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교복을 입은 소녀 같은 할머니들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교실에서 공부하던 어르신들이 교복을 입고 사진촬영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제리는 얼른 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섰지요.
이 분들은 평생학습원에서 화,수,금 (일주일에 3일)요일 마다 한글 공부를 하는 어르신들이에요.
제리와 함께 사는 시어머니도 이곳에서 공부를 배우고 계세요.
시어머님의 공책인데요. 글씨가 참 가지런한 게 조롱조롱 열린 열매 같죠?^^
시어머님은 일주일에 세 번! 부지런히 점심을 드시자마자 책가방을 메고 늦은 걸음이기에 일찌감치 집을 나섭니다.
"나, 핵교가유" 라고 할아버지께 인사를 하시면
"그랴~~할매 행단 보도 건널 때 차오나 안 오나 잘 보고 건너야 혀"
라고 배웅을 해 주시고
"알았슈~~~~" 라고 화답하시며 머리에 하얗게 눈 내린 할머니가 등교를 합니다.
전에는 글씨를 쓸 줄 몰라 답답해 하셨는데 열심히 출석하고 공부하시더니 이렇게 일취월장하는 지점까지 이르렀어요.
연필심에 침을 묻히며 써내려간 일기 숙제입니다.
시어머님은 선생님이 내 준 숙제가 막막하신지 밤마다 아들, 며느리 , 손자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하십니다. 철자도 어법도 틀리기도 하고 문법에 어긋나기도 하지만 그 어설픔이 더 어여뻐 보여요.
이렇게 쓰기까지 부단한 노력과 열심을 내었던 시간들의 축적을 알기에......
한자 한자 글씨를 써내려가며 조근조근 글 읽는 소리가 들려오면 그날 밤에는 참 평화로움이 찾아드는 것 같습니다.
책을 소중히 지니고 학교에 다니시는 할머니 학생들...
머리는 희어지고 눈은 침침하여 불편함이 있지만 이분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나이도 세월도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인생의 황혼기에서 그저 자녀들의 행복을 바라며 집안의 어른으로만 살던 어르신들. 교복을 입으니 곧 바로 어린 학생들이 됩니다.
"아유~~~ 난 교복이 맞는 게 읍써~~~" 단추가 안 잠기는구먼.. 하하 호호 깔 깔 깔~~
영락없는 소녀의 모습이에요.^^
"이게 얼마 만에 입어보는 옷이랴? 아휴 참 고맙고 좋구먼 이런 옷도 입혀주고... 하하 호호"
이 할머니 학생은 자신의 모습에 반한 나르시스라도 되신 걸까요?
폴라로이드 사진 속 교복입은 자신의 모습을 보며 눈을 떼지 못하십니다.
'자, 한 방향으로 서자고~~~눈 감으면 안 돼'
'에구에구~~~ 요놈의 속바지는 왜 이리 자꾸 나온댜?~~~'바쁘게 매무새를 추스르시는데 기다려 주지 않는 카메라.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보는 할머니들의 뒷모습이 영락없는 사춘기 여학생들의 모습입니다.
단체사진을 찍는 어르신들, 시선은 어디에 두어야 할까 우왕좌왕~~~ 여기를 보세요, 하나 둘 셋~~~
나란히 한 방향으로 서있는 모습을 보니 어린 시절 나의 사진 찍던 추억들이 오버랩 됩니다.
카메라가 귀하던 시절에는 사진관 아저씨가 소풍이나 운동회 때 마다 나타나서 사진을 찍어주고 인화된 사진을 배달까지 해 주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취하던 포즈와 이 할머니들의 포즈가 한 치도 다르지 않네요.
' 자, 여러분 이제 마무리 해 주시고 다음 일정을 준비해 주세요' 라는 인솔자의 말에 모두 정렬하는 학생들.
할머니 학생들의 즐거운 한 때를 함께 하며 아날로그 시대를 잠깐 다녀 온 느낌이었어요.
높으신 연세에도 책을 가까이 하고 늘 배우는 시간으로 채우며 살아가시는 어르신들이 참으로 자랑스럽고 존경스럽습니다. 멋쟁이 어르신들!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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