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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

태어난 지 반년, 광블을 논하다 1 - 소통의 시작

 

태어난 지 반년, 광블을 논하다
part 1. 소통의 시작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글. 홍선희 / 편집. 한결, 곧미녀, 닭큐, 솔솔, 윰, 세린
그림. 세린


part 1. ‘소통’의 시작

 


올해로 서른이다. 시 승격 30년을 맞은 광명. 이곳에는 35만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20~40대가 그 절반이다. 한참 활동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곳이니, 생각도 젊어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그 누구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지금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발칙한 구상을 한다. 그리고 실행에 옮긴다.

바로 시민이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를 쓰고 공유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칭찬하고 비판하고, 댓글 달게 하는 중에 쓸 만한 이야기는 잘 다듬어 정책으로 빚어내는 데 활용하면 된다. 자신들이 살고 싶은 도시의 미래상을 시민 스스로 찾아가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는 끼어들지 않기로 한다. 그저 바라보고 시민이 원할 때 돕고, 시키는 것 있으면 심부름이나 하기로 한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다. 귀 기울여 들음으로써 시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소통의 시작은 여기서 부터다.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골머리 앓는 것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그래서 시장에서, 거리에서, 학교에서, 광명 곳곳을 누비는 시민들이 하는 말을 주워 모으기로 했다. 훨씬 더 생생한 ‘이야기 아카이브’가 될 것이다. 그것들을 활용하면 진정으로 실용적인 정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할 수 있다.

자! 그렇다면 현장에서 뛰어다닐 개미군단을 모아야 할 것 아닌가.




 


4월 7일. ‘광명시를 보고 듣고 뉴스하라!’는 특명을 수행할 ‘필진 모집 공고문’이 나붙었다.
얼마나 오려나? 누가 관심이나 가지려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20여 일을 기다렸다.

접수된 원서를 보는 순간, 그저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참여와 소통에 목말라하는 시민의 바람이 가슴 가득 전해오는 순간이다. 청소년, 주부, 선생님, 회사원, 자영업자 등등 각계각층의 시민이 원서를 냈다. 90명이 넘었다.

5월 20일 필진들의 카페가 개설되고, 하나 둘 이곳으로 모여들어 가입인사를 한다.

그리고 시는 광명시 블로그(이하 광블)에 대한 콘셉트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엉뚱하고 무책임한 과제를 시민에게 제시한다. 바로 광명의 도시 정체성을 함께 찾아가는 블로그를 만들겠다고 한 것이다.



 


그 과정으로 제일 먼저 ‘광명시는 000이다’의 빈칸을 시민들에게 직접 채워 보라고 한다.

파랑새, 둥지, 여울목, 제2의 고향, 일급수, 그림자, 5일장, 마중물, 열혈청춘……. 

시민들은 이 과제 덕에 지금껏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자신이 사는 도시에 대한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한다. 000을 메우면서 ‘나는 왜 광명에 사는 것일까, 지금 내가 느끼는, 그리고 앞으로 바라는 광명의 모습은 무엇일까’라고 자문한다. 그러면서 각자의 마음속에 관심이 깨어나고, 참여라는 행동으로 옮겨진다. 광블이 탄생하고 자라나기 위한 에너지가 모이게 된 것이다.




 


5월 말. 드디어 광블, 광명시민공동프로젝트(http://bloggm.tistory.com)가 문을 열었다. 사실 관공서에서 블로그를 개설했다는 소식은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오히려 광명시의 블로그는 늦어도 한참 늦은 상황. 기껏해야 지난해 8월 개설한 트위터 개정 달랑 하나가 전부였던 광명은 그야말로 ‘소셜 황무지’었던 것이다.

소통이라고 해봤자 시민이 민원 제기하면 그에 대해 이렇고 저렇고 설명하고, 관련법안 가르쳐 주는 게 전부였다. ‘네네, 알겠습니다. 검토해 보겠습니다.’ 이런 말은 정말 질린다. 말해봐야 바뀌는 것도 없고,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는 ‘참여와 소통’은 사람들을 지치다 못해, 무관심하게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광블은 다르다. 시민이 필진이 되어, 직접 포스팅을 한다. 자신들이 자주 가는 공원, 놀이터, 도서관, 시장 등 사소한 일상 모두가 고급 정보로 재탄생된다. 시 블로그 운영자와 협업하는 과정은 재밌기만 하다. ‘네 일 내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한 나들이나 참가한 각종 행사에서 보고 느낀 것들이 전부 소재가 된다. 개인 블로그에 심심풀이로 올리던 신변잡기적인 글들이 ‘매스 미디어’로 화려하게 포장돼 널리 퍼져가고, 여기에 댓글이 달린다. 글을 쓰는 사람은 신기하고 신이나니, 더 열심히 소재를 찾게 된다. 이것은 그들이 사는 도시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꽃피우게 된다. 그동안 다른 관공서나 공공기관이 해오던 소통의 매커니즘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