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어디만큼 오고 있니?
봄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요?
아무래도 밖으로 나가봐야겠어요.
저와 매주 월요일마다 독서수업을 하는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
봄의 소리를 마중하러 갑니다.
가까운 놀이터에 아이들과 함께 고고씽~~~
뛰어노는 아이들의 얼굴에
심술꾸러기 바람이 차갑게 불어와도 그런 바람쯤은 상관없답니다.
친구들과 얼음! 땡! 놀이를 하다 보면 겉옷은 벗어 던져야 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봄을 시샘하는 바람은 저 멀리 달아나 버리거든요.
봄은 이렇게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소리로부터 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놀이터를 주름잡는 역동의 아이들이 봄을 부르는 소리에
저만큼 자박자박 발걸음을 옮기는 봄의 이마가 보이는 것도 같습니다.
아이들이 신 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어린 시절
시골 마을에서의 봄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마을 담벼락에 아이들 몇몇이 나란히 기대어 서서
물코를 흘리며,
찐 고구마를 먹으며,
따스한 햇볕에 녹아내리는 고드름을 바라보던 봄.
어떤 날은
어린 동생들과 손등으로 흐르는 코를 쓰윽 문지르며
발아래 떨어지는 햇볕을 쬐기도 했던 봄.
그 시절에 놀이터가 따로 있을 리 만무했죠.
그저 논과 밭,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던 모든 곳이 놀이터가 되었었는데...
그 시절과는 다르게 도시의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봄을 부릅니다.
놀이터를 주름잡는 아이들의 떠들썩한 소리에
놀이터를 누비는 아이들의 발걸음 소리를 듣는 나뭇가지 끝에도
봄의 한쪽이 당도해 있었네요.
깜짝 놀란 생강나무의 노란 꽃과
산수유나무의 꽃입술은 화들짝 놀라 일찌감치 터졌습니다.
봄나물처럼 풋풋하고 싱그런 봄기운은
아이들의 발그림자 아래, 술래의 등 뒤에
어느새,
벌써,
와 있습니다.
아이를 신 나게 달리게 했던 씽씽카도 잠시 휴식을 취하며
산수유, 생강나무 뒤를 이어 봄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꽃샘바람을 막아주던 겨울옷들은 봄 마중 가는 아이들에게서 잠시 잊혔네요.
미끄럼틀 위에 던져져 봄을 질투라도 하는 양 볼이 부은 아이 같습니다.
종달새처럼 지저귀며 노는 아이들과 함께
어린 날의 나로 잠깐 돌아간 봄 마중이 즐거웠습니다.
이제 긴 그림자를 따라, 아이들의 소리를 따라
밤 낮으로 봄은 성큼성큼 다가올 테지요.
광명의 구석구석 활기찬 아이들의 소리가 울려 퍼져
천지에 꽃이 가득해지면
다시 카메라를 들고 나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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