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매운바람 속에는 두려움과 설레임이 섞여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과 그걸 지켜보는 학부모들은 더욱 그렇겠지요.
광명에는 100년 역사를 바라보는 학교가 있습니다.
1927년에 개교하여 광명 여러 초등학교의 원조(?)가 된 서면초등학교가 그 곳입니다.
<출처 : 디지털광명문화대전>
옛 모습이 궁금해 검색해봤습니다.
1930년대 서면공립보통학교 사진이 나옵니다.
전교생이 행사를 하고 있나 봅니다. 펄럭이는 일장기가 일제 강점기라는 걸 말해주고요.
세월이 흐른 지금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요?
입학식 날 찾아가 봤습니다.
주변이 논, 밭이었던 이 지역은 자동차 왕래가 잦은 주택가로 바뀐 지 오래입니다.
학교 건물도 물론 새로 세워졌고요.
교문에 입학과 진급을 축하하는 펼침막이 눈에 띕니다.
모습은 달라졌지만 해마다 3월이면 신입생과 함께 새로워지는 게 학교 아닐까요?
입학식이 시작되기 전, 학교의 역사를 보여주는 흔적을 찾아보았습니다.
운동장에 우뚝 선 두 그루 나무, 수령(樹齡)이 상당해 보입니다.
아이들을 오랜 세월 지켜보며 시원한 그늘을 드리웠을 겁니다.
교문 쪽 화단에는 학교 역사를 알리는 향토사적표석비가 있습니다.
1907년 세워진 운양의숙이 이 학교의 뿌리라니 그렇게 친다면 100년을 넘긴(!) 학교입니다.
2014년 현재 졸업생 누적 수만도 17,000여 명이라고 합니다.
다목적실 한쪽 벽을 가득 메운 트로피 또한 역사를 말해줍니다.
1972년 시흥군 국민학교 종합체육대회 준우승 트로피가 가장 오래된 것인 듯합니다.
아직 광명시가 세워지기 전에 이 학교에선 이런 경사가 있었네요.
서면초등학교는 사람들 기억 속에 더 많이 남아있습니다.
1974년에 학교에 입학했다는 조보익씨(철산 3동)는
지금은 하안 12단지가 들어선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 다녔다고 합니다.
"논길을 따라 갔는데 지금도 가던 길이 생생하다. 학교에서 돌아올 땐 친구들과 박치기도 하고,
밭에서 당근 서리도 하느라 꽤 시간이 걸렸다. 학교에선 애기릉으로 소풍도 갔다."고 말합니다.
마침 학교에 1989년 졸업 앨범이 보관돼 있기에 펼쳐봤습니다.
25년 전 학교 모습이 지금과 사뭇 다릅니다.
최고 학년인 6학년 아이들은 학교 역사가 깊다는 걸 알고 있을까요?
담임선생님께 청을 드려 1반 아이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절 반 이상은 알고 있고 1920년대에 세워졌다는 걸 아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이 학교 졸업생이라는 학생도 절반이나 되고 들은 얘기도 전해줍니다.
"부모님이 다닐 때는 운동장이 둘이라서 고학년과 저학년이 따로 놀았대요."
서면초등학교는 가족과 지역 사람들이 추억과 배움을 이어가는 곳이네요.
드디어 오전 10시, 다목적실에서는 2015학년도 신입생 141명의 입학식이 열렸습니다.
학교 첫 공식행사 주인공이 1학년인 셈입니다.
뒤에 엄마가 있나 찾는 아이, 이름표를 만지는 아이, 몇 반이라고 친구에게 알리는 아이 등
아이들은 쉴 새없이 꼼지락거립니다.
변봉순 교장선생님은 "다정하고 친절한 언니, 오빠와 지내게 될 것이다."라고 신입생을 안심시키며,
"여러분이 인생의 꿈과 목적을 찾아가는데 학교가 도와주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입학식 마치고 아이들은 부모님과 함께 교실 자기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럴 땐 부모 마음이 더욱 울렁일 것 같습니다.
큰애를 입학시킨다는 홍성호씨(소하 2동)는
"우리 학교 다닐 때와 (요즘이) 많이 다른 것 같다."며
"아이들이 편 가르지 않고 놀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합니다.
학교에서는 입학 축하 선물로 화분을 하나씩 주었습니다.
"만나서 반가워.", "잘 지내자."는 담임선생님 인사와 함께 한 사람씩 화분을 받았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화분을 키우고, 학교는 아이들을 키울 것입니다.
학교 첫 날을 무사히 마치고 가는 길, 입학 기념사진을 찍는 가족 모습이 단란합니다.
참, 옆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사진 찍는 것이 이 학교 전통이라고 합니다.
오늘 입학한 아이는 앞으로 어떤 기억을 쌓으며 학교를 다니게 될까요?
아이들의 웃음과 함께 서면초등학교의 또 다른 100년이 활짝 펼쳐졌으면 합니다.
오늘 새 출발한 모든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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