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12년도 저물어 가고 있네요.
올해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하여 웃고, 울고, 즐겼던, 1학년 생활을 마감하게 되는 쭌이. 오늘은 우리 쭌이의 기말시험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시작하기 전에, 우리 '진중한 쭌이'를 앞으로 광명시가 추구하는 '품격 있는 명품도시, 꿈과 희망의 교육도시, 활력 있는 경제도시, 더불어 사는 복지도시, 향기 나는 문화도시'에 걸맞은 품격 있는 아이로 만들기 위해 '명품쭌'으로 닉네임을 바꿔볼까 합니다. 명품쭌이가 된 우리 아들의 초등학교 생활을 앞으로도 쭈욱~ 생생하게, 리얼하게, 전해드릴 것을 다짐하고 선서하면서 명품쭌이의 '좌충우돌 기말시험 도전기'를 제일 먼저 전해드리겠습니다.
광명시 하안남초등학교에 다니는 명품쭌이는 1학년 1학기 때는 중간시험과 기말시험이 없이 행복한 여름방학을 맞았습니다. 시험은 중간 중간 단원평가를 보는 정도였어요. 열정이 넘치시는 담임선생님께서 독서 습관 기르기와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중시하여 광명시에서 대표로 쭌이의 반 아이들이 공개수업도 하고, 1학년 중 제일 똑똑한 반이라고 불리기도 해서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는 그런 반이었죠~
그런데 그 자부심이 모든 아이에게 적용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우리 쭌이에게는 말이죠. 반 아이들이 하루에 한 번씩 국어와 수학 문제집을 풀 때 우리 쭌이는 그냥 놀았습니다. 아주 편하게 마음먹고, 맘껏 여유를 부리면서 말이죠. 저 또한 학습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또 우리 쭌이는 알아서 잘 할 거라고 믿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별문제 없어 보이던 1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이 끝났습니다. 그런데 2학기에 접어들면서 제가 엄마로서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글쎄~~~ 매주 목요일에 보는 받아쓰기에서 30점을 맞은 거 있죠. 또한 학교에서 단원평가시험을 본 후 가져온 시험지의 점수는 엄마를 점점 멘붕상태로 만들었습니다.
쭌이의 시험 점수는 딱 반타작...
학교에서 받아오는 시험지는 나를 흥분하게 했고 결국 해서는 안 될 말까지 하게 만들었습니다.
"쭌아~ 너 계속 이렇게 시험점수를 받아오면, 더 이상 엄마 아들 아니다."
명품쭌에게는 청천병력 같은 말이었습니다. 엄마는 항상 다정다감하고, 뭐든지 다 들어주고, 사랑만 해주는 그런 마음씨 착한 엄마로만 알고 있던 쭌이였는데.... 이제는 새로운 환경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 거죠. 저 또한 정말 뒤통수를 망치로 몇 대 맞은 것 보다 더 큰 충격이었지만 그래도 처음에는 애써 밝은 미소를 짓고,
"쭌아, 조금만 열심히 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거야."
이렇게 마음에 진정제를 한없이 담아 두며 말했어요. 그런데 쭌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응, 엄마. 앞으로 열심히 할게~ 근데 나 보다 더 못 맞은 애들도 있어."
이건 정말 무사태평입니다. 아니, 태평해도 너무 너무 태평한 거죠.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내려진 극약 처방이 '점수를 이렇게 맞으면 엄마 아들 아니다.'란 것이었는데, 쭌에게는 그 의미가 잘 전달이 안 된 것 같았습니다. 엄마가 아니라는 말을 들었으니, 이제부턴 엄마를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하루는 잠자리에 들면서 "엄마, 나 진짜 엄마 아들 아니야? 30점 맞았으니 이제 엄마 아들 아닌 거지?" 라고 말합니다. 저는 그 순간 아이들은 진담과 농담을 구별하지 못하는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엄마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말하기로 했습니다.
"아니야, 쭌이는 엄마 아들이지. 30점 맞아도, 100점 맞아도 엄마 아들 맞아. 공부를 조금만 더 하면 엄마가 너무너무 기분이 좋을 것 같은데, 한 번 해봐. 너두 기분이 엄청 좋을 걸~ 노력하면 반드시 좋은 점수를 맞을 거야."
이렇게 말한 뒤, 'good night~ & sweet dream~' 이라는 인사와 함께 뽀뽀까지 선물을 해주고 잠을 재웠습니다.
다음날 아침, 쭌이가 기분이 좋아져서 "엄마, 열심히 해서 꼭 백점 맞을게요."라고 씩씩하게 말합니다. 뭔가 다짐한 게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래, 아들. 할 수 있어. 화이팅!! 쪽~♥"
그리고 쭌이는 신나는 발걸음으로 학교에 갔죠.
학교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쭌이. 그날도 맛나게 저녁을 먹고, 평소 습관이 된 TV를 켤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쭌이가 TV에는 관심도 없네요. 스케치북을 가져와 뭔가를 열심히 적더니, 가위로 오려 단단한 결심을 한 듯 머리에 두릅니다.
'열심이해서 100점 맜자.'
비록 맞춤법은 엉망이지만 너무 귀여웠어요.
