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그 이름도 생소한 "씨앗 전시회 및 씨앗 나눔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평생학습원 로비에서 진행되었는데요.
그곳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집을 나와 행사장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봄입니다.
햇살이 내리쬐는 양지쪽, 키 작은 풀이 앙증맞은 꽃을 피웠습니다.
큰 풀들의 그림자에 묻히기 전 자기 할 일을 서둘러야 자신의 씨앗을 맺을 수 있을 테니까요.
행사장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씨앗들의 종류가 (71종) 기록된 목록이었는데요.
와우 정말 놀랍죠?
이렇게 많은 씨앗들을 오늘 만날 수 있다니, 그리고 이 많은 씨앗들을 나눠주고 있다니~~
시골에서 자란 저에게도 낯선 이름의 씨앗들이 참 많더군요.
토종 씨앗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살았는지 살짝 반성도 했는데요.
그래서 토종을 보존하고 지키고자 하는 분들의 노력이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씨앗마을(대표 양인자)'과 동아리 어떻게 사랑하지'와의 협업으로 진행하게 된 씨앗 전시 및 행사장에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자녀와 함께 방문했습니다.
아이는 씨앗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더군요.
여기서 토종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갈까요?
토종은 한반도의 자연 생태에서 대대로 살아왔거나 농업 생태계에서
농민들이 대대로 사양 또는 재배하여 내려옴으로써
우리나라의 기후 풍토에 잘 적응한 동물, 식물 그리고 미생물을 말합니다.
이번 행사는 토종 종자 보존과 증식을 위해 비영리단체 <씨드림>에서 후원하였습니다.
전시장을 둘러보니 각종 씨앗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보존되고 있는 씨앗들, 나눠주는 씨앗들, 그 모양이 작고 예쁜 것들이 많았습니다.
씨앗 속에는 초록빛 새싹들, 이파리, 색색의 꽃이 들어 있다는 동시가 생각나네요.
비록 작지만 씨앗 속에는 커다란 우주가 담겨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많은 분들이 모여들고 씨앗에 대한 질문도 많아졌습니다.
관계자는 작은 봉투에 담긴 씨앗을 나눠주고 이 씨앗을 가져가 심고 재배하여
씨앗을 다시 나누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나누어 주는 것을 받아 가기만 하면 우리 국민 정서가 아니겠죠?
성의껏 조금씩 후원을 하는 아름다운 분들이 많아서 보기에 좋았습니다.
카페에서 이 행사 소식을 알게 되어 딸과 함께 왔다는 가족은, 씨앗들과 함께 전시된
관련 책을 보고 있네요.
"올해 텃밭을 분양받았어요. 아이들과 함께 채소 종류와 꽃을 가꾸어 볼 예정인데
씨앗에도 관심이 생기네요. (소하동 거주 송지윤, 송나윤 가족) "라고 말하는 이 가족이
올해 참으로 뿌듯한 한 해를 보낼 것 같은 예감입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씨앗을 만져보는데요.
씨앗 전시 행사에 온 자매는 앞으로 씨앗들을 예사로 보지는 않을 거예요.
아이들의 손끝으로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이 기억되는 순간입니다.
알록달록한 콩은 이날 행사장을 찾은 분들께 한 줌씩 나누어 드렸답니다.
저도 한 움큼 가져와 저녁밥에 넣어 먹었네요.
투실투실한 떡 호박과 큼지막한 수세미는 제 몸 안에 씨를 품어 여물게 했으니
제 할 일을 다 했습니다.
열매로 씨앗을 만드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강황이나 생강 마늘 양파 등처럼
뿌리로 자신을 남기는 식물들이 있지요.
울금은 우리가 잘 아는 강황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조롱박 삼 형제의 다정한 모습이 하도 예뻐 찰칵!
한 녀석은 거북이 등을 닮았군요.
어릴 적 초가지붕을 타고 올라간 넝쿨 사이로 열리던 조롱박이 생각나는데요.
외할머니는 조롱박을 삶아 작은 바가지를 만들어 맛있는 샘물을 담아 먹는데 사용했지요.
율무로 만든 아름다운 염주입니다.
자손을 퍼뜨리는 일 말고도 할 일이 많은 율무 같네요.
콩은 종류가 참 많더군요.
그만큼 크기와 색도 다양하고 영양과 맛도 제각각 다를 텐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울타리 콩이 제일 맛있어서 좋아합니다.
전시된 여러 가지 씨앗을 구경했는데요.
씨앗을 받는 방법을 알아두면 더욱 좋겠죠?
한 가지 예를 들면 까만 콩은 잘 말린 뒤에 콩깍지를 두들겨야 수확 후 콩의 몸통이
동글동글 토실토실하답니다.
덜 말린 상태에서 밟거나 두들겨 콩 꼬투리를 제거하면
콩 몸통이 납작해져서 상품 가치도 떨어지고 맛도 없답니다.
겨울을 나야 하는 작물의 종자는 마르거나 얼지 않도록 보관해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네요.
우리 토종종자 보존을 위해 지킴이 역할을 하신다는 <씨드림>의 안완식 박사님을 만나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씨앗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농촌진흥청에 33년 근무를 했습니다. 종자은행 유전자원과 직제를 만들고 우리나라 최초 종자은행을 만들었는데요. 토종 종자의 중요성을 깨닫고 1985년부터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씨드림>은 어떤 곳이며 어떤 의미인가요? 농촌 진흥청을 퇴직하고 2007년 관련 단체 대표들 10여 명이 모여 토종 씨드림을 만들었어요. 현재 9,200여 회원으로 성장하였으며 비영리 단체로 등록되었습니다. 씨드림의 의미는 말 그대로 씨를 드린다는 뜻과 seed dream (종자의 꿈)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씨드림에서 하는 일은요? 우리나라 각 지역의 토종 종자를 수집하고 종자를 보존(씨드림 은행에 3800점 보존), 증식하며 국민들에게 나누는 일을 하고 있어요. 또한 전통 농업을 연구하는 토종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2015년 3기 모집 중입니다. (수원 광교동 소재)
이 일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요? 일손이 부족하고 경제적 뒷받침이 없다는 점이 제일 힘든 부분입니다. 그래서 운영할 수 있는 기관 단체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이일을 계속하는 데는 남다른 철학이 있을 것 같은데요? 가장 기본 철학은 '토종을 지키자'는 것이죠. 토종은 우리를 지켜 온 생명의 근원, 우리 핏속에 들어 있는 그것입니다. 또한 유전자원으로써 무한한 가치가 있으며 유기농 자연농으로 토종이 적당하지요. 이러한 토종을 지켜야 우리 땅을 지키는 일이고 환경을 지킴에 가장 중요한 것이 토종이죠. 그래서 <씨드림>은 멈출 수 없는 일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희망이 있다면?
요즘 젊은 분들이 귀농, 귀촌을 하는데 이 사람들에게 토종을 들려 보내 심게 하여 한 농가 한 토종 갖기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대물림을 하면 토종이 잘 보존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농약, 화학재료, 비료 등이 쓰이는 농사를 모두 유기농으로 전환하여 환경을 지켜야 합니다. 젊은 층을 통해 모두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
오래전부터 토종 종자는 사라지고 외래종이 많다는 어른들의 걱정을 들으며
토종 종자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 것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힘쓰는 분들이 있었다니
참 다행히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들의 먹거리가 중요한 만큼 씨앗부터 잘 보존하고 지킬 때 환경이 보존되고
그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건강도 지켜진다는 것을 생각하니
씨앗 나눔 행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됩니다.
글·사진 |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제리(이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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