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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사람사는 이야기

웰빙 된장의 초석 - 처음으로 메주를 혼자 쑤고 만들어 달다

 

 

 

지난달, 어머님이 텃밭에서 거두어들인 콩으로 메주를 쑤었습니다. 농약이나 비료도 거의 쓰지 않은 콩이라 웰빙 식품인 된장을 만드는 데는 더 없이 좋은 재료가 될 것입니다.

 

어머님이 편찮으시다 보니 말려놓은 콩을 씻어서 가마솥에 삶고 밟아 으깨고 모양을 내어 만드는 것도 모두 저 혼자서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까지 이렇게 혼자 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혼자 하게 되었지요. 가정의 안주인이 해야 할 일들을 나이 먹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어머님께로 부터 물려받게 되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어쩌다보니 김장도, 메주도 모두 혼자서 했습니다.

 

일 년 먹을 부식의 가장 큰 몫을 하는 김장을 하고, 메주까지 혼자 쑤고 만들어 달았으니 이제는 살림에 선수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작년, 어머님은 텃밭에 콩을 심으셨습니다. 그 콩을 가지째 꺾어다가 마당에 말려서 틈틈이 바심을 해서 요렇게 햇빛에 말렸습니다. 농약도, 비료도, 주지 않은 것이어서 건강식 된장을 담그는 재료로는 더없이 좋은 콩입니다.

 

 

 

 

 

 

콩은 전날 저녁에 씻어서 물에 불려놓았다가 아침 일찍부터 뒤뜰에 있는 큰 솥에 삶았습니다. 처음에는 불을 조금 세게 지펴서 한 소큼 끓입니다. 그리곤 아주 작은 불만 남아있게 하여 거의 너댓 시간을 뒤집어 가면서 푹 삶습니다. 뜸이 들라고 불을 껐다가 다시 지피고를 반복하면서 노랗던 콩이 요런 색이 될 때까지 삶았습니다.

 

 

 

 

 

 

그렇게 푹 삶은 콩이 손으로 비벼 뭉개질 정도가 되었으면 이제 으깨야합니다. 옛날 우리 어릴 적에는 디딜방아에 찧었던 것을 요즈음은 이런 푸대에 담아 발로 밟아 으깹니다. 푹 삶았더니 힘들여 밟을 것도 없습니다.

 

 

 

 

 

그렇게 푹 삶은 콩이 손으로 비벼 뭉개질 정도가 되었으면 이제 으깨야합니다. 옛날 우리 어릴 적에는 디딜방아에 찧었던 것을 요즈음은 이런 푸대에 담아 발로 밟아 으깹니다. 푹 삶았더니 힘들여 밟을 것도 없습니다.

 

꼭꼭 싸고 누르고 한 다음 마지막으로 수건으로 덮어 발로 꼭꼭 밟습니다. 수건은 발냄새가 들어갈까봐 덮는 것이랍니다.

 

 

 

 

처음 메주 만드는 틀에 넣어 밟아 모양을 만들어 놓은 모습입니다. 모서리가 날카로운 것은 손으로 잘 만져서 좀 둥글게 만듭니다. 그래야 매달 때 부서지지 않거든요.

 

 

 

 

 

 

꼭꼭 밟아 만든 것을 하룻밤 재웠답니다. 만든 후에 금방 매달면 으스러질 수도 있다고 어머님이 말씀하십니다. 역시 어른의 생각이 깊습니다.

 

그리고 탈곡한 볏짚도 준비해놓았습니다.

 

 

 

 

 

짚을 만져보니 아직 덜 말라서 눅눅하니 굴레를 만들기에 적당합니다. 어설픈 껍질들을 벗겨내고 깨끗하게 정리합니다.

 

 

 

 

 

눅눅한 볏짚으로 굴레를 만들어봅니다. 어설픈 솜씨라 만드는데 시간이 엄청 걸립니다.

 

 

 

 

 

 

한참을 걸려서 요런 모양의 굴레를 메주의 숫자만큼 만들었습니다. 초보자의 솜씨 치고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지요?

 

 

 

 

 

 

굴레로 싼 메주를 메주걸이에 걸고 어설픈 지푸라기는 잘라내니 깔끔한 게 인물이 납니다.

 

옛날에는 안방 실겅(시렁)에 매달던 것을 지금은 요렇게 틀을 만들어 매달았습니다. 원래는 일찍 메주를 쒀서 밖에 매달았으나 시기가 조금 늦어지는 바람에 이렇게 실내에 달았습니다. 너무 추우면 메주가 잘 마르지 않거든요.

 

 

 

 

 

 

이렇게 이틀 동안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메주는 제대로 마른 후에 방 아랫목에서 겨우내 띄우고 말려 돌아오는 정월, 손 없는 날에 된장으로 담가진답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평생을 된장을 담가오신 어머님과 함께 메주를 쑤고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혼자서도 거뜬히 해냈습니다. 어머님 어깨 너머로 배운 솜씨가 이젠 제 솜씨가 되었습니다.

 

사서 먹는 된장이 영 입에 맞지 않아서 어머님이 돌아가셔도 된장은 꼭 담아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메주는 혼자서도 쑤고 만들 수 있으니 정월에 장 담그는 것만 혼자서 할 수 있으면 어머님이 안 계실 때에도 된장 때문에 큰 걱정을 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글·사진 | 렌즈로 보는 세상(김분호)

온라인 시민필진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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