"그래 정말 멋지다~ 네가 열심히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구나. 정말 대단한데! 화이팅~~"
칭찬을 해줬더니 더 의기양양, 어깨를 으쓱으쓱 하더니 머리에 띠를 두른 채로 국어, 수학 문제집을 풀기 시작하더라구요.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인데 생각하는 것이 너무 기특했어요. 도대체 머리띠 하는 것은 어디에 서 본건지... 머리띠를 하면 공부가 더 잘 될 거라고 생각했나 봐요.
아무튼 문제집을 하루에 2~3장씩 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한 장도 안 풀 때도 있긴 했지만, 생각이 나면 꼭 문제를 하나라도 풀고 잠을 잤어요. 그리고 며칠이 지나 드디어 학교에서 단원평가시험을 봤습니다. 결과는 대박이었습니다.
평소 쭌이의 취약 과목이었던 국어는 80점을, 수학은 100점을 받았습니다! 역시~~~ 명품쭌이가 될 만합니다.^^
그래도 아직 쭌이의 국어 실력은 1% 부족합니다. 국어 시험에서 참 웃지 못 할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그 중 몇 가지만 보여드릴게요.
러시아에서 최초로 우주를 탐사한 실험용 강아지 '라이카'에 대한 지문이 나왔어요. 이와 관련된 19번 문제를 볼까요?
답이 뭔지 아시겠어요? 네, 바로 '동무리'이죠. 그런데 쭌이의 답은 당당하게 '멍멍'이라고 적혀 있네요.ㅠㅠ
쭌이의 누나들은 이걸 보자마자, '귀엽다, 1학년 답다.' 등등 칭찬 아닌 칭찬으로 쭌이를 위로하며 한바탕 웃었습니다. 참고로 쭌이의 큰 누나는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고, 작은 누나는 고등학생입니다. 쭌이는 늦둥이죠.
단원평가 시험이 끝나고, 일주일이 지난 후, 같은 반 엄마들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엄마들끼리 점심을 먹으면서 평가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배꼽이 빠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울 명품쭌이가 쓴 '멍멍'이 가장 황당한 답일 거라 생각했는데, 또 다른 막강한 답, '왈왈'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왈왈'이란 답을 쓴 그 친구는 명품쭌이의 단짝 친구였답니다.
그 단짝 친구는 시험을 본 후, 집에 돌아와서 답을 고쳤는데, 그 과정에서 더 기가 막힌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단짝 친구의 아빠가 아이에게 "야~ 강아지가 '왈왈' 짓냐? '멍멍' 이지!" 라고 하더랍니다. 부자지간의 대화를 듣고 있던 쭌이친구의 엄마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 웃을 수밖에 없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사건은 바로 중간시험에서 있었습니다. 시험지가 없어서, 명품쭌이가 백점 맞은 다른 시험지를 보며 말씀드리겠습니다. 중간시험날, 수학시험 시간에 아래와 똑같은 문제가 나왔습니다.
정답은 '농구공' 이죠.
그런데 이 문제를 보고 어떤 아이가 시험 보는 시간에 시험지에 입을 대고 조용히 '농구공, 농구공, 농구공...'이라고 말했다네요. 당황하신 담임선생님께서는 "말하는 거 아니에요~" 라며 서둘러 막으셨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엄마들은 배꼽을 잡고 웃으며,
"정말 1학년 답네요.", "문제에서 말하라고 하니까 말하는 거죠.", "문제가 잘못 나온 거 맞네요."
등등... 저마다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사랑스런 1학년 아들, 딸들의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연을 남긴 1학년 2학기 중간시험과 기말시험을 끝내고 '2012학년도 교과활동 평가 결과'를 받았습니다.
결과는 수학 85점, 수학 97점, 평균 91점. 엄마 입장에서는 그렇게 썩 만족한 성적은 아니지만 그래도 열심히 노력한 뒤에 얻은 거라 더 마음에 남는 평가 결과였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의 욕심은 어쩔 수 없이 커지게 되는 것도 같지만, 30점 맞아도, 100점 맞아도 엄마의 자랑스런 아들이 맞다는 사실을 우리 쭌이가 평생 기억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던 1학년을 무사히 마친 것에 감사하며... 학교에서 보내 준 '행복한 부모되기'란 글을 스크랩해 봅니다.
'나'를 사랑하는 것, 아이를 행복하게 합니다.
나는 '나' 입니다.
이 세상 어디에도 나와 똑같은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소중합니다.
나의 육체와 마음, 모든 것은 나의 소유입니다.
그것만으로 나는 부자입니다.
나의 성공과 나의 실수만 나의 것입니다.
자녀의 실수를 자신의 실수로
자녀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자녀를 '나'로 착각하는 우를 범하는 것입니다.
나는 만능이 아닙니다.
그러니 자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지 못해 괴로워하지 않습니다.
내 안의 '나'가 원하는 것을 귀 기울여 듣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행동합니다.
나는 좋은 엄마이기 이전에 좋은 '나'가 되어야 합니다.
나에게 충실한 모습을 보일 때 자녀도 충실한 사람이 되고,
내가 행복해질 때 자녀도 행복해집니다.
글·사진 | miso(박정미)
온라인 시민필진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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