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3월 초.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조금 의외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혹시 강의해 주실 수 있나요?"
가끔 블로그에 대한 초보적인 내용을 강의하고 있는 닭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닭큐는 광명시 블로그의 시민 필진 활동 경험으로 "시민기자의 역할"에 대한 경험담을 시민에게 조금씩 나눠주고 있는 시민 강사거든요. ^^
암튼 전화 받던 당시, 닭큐는 심오한 직장 업무 탓에 오랜 시간 통화를 할 수 없었죠. 그래서 시크한 듯 짧게 "제안 감사합니다. 일정 확인 후 전화 하겠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전화를 끊자 자세한 내용은 몰랐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라기에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어요.
뭐 이런저런 생각이 있었지만 나쁘지는 않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래서 우선 아내에게 결재를 올렸습니다.
"아. 아. 여기는 닭큐. 본부. 본부 나와라 오바."
"치~직~ 여기는 본부. 말하라."
"선관위에서 나보구 강의해 달라는 메시지 수신. 시간과 장소는 ㅇㅇ고 ㅇㅇ임."
"치~직~ 돈 받고 하는 거냐? 오바"
"보. 본부. 이것은 재능기부에 대한 시대적 사명과 국민에 대한 봉사로써 ..."
"치~직~ 뭐 사줄 건가? 오바"
"ㅡㅡ;"
공공기관에 대한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시민 저널리즘을 논하게 되는 이 성대한 파티. 그 엄청난 파티에 참여할 수 있는 대의적 명분에도 불구하고, 닭큐는 돈과 권력을 함께 가진 아내와 힘겨운 협상을 벌여야만 했습니다.
하... 쉽지는 않은 싸움이었어요. 닭큐네 집에서 토요일 시간을 뺀다는 것은 '한 판 붙자'라는 선전포고와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마침내 우리 부부는 대타협을 이뤄냈습니다.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정말 균형 잡힌 타협안이었습니다. 저. 정말입니다. 타협안을 공개하고 싶지만, 이 부분은 저희 집안의 최고 기밀등급을 부여받아 공개할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ㅠㅠ
암튼 타협 이후 닭큐는 강의 준비로 꽤 바빠졌어요. 직장 다니며 강의를 준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잠들어 있는 시간인 새벽을 이용했어요. 한 일주일 정도 새벽 3~4시에 잠이 들었습니다. 새벽의 무한 강의 준비 그리고 직장 출근. 신나지만 외로운 전쟁이었어요.
근데 강의안을 혼자서 준비하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이거 광명 시민 필진들과 협업하면 꽤 잼나겠는데?'
생각이고 뭐고 없이, 쓰던 강의안 그대로 필진 카페에 협업하자고 올려버렸습니다. "PPT에 쓸 이미지는 ㅇㅇ구, 들어갈 목차와 내용이 ㅇㅇ다"라는 강의 목차 정도만 올렸지요.
이후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댓글이 폭발적으로 달리기 시작했어요. 자신의 일도 아니면서 광블 가족들은 그동안의 아이디어를 쏟아냈습니다.
■ 닭큐의 스토리텔링에 대해 공감하긴 하지만 좀 더 세부적인 예시를 들어주는 것이 좋겠다.
■ 나는 처음 포스팅 할 때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었고, 이런 부분을 얘기해 주면 새로 진입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이다.
■ '같이'의 '가치'를 말하라.
등등...
총 45개의 댓글이 달렸어요. 꽤나 진지한 내용도 많았습니다. 댓글만으로 디테일한 강의 내용이 짜여졌어요. 막상 강의안이 짜여지니 ‘강의자료를 이렇게 만들어도 선관위에서 뭐라고 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즉시 선관위에 담당자에게 메일로 양해를 구했답니다. 다행히도 담당자는 흔쾌히 이런 전 과정에 대한 동의를 주었어요.
또한, 필진 중 닭큐의 강의를 감시하고자 직접 양평으로 온다는 분들도 발생했습니다. 또 다른 사건에 휘말리게 된 닭큐는 즉시 비대위(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대의명분을 내세워 위를 알차게 채우기 위한 모임)를 구성하고, 참가자 명단을 확보한 후 선관위에 그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했어요.
맘씨 좋은 선관위 분들은 오히려 양팔 들고 대환영의 메시지를 회신해 주셨습니다. 어느새 선관위 담당자분들도 광명시 시민 필진과의 교류를 반기며,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사실 이런 내용은 선관위 블로그와 광명시 블로그의 협업이라 할 수도 있다고 닭큐는 생각합니다. 그동안 정보공유 하지 않고, 서로 배격하고, 경쟁만 했던 타 기관 블로그에 좋은 사례라 생각하거든요.
그야말로 '같이'의 '가치'를 광명과 선관위는 함께 실천하고 있는 것이죠. 현 대통령께서 대선공약으로 내세우던 <정부 3.0>의 개념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각 부처의 정보를 공유하고, 이 공개된 정보를 토대로 조금 더 새로운 분석을 해보자는 <정부 3.0>
즉, 회사에서 모든 폴더를 공유하고, 이를 체계화한 후, 필요한 자료 끌어다 쓰는 거죠. 그리고 자신의 노하우도 올려놓고, 이에 대한 분석을 여러 시각으로 접근한다면, 많은 사람이 이미 있는 자료를 활용하게 되겠죠. 또 그 자료에 자신의 정보를 추가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될 것이고, 이는 위키피디아와 비슷한 정보의 아카이브가 될 것이며, 집단지성의 접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에요.
주절주절 어렵게 적어놨지만,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것이 바로 '협업'이라는 거죠.
선관위에 닭큐는 단순히 강의하러 간 게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선관위 블로그 운영자와의 인적네트워크를 쌓았고, 시민기자 분들의 열정을 배웠어요. 선관위는 양평까지 찾아온 광명시 블로그의 협업네트워크에 대해 많은 부분 궁금해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에게 공감했어요. 공공기관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협력관계라는 사실을 보여준 위대한 사례였지요.
이후 닭큐는 관련 자료를 취합하고, 이미지를 새로 넣고, 조금 더 바빠졌습니다. 하지만 그리 나쁘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 분들의 아이디어를 제가 훼손하고 있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닭큐는 강의자료를 챙기고 양평으로 가기 위해 차를 몰았습니다.
드디어 시작인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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