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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소통/채워지는 배움

콩으로 빚어낸 네모난 예술작품 - 어머님이 전수해주시는 '가마솥에 메주 맛있게 쑤는 비법'

 

 

어제는 메주를 쒀서 달았습니다.

 

청송 시고모님이 직접 농사지으신 잔잔한 토종 콩을 깨끗하게 손질해서 보내주셔서

그대로 씻기만 하여 지난번 고향길에서 사 온 가마솥에 삶았습니다.

 

어머님이 전수해주시는 '가마솥에 메주 맛있게 쑤는 비법'으로 말입니다.

 

 

 

 

 

가마솥을 사올 때의 계획은

마당에 있는 수돗가에 예쁘게 황토로 아궁이를 만들고 솥을 걸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병원에서 한 달 넘게 보내고 오니 눈도 많이 쌓여 있고

수돗물도 꽁꽁 얼어서 예쁘게 솥을 걸려던 것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철물점에서 파는 간이 아궁이를 사다가,

대문에서 집 안으로 들어오는 길에서 메주를 끓였습니다.


보기에는 번드르르하던 가마솥에 콩을 삶으려고 씻어보니 끝없이 녹물이 나옵니다.

너무 오랫동안 쓰지 않던 솥이라 녹이 많이 슨 것을

대충 닦고 기름칠을 해놓아서 보기에만 좋았던 것 같습니다.

팔이 아프도록 몇 번을 씻어내고 나서야 겨우 맑은 물이 나오기에 그제야 콩을 삶았습니다.

 

 

 

 

 

어머님 말씀이 "메주콩은 불리지 말고 바로 삶아야 뜸이 잘 든다."

고 하시기에 불리지 않고 물을 넉넉하게 부었습니다.

"물은 너무 많이 부으면 나중에 물이 많이 남게 돼서 메주가 맛이 없다. 

그래서 손목까지 오게 부어서 끓이다가 물이 적다 싶으면 더 붓는 것이 좋단다."

고 하시기에 그렇게 붓고 나무를 많이 지펴서 화력을 강하게 하고 첫 한소큼을 끓입니다.

 

 

 

 

 

뚜껑을 열지 않고 콩을 삶아보면 콩물이 끓어 넘칩니다.

그래서 저는 얼른 뚜껑을 열었습니다. 그랬더니 거실에서 지켜보시던 어머님께서

"야야. 그렇게 콩물이 끓어 넘칠 때마다 뚜껑을 열면 콩의 구수한 냄새도 날아가고 맛이 없어진다.

그럴 때는 솥뚜껑 위에 물을 끼얹으면 거품이 가라앉아서 넘치지 않는다." 라고 하십니다.

 

얼른 물 한 바가지를 갖다놓고 끼얹어 가면서 끓였더니 신기하게도 넘치지 않습니다.

이래서 어른이 계시면 좋습니다. 이런 비법을 어머님이 아니시면 누가 가르쳐주겠습니까? ^^

 

 

 

 

 

그렇게 물을 끼얹어 가면서 한소큼을 끓이고 나서는

불이 꺼지지 않을 정도로 약하게 해서 뜸을 들입니다.

뜸을 들이는 중간중간에 위아래의 콩을 뒤집어가면서 삶으면 콩이 골고루 잘 익습니다.

이렇게 약한 불로 5시간 정도 뜸을 들이니 콩이 뭉긋하게 익었습니다.

콩이 제대로 뜸이 들어야 으깨기도 좋고 제대로 된 메주를 만들 수 있답니다.

 

 

 

 

 

콩이 제대로 삶아지면 윗부분이 이렇게 색깔이 노릇하게 변합니다.

색깔도 이렇게 노릇하게 변하고 손으로 으깨 보아서 금방 으깰 수 있으면

콩이 적당하게 삶아진 것이랍니다.

