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의 해를 밝혀 줄 첫 번째 해를 기다리는 마음들이 모인 곳으로 곧미녀와 함께 가 보자.
새해부터는 꽤 부지런해지길 희망하는 곧미녀. 아직 잠에서 덜 깬 발걸음으로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도덕산을 오른다. 플래시 불빛에 의지하고서 겨우 찍어낸 첫 번째 사진 속 풍경은 흙길을 수호하듯 장승처럼 우뚝 선 키 큰 나무 몇 그루뿐이다.
도덕정 주변엔 나보다 더 부지런한 몇 몇 사람들과 해돋이를 보러 온 시민들에게 따뜻한 차 한잔을 전하기 위해 더 일찍 산에 올라온 광명시 여성단체원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새해 첫 해돋이를 보기 위해 올라오는 분께 따뜻한 차 한잔 드리고 싶어서 이른 새벽부터 준비했습니다. 여기 오신 모든 분들 가정에 올해도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랍니다."
수줍게 말하며 건네는 따뜻한 차 한잔에서 광명여성단체 회원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갑오년 첫해를 맞이하는 사람들만큼이나 많은 소원이 모인 이곳 도덕산 정상에 조금씩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차를 마시며 도덕산 정상에 불어오는 새벽 찬바람을 즐겨본다.
살다 보면 모든 게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때가 있다. 갑오년 첫날. 겨울치곤 따뜻한 날씨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그리고 마음속에 준비한 간절한 소원들. 오늘이 바로 그날인 것 같다.
그들은 모두 설렘과 기대로 가득한 표정으로 새로운 2014년을 밝혀 줄 새로운 해를 기다리고 있다.
나 또한 2014년은 우리 모두의 하루하루가 행복으로 넘쳐나길 바라본다.
광명시립합창단의 새 희망을 여는 노래가 울려 퍼졌다. 겨울치곤 유난히 포근할 거라는 일기예보 때문인지 새해 첫 일출을 보기 위해 도덕산엔 예년보다 두 배 정도 많은 인파가 모였다,
그리고, 무슨 소원을 빌지 궁금해지는 아이들의 모습도 제법 눈에 띄었다.
멀리 보이는 산 능선 위로 갑오년 첫 해돋이를 알리는 붉은빛이 보이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환호가 들렸다.
어느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최고로 꼽는 새해 소원은 '가족의 건강'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매년 소원을 빌 때마다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한 해를 보낼 수 있길 바란다'고 빌었던 것 같다. 올해는 통 크게 광명시민 모두의 건강을 빌어볼까?
이른 새벽부터 어둠을 뚫고 산에 올라온 사람들이 기다렸던 새해 첫해가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어디 가나 흔하게 보는 핸드폰으로 인증샷을 찍는 풍경도 오늘만큼은 제법 근사하게 보인다.
(소원은 빌고 찍는 거겠죠?)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하게 해 달라고 빌었고요, 다른건 비밀이에요."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물었더니 모범답안같이 깜찍한 대답이 돌아온다. 작은 키 때문에 해가 잘 안 찍힌다면서도 사진찍기를 멈추지 않는 아이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 느낌 아니까~~~ㅋㅋ)
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들이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희망 때문인지 진지하면서도 행복해 보인다.
높이 떠오른 해를 등지고 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가족의 모습이 곧미녀의 눈에 들어왔다. 서둘러 산에서 내려가는 사람들과 달리 저 가족은 아마도 서로에게 따뜻한 덕담 한마디씩이라도 주고받는 모양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소원만큼이나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모습은 다양하다.
애써 해돋이를 보러 산을 오르는 사람도 있고, 수평선 너머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기 위해 바라를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느 곳에서 새해를 맞이하든 중요하지 않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다 보면, 새해 첫날 빌었던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한 해가 보람으로 가득 찰 것이기 때문이다. 도덕산 정상에서 갑오년 첫해를 만나고 온 곧미녀의 소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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