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젊어지는 마법
광명3동 이미용 봉사와 함께 한 소중한 하루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글/사진. 곧미녀(김경애)
Blog. http://blog.naver.com/hvhklove
미녀의 정원
나는 매월 셋째주 목요일이면 광명 3동 주민센터에 나타납니다. 이미 소식을 듣고 나를 만나러 일찍 나오셨나요?
그렇다면 주민센터 한 켠에 가지런히 놓인 안내책자들을 보면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오후 1시 30분.
나는 빵빵하게 꽉 찬 짐을 끌고 주민센터에 도착합니다. 오늘 오후는 나에게 무척 바쁜 시간이 되어 흐를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요? 잠시만 기다리면 알게 될 거예요.
자!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준비를 해 볼게요. 제가 데리고 온 친구들을 가지런히 꺼내놓고, 빠뜨리고 온 것은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도 합니다. 파마약이랑 중화제, 머리에 씌울 비닐도 있네요.
저의 VIP 고객들(^^) 마음에 쏙 들게 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들이 참 많답니다. 내가 지금부터 무얼 할지 이제 아셨나요? 네, 맞아요. 준비물들만 보면 알 수 있듯이 저는 파마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누구에게? 저소득 취약계층 및 독거노인들께요. 그려면 저는 대체 누구냐구요?
나는 '광명3동 바르게살기운동 회원들의 마음' 입니다.
나는 16명의 회원들과 함께 지역 청소를 하고, 7년째 미용봉사도 하고 있습니다. 봉사 시간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입니다. 매월 4~7명 정도의 어르신들이 무료로 미용 봉사의 혜택을 받고 계시고, 오늘은 네 분의 할머니들께 파마를 해드릴 예정입니다.
첫번째 고객은 공순자 할머니이십니다. 단골이라는 설명과 함께 흔쾌히 사진 촬영을 허락해주셨어요. 마침 머리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민센터에서 전화를 해줘서 기뻤다고 하십니다. 할머니는 항상 맘에 꼭 들게 파마를 해주는 회원들에게 고마워하셨어요.
파마를 시작하기 전, 그 동안 자라난 할머니의 머리를 다듬어 드립니다. 회원들은 각자 생활 속의 바쁜 일정들은 모두 잊고 봉사날만큼은 모두 한 마음으로 단합을 합니다.
돌돌돌~~ 말아 올려진 할머니의 머리가 오늘 봉사의 시작을 알립니다. 착착착~ 줄을 맞춰 화이팅을 외치는 듯해요.^^
미용사 자격증이 있는 회원이 직접 어르신들의 머리를 손질하고 파마를 하면 다른 회원들은 옆에서 열심히 보조를 해줍니다. 미용사와 보조하시는 분들 모두가 7년차 베테랑들답게 손발이 척척 맞아 들어갑니다.
여자 회원들 뿐 아니라 남자 회원들도 미용봉사에 동참합니다. 회원들이 함께하면서 이제는 서로 형님, 동생 할 정도로 친해졌다고 해요. 정겨운 대화가 오가는 사이 순식간에 첫번째 할머니의 파마가 끝났습니다.
이번 달에는 일정이 바뀌어서 많은 회원들이 함께 하진 못했지만, 인원에 상관없이 회원들의 정성스런 손길은 늘 변함이 없습니다.
두번째 고객은 김용희 할머니이세요. 머리숱이 적어서 고민이시라며 머리를 최고로 굵게 말아달라고 거듭 주문을 하십니다. 그리고는 공순자 할머니를 보시며 머리숱 많은 것이 부럽다고 하셨어요. 그 질문에 돌아온 공순자 할머니의 대답은...
"머리숱 많아도 쓸 데가 없어~"
모든 회원들을 웃음 짓게 만들었어요.^^ 봉사를 하는 회원들과 어르신들 모두가 즐거운 시간. 이 분위기는 마치 시골마을 사랑방에 와있는 것만 같아요.
세번째 고객이십니다. 세번째 할머니께서는 네번째 할머니가 조금 늦으시자 다리가 불편한데 잘 오고 있는지 걱정이라면서 안절부절 못하셨습니다. 함께 이웃하며 살아가는 동무를 생각하는 마음에 잔잔한 감동이 느껴집니다.
그 마음을 잘 알기에 회원들은 할머니의 머리 위로 세월이 살짝 비켜가기를 바라며 한결 더 꼼꼼하게 머리를 손질해 드립니다.
