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에 도전을 해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잊어버리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도전하는 일인 것 같다. 내게도 열정을 가지고 매일 매순간 도전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그러다가...
그래... 그러다가 내 나이 마흔이 넘어 버렸다.
6월 7일. 23:20분. 광명시민필진 카페지기가 글을 올렸다.
광명시민s "광명시에서 매번 이맘때쯤 진행하는 여성솜씨자랑입니다. 우리 여성필진들이 함께 참여하는 건 어떨까요?"
오랜만에 도전 한번 해볼까? 참가를 결정하고 나니 결과는 그리 중요하지 않게 여겨졌다. 오랜만에... 참으로 오랜만에 나에게 도전한다는 그 사실만이 중요할 뿐.
곧미녀 "한번 해 볼까요? 수상보다는 포스팅을 위해..."
6월 27일 수요일이다. 푹푹 찐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더위를 어깨에 걸치고, 시민체육관으로 향했다.
벌써, 각 분야별 참가자들이 명단에서 이름을 확인하느라 부스마다 여럿이 몰려있었다. 모두 무언가에 도전하기 위해 이곳에 왔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 나는 내가 응모한 수필부문에서 내 이름을 찾아 참석여부를 확인했다.
수필.
사실 수필을 써 본건 몇 번 안 되는 것 같다. 학창시절부터 내 주종목은 시라고 생각했으니... 수필을 써 볼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뜨개질'이라는 시제를 보는 순간, 시보다는 수필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1시간 만에 써버린 나름의 수필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경연장 안에는 당일 대회가 치러지는 꽃꽂이 분야와 서예 경연준비가 한창이었다. 이번에 5번째 참가한다는 한 참가자의 준비물은 벌써 가지런히 준비태세를 갖추고 경연이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다.
납작한 도자기 수반은 도예가인 친구가 응원하며 만들어 준 것이라고 했다. 친구의 화이팅 소리로 빚어진 도자기가 참가자의 떨리는 마음을 안정시켜 줄 것이다. 도전을 응원해준 친구를 위해서라도 이 참가자의 도전 결과가 좋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개회사와 심사기준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대회가 시작되었다. 똑같은 재료가 주어졌고, 직접 준비한 수반과 화병으로 각자의 개성을 담은 작품을 만들어 내야한다. 꽃꽂이 경연장엔 참가자들의 긴장된 표정과는 상반된 느낌의 향긋한 꽃향기가 살짝 풍겨 나왔다. 시간이 갈수록 도전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어우러진 듯, 꽃향기가 점점 더 진해지더니 어느 순간 경연장을 가득 메웠다.
꽃꽂이 대회 반대편의 서예 경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겐 너무 어려운 한문 명제는 살짝 패스하고... 이해하기 쉬운 한글 명제를 읽어 보았다.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 뉘 집을 들어서면 반겨아니 맞으리"
소리 내어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 따뜻해지는 명제여서 몇 번을 다시 되새김질 하듯 읊어 보았다. '살구꽃 핀 마을은...'
내 가슴을 따뜻하게 했던 명제로 서예 경연을 치르는 참가자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 참가자도 나처럼 도전을 하기 위해 대회에 참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리 접수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대회장을 찾은 나와는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긴장이 될까? 현장에서 경연을 하는 꽃꽂이와 서예, 그리고 회화와 이주여성 글짓기 대회 참가자들에게 박수를 보내본다.
꽃꽂이와 서예 경연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삼삼오오 모인 이주여성들이 글짓기 경연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하는 말을 복지관 선생님이 한글로 적어줬다면서 미소 짓던 참가자. 받아쓰기 하듯 써 내려가는 참가자의 손끝에서 한글과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이주여성들의 지정시제는 '자식', '핸드폰', '타국'이었다. 참가자들 대부분이 결혼 후 우리나라에 정착한 탓인지 자식과 타국을 주제로 정한 참가자가 많았다.
시민체육관 야외에서도 글짓기를 하는 이주여성들을 볼 수 있었다. 참가자를 대신해서 아이를 봐 주는 친구도 함께 왔다고 했다. 자신의 고향을 떠나와 아이들에게 새로운 고향을 만들어 주기까지의 사연들을 한 자 한 자 옮겨 적는 모습이 조금은 애처로워 보였다. 많은 이주여성들이 우리나라에서, 또 광명시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래본다.
