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 소통/사람사는 이야기

정성 반, 사랑 반 - 사랑의 반찬 나누기, 광명시장상가조합 여성회 이야기

 

 

연말에 있었던 훈훈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해요.

 

저는 광명전통시장을 자주 이용하곤 합니다. 광명에도 시장이 많은데요. 전 주로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에 있는 광명전통시장을 자주 간 답니다. 재래시장을 많이 이용해 줘야 한다는 왠지 모를 의무감으로 더 자주 찾게 되는 곳입니다.

 

 

 

 

 

 

지난달에는 김장 때문에 찾은 시장 골목에서 차 봉사를 하시고 있는 분을 만났어요. 날씨가 꽤 추웠던 날이었는데, 저에게 차 한 잔 하고 가라고 말씀해주셨지요.

 

 

 

 

 

 

이런 훈훈한 인정에 어찌나 감사하던지...? 보리차와 커피가 무료라고 하네요. 그래서 저도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마셨답니다. 추운 날씨에 차가워진 몸을 녹일 수 있는 행복한 차였어요.

 

 

 

 

 

 

그런데 문득 둘러보니 헌옷들이 모여 있는 게 보였어요. 바지는 바지대로, 윗옷은 윗옷대로. 왜 옷들을 모으고 계실까 했더니만, 한 달에 두 번, 광명시장 여성회에서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마련하기 위해 헌옷을 수거하고 계신대요.

 

둘째, 넷째 목요일에 광명전통시장으로 나와 보세요. 헌 옷 수거에 동참하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지나가다가 참여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다 우연히 들은 이야기가 하나 더 있어요. 광명시장 여성회에서는 한 달에 한 번 독거노인이나 관내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무료로 반찬배달을 하신다고 하더라구요. 2012년 3월부터 지금까지 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관내 동사무소에서 명단을 받아서 현재 약 25명 정도의 반찬을 만들어서 보내주신다고 하네요.

 

정말 따뜻한 이야기였어요. 그래서 저도 함께 동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주로 셋째 주 토요일 저녁 8시 이후에 장사를 마칠 무렵이면, 여성회 회원들이 모여서 다음날 배달할 반찬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무를 절여서 김치를 만들고, 두부전도 부치고, 감자도 조리고 오뎅도 볶고... 이미 장사를 끝낸 시간이라 피곤할 텐데, 피곤한 기색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다들 열심히 하고 계셨어요.

 

이 모습들이 정말 아름다워 보이네요.

 

 

 

 

 

 

고등어자반은 자반 집에서, 김은 즉석김 집에서, 두부는 두부 집에서, 김치는 야채 집에서. 여러 가게에서 힘을 모아 봉사를 함께 진행합니다. 물건을 내어서 하기도 하고,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요.

 

반찬 나누기 봉사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서 여쭈었어요. 수익을 사회로 환원하고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일이라고 하네요. 제가 자주 다니는 광명전통시장에서 이런 멋진 일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니, 넘 감동적이었어요.

 

 

 

 

 

 

다음날 아침, 소고기무국을 푸짐하게 끓이시는 모습이에요. 듬뿍 듬뿍 뜨는 국자 안에는 고기보다 국물보다 더 많은 사랑과 정성이 넘치도록 담겨져 있더라고요. 그 안에 양념으로 들어 간 것은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과 배려였습니다.

 

 

 

 

 

간은 잘 맞는지, 소고기는 적당히 들어갔는지... 잘 끓여진 국물 맛이 어떤지 저도 한 수저 먹어봅니다. 참 맛나네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요.

 

 

 

 

 

 

제가 광명시장 여성회 회원님들께 사진 한 장 담자고 했어요. 여성회에는 좌측에 박정임 회장님을 비롯해서 서른한 분이 계신다네요. 참 대단한 분들이다 싶어요. 마음만큼이나 얼굴도 아름다우신 분들이지요.

 

 

 

 

 

 

 

이 반찬들이 한 집으로 가는 분량이라고 해요. 깍두기, 두부부침, 오뎅볶음, 알감자조림, 고등어자반, 절편, 김, 귤, 소고기무국...

 

정말 푸짐하네요! 정성이 들어서인지 더 맛있어 보이구요. 이걸 총 25세트를 만들어서 준비하셨어요.

 

 

 

 

 

 

이제 포장을 할 시간. 반찬들을 일일이 하나씩 담아서 비닐봉지에 넣어 포장하고, 이따가 배달할 차에 실어야 합니다. 이젠 광명전통시장의 이사님들까지도 다 나오셨어요. 남자 분들도 팔을 걷어붙이셨답니다. 한 두 사람만으로는 해낼 수 없는, 모두가 적극적으로 도와야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은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스한 사랑일 거예요. 날씨는 매서워도 결코 춥지 않은 시간이었답니다.

 

 

 

 

 

 

손님이 오는 것도 모르고 열심히 하고 계세요. 반찬나누기를 위해 국을 끓이느라 많은 사람들이 가게에 모여 있어서 손님이 와도 모를 정도랍니다. 봉사활동을 위해 자신의 가게를 기꺼이 제공한 상인이 있다는 사실 자체도 놀랍고, 이렇게 손님이 많은 시간에 가게를 비우고 봉사를 하러 온 상인들이 많다는 것도 참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어요.

 

 

 

 

 

 

친정집에서 어머니가 물건 싸주 듯 바리바리 싸서 준비합니다. 포장조차도 다들 열심히 정성을 들여 하셨어요.

 

 

 

 

 

이젠 상자에 넣어서 차에 실으러 갑니다. 광명전통시장 상인들이 하나씩 들고 차가 있는 곳으로 나릅니다.

 

 

 

 

 

 

먼 곳은 차로 배달을 하지만, 가까운 곳은 이렇게 걸어서 직접 배달을 하시기도 합니다. 반찬을 받으시는 몇몇 어르신들은 미리 밖에 나와서 기다리시는 분들도 있대요.

 

저도 몇 군데는 따라가 보았어요. 할아버지가 사시는 댁은 광명전통시장의 남자상인들이 전해주시기도 하시고, 곳곳을 찾아다니시면서 열심히 사랑의 반찬나누기를 하십니다.

 

 

 

 

 

광명시장 여성회 분들께 제가 넘 감사했습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던가요. 묵묵히 봉사하고 계신 것을 제가 운 좋게도 살짝 엿볼 수 있던 시간이었어요. 함께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의미 있는 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살짝 담아본 사랑의 반찬나누기 행사... 그들이 서로 주고받은 건 검은 비닐봉지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반찬만도 아니라, 사랑과 따뜻한 정입니다.

 

연말연시가 되면서 더 외롭고 더 추운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한번쯤은 주위를 둘러보고,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는 시간을 가진다면, 그 어떤 날카로운 날씨가 다가오더라도, 따뜻하고 행복한 계절을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글·사진 | 허브향기(이연옥)

온라인 시민필진 2기
Blog http://dusdhr2706.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