 

 

 

 

 

그렇게 제대로 콩이 삶아졌다 싶으면 이렇게 깨끗이 씻은 포댓자루에 퍼 담습니다.

이때 콩물이 적당하게 졸여졌으면 좋겠지만, 만약에 콩 밑에 콩물이 조금 남았다면 소쿠리에 콩물을 받혀두었다가 무말랭이를 만들 때 넣으면 한결 맛있답니다.

 

 

 

 

 

포댓자루에 퍼 담은 콩은 식기 전 뜨거울 때 깨끗한 수건을 덮고 발로 밟아 으깹니다.

이때 너무 식어버리면 콩이 잘 으깨지지 않으니 발이 좀 뜨겁다 싶더라도 꾹 참고 열심히 밟습니다.

그렇게 밟고 났더니 엄청나게 추운 날이었는데도 아무리 방 안이지만 땀이 좀 흐르더라고요.

 

제가 밟는 것을 보고 어머님은

"디딜방아나 절구가 없으면 메주콩 찧는 것도 못할 줄 알았는데

이래 쉽게 하는 방법이 있을 줄 어예 알았노? 요새 사람들은 머리도 참 잘 쓰제." 

말씀하시며 새로운 메주콩 찧는 방법에 대해 신기해하십니다.

 

 

 

 

 


그렇게 발로 꼭꼭 밟은 콩이 거의 으깨어졌다 싶으면

덜어내어 요런 네모난 메주틀에 넣어 모양을 만듭니다.

 

그리고 깨끗한 면으로 만든 보자기를 메주 틀 안에 두르고 구석구석 넣어 꼭꼭 쌉니다.

꼭꼭 싸고 누르고 하여 마지막으로 수건으로 덮어 발로 꼭꼭 밟습니다.

 

 

 

 

 


메주 만드는 틀에 넣고 밟아 모양을 만들어 놓은 모습입니다.

모서리가 날카로운 것은 손으로 잘 만져서 좀 둥글게 만듭니다. 그래야 매달 때 부서지지 않거든요.

 

 

 

 

 

꼭꼭 밟아 만든 것을 하룻밤 재웠답니다.

만든 후에 금방 매달면 으스러질 수도 있다고 어머님이 말씀하십니다.

역시 어른의 생각이 깊습니다. 그리고 탈곡한 볏짚을 준비해놓았습니다.

볏짚이 농약 냄새도 전혀 나지 않고 얼마나 깨끗하고 좋던지

친환경으로 농사지은 것이 맞다는 걸 냄새 잘 맞는 남편이 누누이 말하더라고요.

 

 


 

 

짚을 만져보니 너무 말라있습니다.

그래서 목욕탕으로 가져가서 샤워기로 샤워를 시켜 한 참 두었더니

눅눅해져 굴레를 만들기에 적당합니다.

 

어설픈 껍질들을 벗겨 내고 깨끗하게 합니다. 어머님이 눅눅한 볏짚으로 굴레를 만드십니다.

지난해에는 제가 친정에서 만들 던 방식대로 만드느라 힘이 꽤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님은 60년이 넘게 만드시던 어머님의 방식대로 만드시니

굴레 열한 개를 금방 뚝딱 만드십니다.

 

 

 

 

 

그렇게 만든 굴레로 메주를 예쁘게 감싸서

못쓰게 된 옷걸이를 개조해서 만든 메주 걸이에 걸었더니 너무너무 귀엽지요? ^^

 

가마솥에 쑨 메주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달아놓고 보니

내년 된장은 맛은 먹어보지 않아도 맛있을 것 같아 기분이 굉장히 좋습니다.

 

만약에 어머님이 지난번 병원에 계실 때 변을 당하셨으면

이렇게 가마솥에 메주를 맛있게 쑤는 비법도 배우지 못했을 것을 생각하면 끔찍스럽지만요.

 

 

 

글·사진 | 렌즈로 보는 세상(김분호)
온라인 시민필진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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