기념식과 시상은 다른 날에 따로 이루어졌고, 오늘은 2012 광명시 여성 솜씨자랑대회 참가자들의 경연만 치러졌다. 그들은 모두 오늘 밤, 설렘과 기대를 안고 잠이 들 것이다. 참가한 모든 분들의 행운을 빌어주고 싶지만, 나는 십수 년만에 해 보는 내 도전에 먼저 행운을 빌고 싶었다. 수상과 관계없이 포스팅을 하리라 마음먹었지만, 막상 도전을 하고 나니 욕심이 났던 것도 사실이다.
너무도 아마추어스러운 내 글을 광블에 내 보이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좋아했던 글쓰기에 새롭게 도전하는 아내를 응원하는 남편과 엄마의 도전에 화이팅을 외쳐주고 글을 읽어봐주던 아이들을 위해 부끄럽지만 일부를 실어보기로 한다. 포스팅을 마무리 하며... 나도 오늘밤 설레는 기대를 안고 잠이 들고 싶다.
※ 윗글을 쓰신 후 며칠 뒤 곧미녀님께서는 광명시민회관에서 수상을 하셨습니다. 원본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쓰실 당시의 시점으로 남겨두었습니다.
뜨개질 소회
글 김경애
(2012 광명시 여성솜씨자랑대회 수필부문 입선)
십 년 전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겨울. 몹시 추웠던 겨울이었습니다. 저녁거리를 사러 간 시장에서 큰 아이 친구 엄마를 만났습니다.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 엄마의 목에 두른 목도리가 어찌나 따뜻해 보이던지... 뜨개질을 해 본 적이 없는 내게 직접 떴다는 목도리는 부러울 따름이었습니다. 반찬거리는 뒷전이었고, 나는 시장골목 뜨개질 재료상을 찾아갔습니다. 그것도 물어물어 말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대책 없는 무모함이 제 발길을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빨간 색 실 뭉치 3개와 양쪽 끝에 대나무를 깎아 만든 바늘이 달려있는 대바늘. 그리고 마무리할 때 필요하다는 날렵한 코바늘 까지 샀습니다.
뜨개질로의 첫 입문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중략)
뜨개질과 관련해서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목도리를 뜨다가 연습 삼아 떠 본 가방이 제법 잘 나왔기에 친정 엄마를 드렸습니다. 진한 초록색 복주머니 모양의 가방에 대나무 손잡이가 달린 가방이었습니다. 딸이 직접 떴다는 말에 친정 엄마는 정말 좋아하셨습니다. 내 첫 번째 가방은 그렇게 몇 해 동안 친정 엄마 손에서 사랑받는 가방이 되었습니다.
그 성공에 힘입어 시어머니께 드릴 가방은 더욱 정성을 들였습니다. 대바늘 두 개를 수 없이 교차시켜 가며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실을 얽매어야 비로소 원하는 모양을 얻을 수 있는 뜨개질. 그 매력을 한껏 느끼며 시어머니 가방은 보라색 반짝이가 섞인 실을 사용했습니다. 가방을 시어머니께 드릴 때 까지만 해도 그 가방을 내가 떴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나름 고급스럽고, 자랑하고 싶은 가방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쁘다고 좋아하시면서도 시어머니는 그 가방을 한 번도 들지 않으셨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말입니다. 농사짓는 시골 사람한테는 너무 과하다는 게 이유였지만, 어찌나 서운하던지...
(중략)
그 이후로 오랫동안 뜨개질을 하지 않았으니 지금껏 대바늘과 코바늘. 그리고 남은 자투리 실들은 서랍장 어딘가에서 잠자고 있을 겁니다. 십 년 전 추억을 되새기며 돌아오는 겨울엔 친정엄마 손에 부드럽게 잡힐 손잡이가 달린 가방과 시어머니께 드릴 수수한 가방을 뜨개질 해야겠습니다. 내가 뜨개질이라는 한 단어만으로 두 분을 떠올렸듯, 친정엄마와 시어머니께서도 그 가방을 들 때마다 십년 전에 드렸던 가방에 담긴 딸과 며느리의 마음을 떠올리실지도 모르니까요.
(중략)
그 매력에 빠져 올해 겨울은 유난히 따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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