈를 취해주셨습니다.

 

 

 

순간을 붙잡기 위해 이곳저곳 탐색하던 중 이분을 발견하였지요. 미소가 소녀 같은 79세의 최숙자 어르신. 6여 년 전 한가한 시간이 무료해 철산2동 주민센터에 찾아가 서예와 인연을 맺었고 지금까지 계속 배움의 끈을 이어가고 계시답니다. 저 아름다운 미소의 연유를 알 것 같은, 참으로 멋진 노후를 가꾸어 가는 할머니이셨습니다. 그 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발휘하시길 기도했답니다.

 

 

 

어느새 경연이 시작되었군요. '살구꽃'이란 단어가 고향을 떠올리게 하고...

 

 

 

 

이 그림 같은 서체는 '금문체'라고 합니다.  한 획 한 획 정성스러운 손길과 떨림이 있는 붓이 그어지는 소리가 종이 위에서 춤을 추었어요.

 

 

 

 

경연장을 로맨틱하게 만든 꽃향기에 카메라는 스르르 젖어들고, 꽃꽂이 참가자들의 손길은 바쁩니다. 주어진 재료들로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의 솜씨를 최대한 발휘해야 합니다. 때로는 신중하게 때로는 가차 없이. 그리고 어느새 사랑스러운 눈길로 가늠해 봅니다. 아름다운 최고의 자태를...

 

 

 

 

고혹의 색과 고고한 자태가 누군가를 유혹할 듯하네요.

 

 

 

 

한참을 꽃에 홀리다 고개를 드니  이주여성들의 글 쓰는 진지한 모습들이 보입니다. 고향을 생각하며, 그리며, 한글이 조금은 서툴지만 최선을 다하여 글을 쓰고 있습니다.

 

 

 

 

원고지 칸을 꼭꼭 채운 글자들이 아직 영글지 않은 풋열매 같습니다. 조만간 둥글어지고 색을 입혀 완성된 과실이 되어 갈 어린 열매들 말입니다. 이날 경연에 참가한 여성들 모두 대단했지만 그 중 백일장 부문에 참가한 이주 여성들이 가장 대단해 보였습니다. 머나먼 타국 땅에 살면서 그 나라의 말과 글을 익히고, 그 나라의 백일장에 참가할 수 있는 용기를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이 날 행사의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기는 글을 쓰는 엄마를 도와주려는 듯 곤히 자고 있네요. 꿈속에서 엄마의 나라 '우즈베키스탄'이라도 가고 있는 걸까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자매. 5년 전 한국으로 시집을 왔다는 자매(언니 마루바, 동생 무야사르)가 아들과 추억을 만들고 있습니다. 함께이기에 외롭지 않다며 서툰 한국말로 광명이 좋다고 하더군요. 백일장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참가라고 합니다.

 

네 살짜리 꼬마가 꽃미남이죠?

 

 

 

바로 옆에는 6년 전 베트남에서 왔다는 여인들(부티루아, 흐엉)이 두 눈을 반짝이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둘은 복지관에서 만나 의자매를 맺었고 한국말과 문화를 배웠다고 합니다. 이 번이 두 번째 참가이며 입상 경력도 있다고 하네요. 지금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열심히 공부중이고 한국생활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서툰 발음의 그녀들이 예쁩니다.

 

 

 

활짝 웃는 여인(레티흐엉)의 품에서 아기가 깊은 잠을 자고 있습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직원으로 통번역 일을 하고 있다고 해요. 백일장 참가자의 아기를 봐주러 따라왔답니다. 봉사하는 따뜻한 마음이 미소를 통해 뿜어져 나옵니다.

 

 

 

 

잠시 밖으로 나와 회화부문 참가자들을 찾아가는데 반가운 물줄기가 목마른 잔디를 시원하게 적셔주는 순간을 만났습니다.

 

 

 

 

가지런히 꽂힌 스케치 연필과 붓들이 보이네요. 제가 그림을 그렸던 시절이 생각나더군요. 꼭꼭 싸둔 내 붓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살짝 들었구요.

 

 

 

 

잠시 캔버스에 눈을 줍니다. 아직 흰색인 종이 위에 어떤 풍경이 탄생할지... 하얀 캔버스 위로 연필과 물감이 소통하는 동안 자리를 비켜 있기로 했습니다.

 

 

 

 

잠시 후... 와우, 싱그런 풍경 하나가 들어와 있네요. 그녀의 붓놀림이 자유로워 보입니다.

 

 

 

여기 오솔길을 연상케 하는 곳에 자리를 잡은 참가자의 캔버스에도 풀과 나무들이 태어납니다.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한 무리의 젊음들이 웃고 있습니다. 말을 걸었지요. 필리핀에서 온 이 여인들, 맛있는 먹거리와 함께 오늘 신나는 소풍을 왔더군요. 글을 쓰고 난 후, 긴장감을 모두 내던지고 먹는 점심이 얼마나 맛났을까요? 

 

 

 

 

시간이 흘러 경연은 모두 끝나고 북적이던 장내도 조용합니다. 연극이 끝난 무대와 같이 쓸쓸함이 맴도는 가운데 꽃꽂이 부문 최우수 작품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 자태 흡사 목이 긴 여인을 연상케 하네요. 내려다보는 그 눈길이 고고합니다.


최우수 작품 수상을 축하합니다.

 

 

 

서예 부문은 아직 심사가 한창입니다.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은 듯 심사하시는 분들의 눈초리가 매섭습니다. 아마도 고심의 시간이 길어질 듯하여 밖으로 나오니...

 

 

 

 

시민체육관 한편에서 아이들은 물놀이 삼매경에 빠졌네요. 태양이 뜨겁게 미끄러지는 오후, 바닥 분수와 함께 신나는 동심이 솟아오릅니다. 옷이 좀 젖은들 어떻습니까? 이 아이들은 그저, 물과 함께 젖어야 제 맛인 뜨거운 여름이 좋을 뿐입니다.


여성들의 예술적 기량을 맘껏 뽐낸 하루가 이 아이들의 여름과 함께 뜨거웠습니다. 백일장과 경연에 참가했던 모든 여성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행사장을 떠나왔습니다.

 

'광명의 여성들이여, 화이팅!'

  
※ 이 날 대회에는 160여 명이 참가했으며 부문별 10점을 선정했고, 선정된 작품들은 7월6일 ~ 8일까지 3일간 시민회관 전시실에서 전시되었습니다. 그리고 제리님은 수필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셨답니다.

 

 

 

 

 

글·사진 | 제리(이현희)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2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