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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

초현실적인 세계를 만나다 - 하안도서관에서 열린 '진중권 교수' 의 <디지털 미학의 이해 >강좌

 

 

 

하안도서관에서 진중권 교수 초청 강의가 있었습니다.

 

<디지털 미학의 이해>라는 주제의 강의인데요.

 

 

 

 

 

'미학'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디지털 미학'은 제게 낯선 개념이었습니다.

진중권 교수와 디지털 미학에 대한 궁금증이 꿈틀거려 강의 현장에 가보게 되었습니다.

 

 

 

 

 

오늘 강의는신청 접수가 일찌감치 마감되었다는 후문도 들리는데요.

 

혹시 강의를 듣지 못한 분들이 계시다면, 

저와 함께 디지털 미학의 세계에 들어가 보지 않으시겠어요?

 

 

 

 

 

드디어 책과 미디어를 통해 알고 있던 진중권 교수님이 눈앞에 등장했습니다~

벌써 강당 안은 가득 찬 시민들로 인해, 열기가 후끈 달아오를 정도입니다.

​  

 

 

 

 

진중권 교수는 칠판에 도상, 지표, 상징이란 단어를 적습니다.

그러고나서 사진의 역사부터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도상’

우리가 흔히 보는 그림처럼 ‘유사성’을 토대로 작동하는 기호를 가리킨다.

유사성이 있기에 우리는 그림을 어렵지 않게 그것이 재현하는 사물로 인지한다.

 

‘지표’

와이셔츠에 묻은 루즈가 남편의 외도를 의미하듯 ‘인과성’을 토대로,

혹은 화살표를 보고 특정한 장소를 찾아가듯 ‘인접성’을 토대로 기능하는 기호다.

 

그러나 ‘상징’에는 이런 자연적 연고가 없다.

그것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처럼

지시 대상과의 유사성이나 인접성 없이 그저 관습과 협약에 따라 사용되는 기호다. 

 

뒤부아에 따르면 사진 이론의 역사는 도상-상징-지표의 순서로 발전해왔다.

이와 비슷한 순서를 회화의 역사에서도 볼 수 있다.

 

 

 

 

 


최초의 사진을 보면 회화에 가깝습니다.

 

카메라가 등장했을 당시 사람들은 사진을 '현실을 쏙 빼닮은 도상 기호' 로 여겼다고 합니다.

 

고전 회화가 자신을 ‘자연의 모방’으로 규정한 것처럼,

사진 역시 자신을 세계의 재현으로 간주한 것입니다.

 

어느 매체도 따라올 수 없는 현실의 객관적 재현. 이것이 제 1세대의 사진 이론이라고 합니다.

 

 

 

 

20세기의 사진 이론은

사진을 실재의 ‘반영’이 아니라 ‘변형’으로 바라본다고 합니다.

 

사진은 세계의 그림이기 이전에 무엇보다 그것을 찍는 이가 지닌 관념의 그림이라고요.

라슬로 모호이 나지(1895~1946)가

“ 미래의 문맹자는 글자를 모르는 자가 아니라 사진을 못 읽는 자가 될 것”이라 말했다고 합니다.

 

20세기 후반을 풍미했던 ‘사진의 기호학’ 역시 사진 이미지를 텍스트로 간주했고요.

사진이 이미지로 된 텍스트라면,

그것의 기호학적 본성은 ‘상징’이라는 것이 제 2세대 사진 이론입니다.

 

 

 

 

디지털 미학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느낀 것은

미지의 세계를 알아가는 설렘과 흥미로움이었습니다.

 

어려운 내용인지라 저도 열심히 받아 적으며 촬영하고 있었는데요,

앞에 앉아계신 남성분도 노트북에 열심히 타이핑하고 있더군요.

낯선 학문을 익숙한 학문으로 만들려면 많이 고민하고 공부해야 할 것 같아요. ^^;;

 

 

 

 


보도사진은 사회 고발적이며 폭로적인 진실을 보여준다고 하죠.

그것이 사진의 미학이고요. 그런데 보도사진도 합성된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질문 하나. 위의 사진은 진실일까요? 연출된 사진일까요?^^

 

위의 사진 역시 결정적 순간을 포착한 것 같지만, 연출과 합성으로 이루어진 사진이라고 합니다.

예전엔 합성된 사진은 거짓말이었죠.

