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렸던 옛날, 20년도 훨씬 더 지나버린 나의 어린 시절...
갑자기 왜 어렸을 때 이야기냐구요? 최근에 제가 어릴 적에 뛰어놀던 놀이터와 비슷한 곳을 발견했거든요. 어떤 놀이터인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지금부터 소개할 놀이터를 보시면 저와 비슷한 세대인 분들은 '맞아' '그랬었지' 라고 공감하실 거예요.
철산상업지구 쪽에 볼일이 있어 잠시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작은 건즈의 하교시간에 맞춰 버스를
타고 학교 근처 정류장에서 내렸지요. 그때 저에게 발견된 하나의 장소. 이런 곳에 놀이터가 있었나 싶어서 한 번 둘러 보게 되었답니다.멀리서 바라보는 놀이터는 바닥이 흙으로 되어 있었고, 아이들이 축구, 농구를 할수 있을 만큼의 꽤 넓은 공간이었습니다. 요즘에 다시 리모델링 되고 있는 새 놀이터랑은 많이 달라 보였답니다. 제가 어렸을때 친구들과 같이 뛰어놀던 기억이 꼬물꼬물~ 나기 시작했어요. 본격적으로 추억의 놀이터 속으로 가보도록 할게요.
놀이터 입구예요. 주황색 지붕의 건물은 철산주공8단지 아파트랍니다. 근처 다니면서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아파트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예뻤어요. 마치 대저택 안에 커다란 정원이 있는 것 같아요.
안으로 발을 들여놓으니 훨씬 더 넓어보이는 공간이었어요. 넓은 공간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할아버지 한분만이 벤치에 앉아 계시네요. 그리고 저 멀리 미끄럼틀과 시소, 그네 등이 보입니다. 좀 더 가까이 가봤어요.
미끄럼틀과 시소예요. 미끄럼틀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지요. 요즘 미끄럼틀은 주로 플라스틱 재질로 나오는테, 그와는 달리 철제 미끄럼틀입니다.
한 여름이면 미끄럼틀 철판위에다 달걀 후라이를 해먹을 정도로 뜨겁고 한 겨울이면 그 반대로 엉덩이가 얼만큼 차가운 미끄럼틀이죠. 우리 두 건즈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볼 거예요. 두 건즈에겐 지루한 이야기일지라도 엄마인 저 윰은 추억으로 빠져듭니다. 그런데 원래 이렇게 높았던가요? 요즘 미끄럼틀 높이의 두배는 되는 것 같아요. 저 높이 올라 아래로 슈웅~ 내려오면 짜릿하면서도 상쾌했지요. 정말 별거 아닌데, 어릴 때는 이게 왜 그렇게 재미있었던 걸까요. 짧은 순간의 기쁨을 위해 더 긴 시간을 힘겹게 올라야 하는 계단. 생각해보니 커다란 삶의 교훈이 담겨 있더라구요. 시소입니다. 엄마 윰은 아직도 작은 건즈와 시소를 타고 놀기도 해요. 그런데 시소 또한 요즘 나오는 것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지요. 이 타이어 기억 나시나요? 있는 힘껏 발을 굴러도 안심하며 엉덩방아를 찧게 하던 든든한 타이어. 많이 닳긴 했지만, 우리 아이들을 위해 20년도 넘은 세월 동안 이 자리를 지켜왔을 거예요.
이 미끄럼틀을 거꾸로 타고 올라가면 소리도 요란해요. 그래도 어릴 적에 엄청나게 많이 타고 놀았었는데... 이 미끄럼틀도 예전에는 알록달록 이뻤겠지요? 다시 한번 이 계단을 올라 시원하게 미끄러져 내려오고 싶어져요.
가운데에 있는 장식은 무슨 모양인지 잘 모르겠어요. 어릴 땐 이 가운데 부분에도 자주 올라가 놀곤 했지요.
다른 한쪽엔 그네와 정글짐이 있어요.
잡고 흔들면 철컹철컹 소리나던 그네. 정말 익숙해요. 내가 타면 친구가 밀어주고, 친구가 타면 내가 밀어주곤 했지요. 돌돌 말아서 그네의 높이를 높여 타기도 했구요.
그네를 타면 탈수록 바닥은 자꾸 파여갔어요. 흙바닥을 박차고 타는 그네의 재미를 요즘 아이들은 모를 거예요.
저 어릴 땐 그네 위의 동물 모양을 보고 '토끼 놀이터', '곰 놀이터' 등으로 이름을 짓기도 했는데, 이 놀이터의 이름도 토끼 놀이터일까요?
정글짐은 술래잡기나 얼음땡을 할 때 많이 이용했어요. 괜히 저 안에 들어가고 올라가고 하면서 술래를
약올렸지요. 전 올라가는 거 싫어했지만요. ㅋ군데 군데에는 앉아 쉴 수 있는 벤치가 있어요. 어린 윰이 친구들과 뛰어 놀고 있을 때 엄마들이 담소를 나누던 곳이예요.