조금 늦게 오신 마지막 고객. 네 번째 할머니의 파마가 시작됩니다. 먼저 오셨던 세번째 할머니께서 30분 동안 걱정하며 기다렸다는 걸 아실까요?
중학교 2학년 손자와 함께 사신다는 할머니는 이곳에 와서 파마를 하는 날이 항상 기다려진다고 하셨어요. 오늘은 더 젊어지는 날이라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셨습니다. 바쁠 텐데 시간을 내어 이렇게 봉사하는 회원들에게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으셨어요.
짜잔~~
예쁘게 잘 말려졌죠? 할머니 머리 위에 가지런히 정리된 봉사자들의 마음이 보이시나요? 네 분 모두 원하는 컨셉이 다르셔서 파마의 굵기는 조금씩 달랐지만, 뒷모습이 마치 네 쌍둥이를 보는 것처럼 똑같았습니다.
할머니들의 머리에 비닐이 씌워지고, 열처리도 하고나면 이제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피어납니다. 동네 미용실을 보는 것 같은 풍경이예요. 설레는 맘을 진정시키며 여유 있게 기다리는 일만 남았네요.
그 시간동안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우리를 할머니의 고향집으로도 데려가고, 어린 시절 동무에게로도 데려갑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키워낸 아들, 딸들과의 생활으로 우리를 초대하기도 하고, 가슴 찡한 슬픈 이야기로 우리를 울리기도 하십니다.
이날 함께 했던 회원들과 할머니들 그리고 저에게 이 시간은 소중한 하루로 기억될 것입니다.
카메라 앞에서 기꺼이 웃어주셨던 공순자 할머니의 파마가 마무리 되었어요. 샴푸로 머리 감는 것을 끝낸 후 물기를 탁탁 털어내니 처음 오셨을 때보다 20년은 젊어 보이셨어요. 이 마법 같은 일의 비결은 바로 봉사하시는 분들의 마음이 만든 것이랍니다.
광명 3동 바르게살기운동 회원들 표 파마가 이렇게 완성되었습니다~!
파마가 예쁘게 나왔으니 꼭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환한 미소로 포즈를 취해 주시는 할머니. 오늘만큼은 소녀시절로 돌아간 듯 하다며 진짜 소녀처럼 좋아하셨어요. 할머니의 웃는 얼굴을 보니 저도 행복해집니다.
두 할머니의 파마가 완성되고 어느덧 시간은 6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미용봉사가 끝난 뒤, 바르게살기운동 회원들은 어르신들과 식사도 함께 한다고 해요.
회원들이 준비한 저녁식사를 하고 계시는 어르신들이십니다. 머리도 이쁘게 하시고 식사도 맛있게 하셨으니 오늘은 이 행복함을 가득 안고 집에 들어가서 푹 쉬실 수 있겠어요.
당신들께서는 받은 이 은혜를 어찌 다 갚느냐며 연신 고마워하십니다. 회원들은 오히려 더 많은 어르신들께 미용봉사를 해드리지 못해 항상 아쉽다고 하셨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예전에 했던 것처럼 관내 경로당에서도 봉사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작은 트렁크에 담긴 사랑을 맘껏 나누며 커다란 기적을 만들기 원하는 나는... 광명3동 바르게살기운동 회원들의 마음입니다. 진실된 그 마음이 없었다면 할머니들의 행복한 미소를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지역을 위한 봉사를 하기 위해 모인 광명3동 바르게살기운동 회원들. 앞으로도 이웃들과 마을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지금처럼 변함없이 빛나는 단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화이팅~~!!
'사랑 소통 >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 느려지다 - 삶의 속도를 늦추는 퇴근길 : 광명시청 - 철산역 - 광덕로 - 하안로 - 소하로 (24) | 2012.04.06 |
---|---|
내 손 안의 광명 - <광명사연>으로 광명을 이야기하다. (6) | 2012.04.03 |
꿈과 향기를 칠해요 - 핸드페인팅 갤러리 '꿈꾸는 자작나무'로 오세요. (13) | 2012.03.22 |
주민 모두가 동장이 되는 그날을 위해 - 광명2동 일일 명예동장 박만순님과 함께 (10) | 2012.03.20 |
추억이 쌓이는 거리 - 철산상업지구의 주말저녁 풍경 (19) | 2012.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