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반년, 광블을 논하다 4
part 4. 혁신의 키워드 : '협업'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글. 홍선희 / 편집. 한결, 곧미녀, 닭큐, 솔솔, 윰, 세린
그림. 세린
#part 1. '소통의 시작'
#part 2. '시민을 키워 도시를 키우자!'
#part 3. '시민공동프로젝트호, 소셜의 바다로!
#part 4. 혁신의 키워드 : '협업'
광블의 위력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다. 필진 모집공고를 놓친 사람들은 직접 카페를 찾아 필진 활동 의사를 밝히기도 한다. 그래서 광블은 필진을 아예 수시 모집하기로 한다.
파워블로거 한결님(필명)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이 이후로도 줄곧 광블의 문을 노크했다. 다양성을 극대화하면 비로소 융합의 창의력이 도출될 터이니, 이 같은 프런티어 정신이야말로 혁명이고, 혁신의 밑거름이지 않겠는가.
이렇게 늘어난 카페 회원 수는 110여 명이다. 이들이 쏟아내는 의견과 포스팅은 신선하고 독창적임을 넘어 위력적이기까지 하다. 아이디어를 모으고 또 모으니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심지어 자신들의 명함도 직접 제작했다. 디자인과 포토샵에 일가견이 있는 필진들은 나름대로 명함을 만들어 카페에 올렸다. 디자인 콘셉트와 의도에 대한 설명을 곁들어 가면서 말이다. 유명 기업체 프레젠테이션은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시민필진 명함은 이렇게 탄생했다. 하얀 네모 종이위에 이름 석 자 박힌 기존의 명함과는 사뭇 다르다. 싱그러움이 묻어나는 연둣빛 바탕색 위에 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이곳에 어떤 이는 새 집을, 어떤 이는 어항을, 어떤 이는 병아리 노는 모습을 넣어 입맛대로 마무리를 달리했다. 명함을 받으면서 필진들은 또 다짐한다. 나무가 뿌리를 잘 내리도록 열심히 거름을 주고 돌보겠노라고.
이 과정은 그대로 포스팅돼 광블에 게재됐다. ‘사서 고생’하고 ‘자급자족’한 이야기들이 여과 없이 공개됐다. 광블에서만 볼 수 있는, 광블 필진이기에 만들 수 있는 포스팅이 아닐까. 더욱 애착이 가고 하면 할수록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광명 서른 살 축하 기획안에도 너도나도 의견을 개진했다. 의견을 내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를 토대로 ‘광명시민의 자격’이라는 포스팅이 기획됐다.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30가지를 추려 3편의 시리즈로 엮었다. 난생처음 광명에 오는 사람일지라도, 이것만 보면 ‘광명 한 바퀴’를 하고도 남을 정도의 정보들이 가득하다.
광명 8경을 소재로 웹툰을 연재하는 노상수 필진은 소재가 궁해질 무렵, 카페에 도움을 청한다. 이 또한 댓글들이 봇물을 이루고, 스토리는 다시 이어진다. 필진을 모델로 한 캐릭터까지 등장한다. 웹툰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인 셈이다. 나의 이야기가 대충 흘러가게 가만두고 보겠는가. 필진들은 모니터링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것은 또 다른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필진 저마다의 실력도 살찌우게 한다. 포스팅이 나날이 발전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공기처럼 사소한 소재가 ‘명품’으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광명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봤을 광명소식지. 세린(필명)님은 광명소식지 기사들을 읽으며 느낀 자신의 소회들을 하나하나 풀어내 포스팅 했다. 심지어 다 읽고 난 소식지를 아이와 함께 오리고 찢고 장난감 삼아 갖고 논 이야기들까지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세린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식지를 읽으면서 너도나도 생각하는 것들, 아이 있는 엄마라면 으레 하는 종이 찢기였기에 더욱 실감 나는 포스팅인 것이다. 필진 들을 또 한 번 깨닫는다. 각자의 소소한 일상이야 말로, 모두가 나누고 싶어하는 소식이었다는 사실을.
광블․카페 운영자는 그 ‘입김’을 상실한지 오래다. 초반의 카페가 진정한 커뮤니티로 활성화되기 전, 필진이 먼저 건의를 해서 자유게시판이 만들어졌다. 이후 블로그와 포스팅에 관한 의견을 더욱 자유롭게 나누면서 자발적인 소통을 시작했고 운영진에게 먼저 필진 교육을 요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필진들이 직접 운영자를 대신해 공지성 내용까지 포스팅하고, 카페 활성화를 위한 갖가지 ‘출첵 이벤트’도 진행한다.
광명을 대표하는 인물 기형도 시인 관련 포스팅은 그야말로 협업의 ‘백미’다. 닭큐(필명)님이 기형도 시인 알아보기 포스트로 시인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더니, 곧미녀(필명)님은 시인 문화답사를 소재로 포스팅을 하면서, ‘기형도의 자기화’를 이뤄낸다. 아름다운 시 구절로 ‘나만의 기형도’를 탄생시킨 것이다. 필진들에게 기형도 시인은 더 이상 광명의 대표 인물 정도가 아니다. 시인을 알고 싶고, 그의 시가 읽고 싶고, 시인의 정신세계를 탐닉하고 싶은 동경의 대상이 된 것이다.
필진들은 한발 더 나아가 화영운수에 기형도 시인의 시가 걸리게 된 사연에 대해서까지 카페를 통해 의견을 주고받게 된다. 결국, 세 명의 필진이 협업으로, 세 편의 포스팅을 하기에 이른다. 지금껏 무심코 탔던 버스와 그 안의 시 마저도 ‘협업’을 거치니 ‘독창성’이라는 생명을 얻게 된 것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닭큐님은 또다시 기형도의 시 ‘안개’를 모티브로 추리소설을 써 이를 광블에 올렸다. 한 필진이 쓴 시인을 알아가는 과정의 예비 포스트를 서로 첨삭해 주다가, 아예 추리소설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처럼 일상적이고 지역적이며, 개성 있는 포스팅이 어디에 또 있을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 했던가. 그렇다면 가장 광명적인 것이 가장 전국적, 아니 세계적인 것이고 가장 경쟁력 있는 가치일 것이다.
이 같은 명제는 증명됐다. 기형도 추리소설을 보기 위해 광블에 처음 접속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어떤 이에게는 생소했고, 알았어도 무관심했던 기형도 시인은 익숙하고도 친숙한 대상으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기형도’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광명’은 새롭게 각인됐을 것이다.
시민 블로거는 이처럼 ‘협업’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광블 시작 당시 얼마 없던 필진들의 블로그가 앞 다퉈 개설되더니, 현재 20여 개에 달하고 앞으로 점점 늘어날 것이다. 광블의 시민필진 블로그 링크를 통해 필진들은 서로의 블로그까지 넘나들며 일상을 공유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지역 블로거 네트워크가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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