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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

기형도, 그의 시길을 걸으며... - 가을다움

기형도, 그의 詩길을 걸으며
가을다움

제1기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곧미녀(김경애)
Blog. http://blog.naver.com/hvhklove
미녀의 정원




가을 답다


하늘 구름 햇살 바람 모두가

예측할 수 있는 가을을 닮아있다

 



시인을 이야기해 주기 위해 반차를 냈다는 이와

들뜬 음성으로 시인과의 추억을 말하던 어릴적 친구조차

그 길 위에서는 말이 없다. 아니

말 하는 법을 잊은 듯 하다

 

시인의 길 위에 사는 사람들은 시인을 닮아

넉넉하다

감나무에 까치밥을 남기고

무심한 듯 호박 한 덩이 담장위에 데롱댄다

 


발길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멈춘다

시인을 모르거나 혹 아는 이들의 거대한 무덤으로 가는

초입에 시인의 옛 집이 있다. 아니

어릴적 시인이 살던 집 터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이의 창고가 되어버린

 



시인을 기억하는 이들은 時를 노래한다

슬프거나 혹은 즐거운 목소리로

떨리거나 가끔 더듬거리며

모두는 그렇게 시인을 기억한다

 

시인을 보낸 날만큼의 주름진 얼굴의 노모을 만났다

시인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미소짓던 시인의 누이도

그들은 사진 속 시인을 아주 많이 닮아 있다

그가 없는 이 땅의 가을

바람은  노모의 어깨위에서 잠시 쉬어가고

시는 노래가 되어 길 위에 뿌려진다


 



기억은 바람만큼 가볍지 못해서

가슴에 쌓이고 쌓이는 법

노래로 살아난 시인의 음성을 기억하려는가

시인의 노모는 두 눈을 꼭 감고 누이의 눈에는 눈물이 맺힌다

노모의 어깨위 바람은 순간

갈 길을 잃고 말았다

 

예측할 수 있었던 하늘 햇살 구름 바람을

이제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2011년 10월 21일 기형도 시인 詩길 밟기 행사 후... - 곧미녀(김경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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