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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우리의 미래 청소년

엄마도 1학년(1) - 내 생애 첫 학부모 되기

 엄마도 1학년①
  내 생애 첫 학부모 되기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글·사진 홍선희

 

D-30

 

불안합니다. 머리털 나고 생전 처음 겪게 될 큰일을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 아이를 믿기는 하지만 하루종일 오만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닙니다. 주변 지인에게 물어보고, 경험자들에게 조언도 구해보고, 책을 뒤져봐도 정답은 없습니다. 그럴수록 제 뇌리에 더욱 명료해지는 것은 마음을 비우자!’ 입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토록 심란해 하냐고요? 바로 학부모가 되는 일입니다. 드디어 제가 생애 처음으로 학부모가 됩니다. 즉 저희 큰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저는 사교육 없이 아이를 키워보겠다고 지금까지 달랑 어린이집 한 군데 보내는 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습니다. 한글 다 뗐고, 1부터 100까지 숫자도 알고, 천 단위까지 읽을 정도니 나머지는 초등학교 가서 배우겠지 했는데, 주변 엄마들 얘기를 들으면서 이런 저도 흔들리게 되더군요.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최근에 읽은 책의 한 구절을 떠올리면서요. 아무것도 모르고 온 아이들이 오히려 학교생활 모든 것이 신기해서 훨씬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호기심 천국인 저희 딸. 새로운 것을 보고 들으면서 눈이 번쩍 뜨이고 귀가 뻥 뚫리겠죠?

 

 

 

 

D-15

 

입학에 앞서 반드시 거치는 일, 바로 졸업이죠.

 

 

다섯 살에 처음 어린이집에 가면서 엄마랑 같이 가겠다며 울음보를 터트렸던 제 딸이 벌써 졸업을 합니다. 학사모를 쓰고 의젓하게 앉은 모습을 보니 자랑스럽고 기특할 뿐입니다. 부모님께 보내는 카드 위에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적어 내려간 글을 읽으면서 울컥 했습니다. 마지막 줄에는 이렇게 쓰여 있더군요.

 

 

 

 

제가 예쁜 초등학생이 돼서 학교에 들어가면 맛있는 것 사올게요.”

대부분 아이들은 이 대목에서 공부 열심히 한다고 하던데, 제 딸은.....;;;;

우리 아이는 공부 스트레스와는 무관한 매우 밝고 천진난만한 어린이라고 나름대로 정리해 봅니다.^^

 

 

 

 

시댁과 친정을 통틀어 처음으로 학생이 탄생하다보니 주변에서 선물과 축하금도 두둑이 받았습니다. 축하금은 모두 아이 이름으로 된 통장에 저금했어요. 물론 아이와 함께 은행에 가서 나중에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고요.

 

 

 

 

사실 전 책가방과 신발 주머니를 신상으로 사주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겨울 상설할인매장에 가서 균일가 행사할 때 미리 장만해 두었거든요. 아이가 메이커를 아는 것도 아닌데 신학기 준비에 과도한 돈을 쓰는 게 좀 아깝더라고요. 대신 고학년이 되면 가방을 바꿔줄까 합니다. 주위에서도 고학년 되면 컬럼00, 노스페00, 키플0 등의 백팩종류로 가방을 갈아탄다고 하더군요. 요즘 아이들은 좀 빠른 게 맞나 봅니다. 전 그런 가방을 대학교에 가서야 맸거든요.

 

신학기에 학생가구를 장만하면 너무 비싼 것 같아 이 또한 잠시 미루어 두었습니다. 아직은 탁상에서 제가 공부를 봐줘야 할 상황이라 책상이 그리 절실한 상황도 아니고요.

 

이렇게 저희 집은 아주 간소하고 알뜰하게 아이의 입학 준비를 마쳤습니다. 제 딸도 새 책가방 하나만으로도 대만족인가 봅니다. 날마다 가방을 메어 보며 학교 갈 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네요.

 

 

 

 

! 그런데 이 시기에 제가 가장 많이 한 실수인데, 다른 분들은 그러지 마세요. 엄마인 제가 예민해지다보니 걸핏하면 너 그러면 학교 가서.” 로 시작하는 말을 수시로 내뱉었거든요. 다행히 저희 딸은 특유의 긍정의 힘으로 제 협박을 흘려 넘겼지만, 이런 말은 아이에게 괜한 두려움만 주니까 조심해야 해요. 이 또한 책에서 읽었습니다.^^

 

 

 

 

D-1

 

밤새 뒤척거립니다. 잠을 청하려 할수록 되레 정신이 말똥말똥 해집니다. 이 밤이 지나고 나면 전 정말로 학부모가 됩니다.

 

친구는 잘 사귈지, 공부는 잘 따라갈지, 선생님은 좋은 분, 아니 내 아이랑 잘 맞는 분일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저를 무지 괴롭힙니다. 견디다 못해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예비 소집 때 받았던 안내문을 꺼내 다시 읽어 봅니다.