세월의 흔적이 많이 남아서 사람들이 지금도 이 벤치를 이용하는지 궁금했어요.
놀이터 옆에 있는 이곳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할 것 같아 보였어요. 봄이면 달콤한 꽃향기와 이쁜색들의 꽃을 볼 수 있고, 여름이면 짙은 녹음과 함께 무더위를 피할수 있고, 가을이면 이쁜색으로 갈아입는 나무를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농구골대인 모양입니다. 바스켓이 없어졌어요. 제가 농구도 좀 했었답니다. 체육시간에 실기 점수가 꽤 나왔지요. 믿거나 말거나이지만.ㅎㅎ
이건 또 뭘까요? 위에 구멍이 있는 걸로 보아하니, 수도꼭지가 붙어 있던 거 같아요. 땀흘리며 놀던 아이들이 세수를 하고 목을 축였을 아주 중요한 시설이지요. 요즘 놀이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철봉입니다. 저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서 하늘을 쳐다보면 참 재미있었죠. 그때처럼 한번 해볼까 했는데, 어른이 된 윰은 쑥쓰러워서 해보진 못했어요.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할아버지께서 운동을 시작하셨어요.
팔굽혀펴기도 하시고, 철봉에 매달리기도 하시고... 가뿐하게 하시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어요.
철산 1동에 사신다는데 이곳까지 산책 겸 자주 나오신다고 해요. 길 건너에 있는 철산종합사회복지관에 점심을 드시러 가거나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이 놀이터를 자주 들르신답니다. 가볍게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기에는 좋은 놀이터라고 하시네요. 그런데 아이들의 모습은 잘 볼 수가 없으시대요. 이 놀이터가 낡아서 아이들이 찾지 않을 가능성도 크지만, 요즘 모든 놀이터에 아이들이 많이 줄은 것도 사실이예요. 우리 어릴 땐 모여서 놀기엔 놀이터가 최고였는데 말이에요.
제가 찾아간 시간이 아이들이 학교나 유치원에 있을 시간이라서 꽤 한적했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지나치게 쓸쓸해보였어요. 놀이터 안으로 들어온 사람이 몇몇 있어서 조금 기대를 했는데, 대부분 이 놀이터를 통과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었어요.
운동을 하시던 할아버지 외에는 이 놀이터를 이용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놀이터에는 누군가 있었던 흔적만이 남아 있어요.
아이도, 어른도... 이곳에 추억을 남긴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놀이터에서 나와 잠시 주변을 둘러보니, 단지 내 길도 참 예쁜 곳이였어요.
근방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제가 너무 무관심했었나봐요.
곳곳에 아파트 같지 않은 풍경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답니다.
빨간 우체통이 있는 곳도 찾았어요.
마침 그 앞에는 미리 준비된 듯 자전거 한 대까지. 전원주택 부럽지 않은 분위기가 나네요.
놀이터 옆길로 사람들이 총총걸음으로 지나갑니다. 사람들은 낡은 놀이터 곁을 지났다는 것을 기억이나 할까요?
그 속에 친구랑 뛰놀고, 그네와 시소를 타고, 미끄럼틀 위에서 미끄러져 내려오고, 바닥의 모래에 흔적을 남기던 어린시절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요?
이미 다 자라버린 우리는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놀이터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세월에 닳고 닳아 추억을 몸에 새겼지요.
사람뿐 아니라 모든 것에는 수명이 있습니다. 그간 꽤 오래 버텨왔지만 이 놀이터도 바뀌지 않으면 안되는 때가 올 거예요. 무엇보다 아이들의 안전이 중요하니까요.
얼마전 광명소식지에 놀이터 보수비 지원 기사 나온 것을 봤어요. 시청에 문의를 하니 각 지역의 동사무소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협의한후 공사를 시작하고 올해 안에는 마무리 될거라고 합니다. 더 안전하고, 더 예뻐질 놀이터들이 기대 되요.
변화된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많이 찾아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처럼 10년, 20년이 지난 후에 놀이터를 바라보며 어린시절을 기분좋게 떠올리기를 바래요.
낡은 놀이터도, 낡은 아파트도 언젠가는 모두 사라지겠지요. 새로우면서도 더 좋은 것으로 채워지겠지요. 그렇지만 낡고 오래된 것들도 우리에게 소중했었다는 걸 잊지 않고 싶어요. 오히려 낡은 것일수록 의미가 더 깊다는 것도요.
여러분 주변에도 익숙해지고 낡아버려서 잊고 있던 무언가가 있을 거예요. 여유 있으실 때 한번 찾아보세요.^^ 저는 이날, 우연히 발견한 놀이터 덕에 제가 잊고 있던 어린시절을 찾아내서 반가웠던 하루였습니다.
[우리가 머물렀던 이야기 - 철산주공8단지 낡은 놀이터에서 어린시절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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