그러나 21세기에는 회화와 사진이 합쳐진 작품이 나오게 됩니다.

 

일본판화가 '호쿠사이작'이 1831 '에이지리의 강풍(제프 월(Jeff Wal)l/캐나다, 1946~)'을

모방해 연출한 사진 '갑작스러운 돌풍'(1993)입니다.

제프 월은 사진과 회화의 주관적 이미지를 통해 드라마틱하고 서사적인 작품세계를 만들었습니다.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그림은 회화가 사진을 베낀 것으로, 역전 현장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는 그림 그리는 곳을 아틀리에가 아닌 공장이라고 부르고 복제를 강조합니다.

스스로 화가가 아닌 복제하는 기술자, 기계가 되겠다고 합니다.

놀라운 건, '마릴린 먼로' 작품은 본인이 아닌 제자들이 그린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진중권 교수도 앤디 워홀의 작품을 회화 이미지에 대한 복제 이미지의 승리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회화가 사진을 흉내 내고 사진은 회화를 모방해 작품을 만듭니다.

 

'사진의 역사'를 들으며 디지털 미학에 대한 이해가 생기기도 전에

제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되어 버린 것 같군요.

예술가들의 세계는 평범한 제 머릿속으로 이해하기엔 너무 복잡하기만 합니다.^^;;

 

 

 

 

 

이제는 카메라의 눈이 아니라 컴퓨터의 눈을 대신합니다.

이것이 21세기의 특징이라고 해요.

 

사진은 포커스가 있으나 디지털 이미지의 과도한 선명함은

그 자체가 새로운 미적 감각이 된다고 합니다.

 

어딘지 모르게 초현실적인 느낌, 즉 언캐니 뉘앙스가 있는 것.

이것이 디지털 미학이라고 합니다.

디지털 이미지는 역사적으로 선행한 두 이미지, 즉 사진과 회화를 하나로 통합합니다.

 

 

 

 

​드디어 어려운 디지털 미학 강의가 끝나고 질문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사진의 역사, 효과, 디지털 사진 등을 살펴보며

낯설었던 디지털 미학의 세계에 푹 빠져 있었네요.

 

미학과에 들어간 이유에서부터 미학적 접근으로 보는 정치적 관점까지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진 교수님도 청중들의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가벼운 몸짓으로 단상에서 한걸음 가까이 나오셨고요.

 

 

 

 

 

진 교수님은 단순히 미학이 좋아서, 그리고 주위에 아무도 관심이 없어서

미학과에 지원했다고 웃으며 말합니다.

서울대 미학과가 처음 생기고 나서 본인이 들어갔고 과 수석까지 할 정도로 좋아했다고 해요.

아이를 미학과에 보내기 위한 양육방법의 질문에 대한 답은?

아이를 놀리라고 합니다. ^^

미래는 상상력도 중요하고, 잘 노는 아이들의 시대가 될 거라고요.

그림을 공부하기보다는 보고 즐길 수 있게 해주고 느끼게 해주라고 덧붙입니다.

미학과 예술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미학과 예술의 관계는 새와 조류학의 관계와 같다."라고 쉽게 설명하십니다.

 

 

 

 

미학의 세계가 낯설지만 흥미롭고 알아갈수록 재미도 있는 것 같네요.

그러한 미학을 전공한 진 교수님 또한 예술가다운 예리함과 유머까지 겸비한 분임을 실감했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강의 때는 무척이나 진지했던 젊은 청중들도

교수님의 유머에 폭소를 자아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강연자 사인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일렬로 줄을 선 시민들의 얼굴엔 생기가 가득합니다.

 

 

 

 

 

맨 뒤에 서 있던 제게도

진중권 교수님의 사인과 사진까지 함께 찍을 수 있는 행운이 왔습니다. ^^

 

디지털 미학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아직은 정리가 잘 안 되어 답답하네요.

하안도서관을 나서기 전, 진중권 교수님의 디지털 미학에 대한 책 한 권을 빌렸습니다.

​지금의 흥분과 지적 호기심을 한껏 발휘해 열심히 읽어보렵니다.

 

여러분도 저와 함께 이번 여름에는, 새롭고 섬뜩하기도 한,

디지털 미학의 세계에 빠져보지 않으실래요?

 

 

 

글·사진 | 비젼맘(최지연)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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