 

 

 

 

우리 딸은 집 주소, 전화번호, 부모 이름 다 아니까. 그래 이건 통과……

 

입학 준비에 대한 내용들을 보고 또 봐도 우리 모녀는 이미 준비 완료가 맞습니다. 저희 딸은 잘 할 것이라고 제 스스로에게 주문을 겁니다.

 

내일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겠다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일찌감치 잠자리로 향했던 딸 아이는 한참 꿈나라 여행 중입니다. 세상 근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정말 평안한 얼굴입니다. 아이가 지금처럼 학교 가는 것을 기다리며 매일 매일이 즐거운 학창시절을 보내도록 그렇게 딸을 키우겠다는 각오를 다져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더 마음을 비우고, 아이를 믿고 기다려 주는 성숙한 부모가 돼야겠죠?

 

 

 

 

D-day

 

보슬보슬 비가 내립니다.

 

 

 

 

새싹이 움트는 것을 돕는 반가운 봄비입니다. 이 봄비 속에 입학하는 제 딸도 몸과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나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향기로운 꽃처럼 활짝 피어나길 바래봅니다.


오전 10시 학교 강당으로 향했습니다. 강당 입구에는 각 반별로 이름표 목걸이가 붙어 있었어요. 제 아이 것을 떼어 아이 목에 걸어주고는 손을 잡고 입학식장 안으로 들어섰어요. 뒷자리가 이미 꽉 차 하는 수 없이 교장 선생님이 코 앞에 계신 맨 앞자리에 앉았어요. 

 

 

 

 

입학식 풍경이 참 인상적이더군요. 함께 한 아빠들도 굉장히 많았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자리를 채운 경우도 상당했어요. 저마다 동영상에 디카, 폰카까지 총 동원해 아이를 향해 플래시를 터뜨리며 이 역사적인 순간을 담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학교 현관에서 가족사진을 찍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었죠. 예전과 달리 어느 집이나 아이가 ‘매우 귀한 자식’이다보니 입학식이 이렇게 온 가족의 축제이자 경사인가 봐요.

 

 

 

 

입학식은 굉장히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어요. 학생들이 일렬로 서서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을 듣는 그런 빤한 행사는 아니었답니다. 맛있는 간식이 준비된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의자에 학생과 보호자가 빙 둘러 앉았거든요.

 

 

 

 

교장선생님 인사말과 1학년 대표학생의 입학선서에 이어 아이들의 대통령인 뽀로로 만화도 상영됐어요.

 

 

 

 

아이들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그들의 생각을 존중해 주자는 뭐 그런 심오한 뜻이 담긴 내용이었는데, 1학년 꼬맹이들은 이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좋아하네요.

 

 

 

 

교내 밸리 댄스 동아리의 축하 공연도 펼쳐집니다. 이때 저희 딸이 부러운 듯 한마디 하네요. 자기는 언제 저런 예쁜 옷 입고 춤 출 수 있냐고….

 

 

 

얼마나 좋아 보였는지 뽀로로 볼 때 보다 더 집중해 아예 넋을 놓았어요. 다른 건 몰라도 밸리댄스는 시켜줘야 할 것 같습니다.^^

 

 

 

 

 

이어 한 남자아이가 통기타 연주를 선보이는군요. 학교에 다니면 저렇게 재밌는 것을 많이 할 수 있다고 제가 말하자, 저희 딸아이는 학교에 와서 정말 행복하다는 아주 해맑은 표정을 짓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딸에게 말합니다. 


‘그래, 두려워 말고 너의 오늘을, 그리고 앞날을 마음껏 즐기렴~’

 

 

 

 

입학식이 끝나고 아이와 함께 교실로 향했습니다. 제 아이는 5반입니다. 신입생이 엄청 늘어 한 반에 거의 40명씩 5반까지 있네요. 제 딸은 제 이름이 붙여진 자리에 앉고, 저는 교실 뒤쪽 다른 학부모들 틈에 섰습니다.

 

 

 

 

담임선생님을 가까이서 뵈니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30대 초반의 젊은 처녀 선생님이신데 명랑 쾌활하신 게 저희 딸과 아주 잘 맞을 것 같은 예감입니다.

 

 

 

 

직접 아이들에게 안내문을 나줘 주시며 반으로 접어 부모님께 갖다드리라고 하자, 아이들이 하나같이 딱 반으로 꼼꼼하게 접습니다. 무슨 종이 접기도 아니고, 선생님이 시키는 고대로 어찌나 잘 하는지 웃음이 나와 혼났습니다.

 

 

 

 

학교에서는 입학 선물로 화분도 하나 나눠줬어요. 집에 돌아오는 길에 화원에 들러 분갈이를 했습니다. 학교에 다시 보내야 하거든요. 저희 딸은 이 1학년 5반 교실에서 이 화분과 함께 꿈을 예쁘게 키워 가겠죠?

 

 

 

 

뒷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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