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꼼꼼한 준비 후 토요일 양평 강의는 시작되었습니다.
대학생과 직장인이 어울린 강의실은 닭큐에게서 무언가를 가져가고 싶다는 눈빛을 강렬하게 쏘아대고 있었어요. 그 눈빛에 닭큐는 기. 긴장되었습니다. 시나리오를 써서 컨닝 페이퍼도 만들고, 앞의 인사말도 부랴부랴 볼펜을 휘두르며 집어넣었어요.
하지만 첫마디가 쉽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화려하지 않은 경력을, 그래도 살아온 지난 날이라고 사회자가 또박또박 읽어 주셨어요.
"안녕하십니까! 방금 소개받은 닭큐입니다." 그렇게 1시간 강의는 시작되었습니다.
강의 주제는 '나만의 스토리텔링으로 협업하라'로 닭큐의 광블 경험담을 강요하는 뉘앙스를 보여주었어요. '이해되지 않는 자, 외워라.'라는 메시지를 함께.
이를 간략히 풀어보자면 공공기관의 시민기자가 되었다면, ‘자신의 블로그를 만들고, 요런 방법으로 사진을 찍고, 콘텐츠를 찾고, 스토리텔링을 부여해서, 협업하다 보면, 블로깅 자체를 하나의 놀이수단으로 본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즉, 광명시 블로그의 놀이문화죠.
혹시나 그럴 일이 없겠지만, 이걸 조금 더 궁금해 하시 분. 단 한 분이라도 계실 거라 생각하고, 대충 몇 가지만 추려본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블로그 시민기자라면 나를 위한 글과 남을 위한 글은 분명 다르다는 부분을 설명했어요. 나를 위한 포스팅을 하다 보면, 많은 분이 대부분 나만의 특기와 적성을 찾게 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보다 더 치열하게 노력하게 된다는 거죠.
또한, 블로그는 글쓰기와 사진, 동영상 등 종합예술의 한 형태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니, 일단 만들고 시작하라고 강요했어요. 그리고 자신을 표현할 닉네임과 블로그명을 만들 때 한글로 짧게 만들 것이라는 먼저 설명했습니다.
이미지로 말하는 블로그는 사진이 필수로, 이야기가 있는 사진일 것을 주문도 했어요. 늘 같은 각도의 사진 말고, 누워서도 찍을 수 있는 <두꺼운 얼굴>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나만의 이야기는 특별하다며 스토리텔링의 중요성도 함께 전달했습니다. 이에 관한 예로는 <갈 때마다 다름이 있다. 봉순 언니의 광명시장 탐사기>를 활용했어요. 전통시장 소개 시 자주 등장하는 ‘정’ 외에 청년인턴이 악마 같은 주무관에게 혹사당하며, 이를 만회하기 위한 처절한 에피소드와 함께, 굴종의 달콤한 열매에 기쁨을 찾는 과정을 그린 스펙타클 스릴러 액션 포스트를 소개했지요.
그리고 청중의 뜨거운 눈총을 받았습니다. ^^;
이건 강의를 듣는 분들이 가장 궁금했던 소주제 중 하나였을 겁니다. 콘텐츠 찾기. 즉, 무엇을 쓸 것인가에 관한 담론을요. 이에 닭큐는 나는 볼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볼 수 없는 이야기를 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즉 비하인드에 관한 이야기가 재미있을 겁니다.
이에 관한 예로 닭큐가 직장에서 일을 잘한 알바생에게 수여한 ‘제1회 대한알바시상식’ 같은 포스트를 공공기관에서 진행한다면, 공공기관과의 친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어서 광명 시민필진 세린님께서 제공해 주신 키워드 - '같이의 가치', 즉 협업에 대한 내용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공공기관 블로그의 새로운 시도인 닭큐멘터리 소설 ‘안개’가 나오기까지의 협업 과정을 얘기하자 청중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기본적인 내용을 말씀드린 후 마지막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이런류의 포스팅이 가능했던 것들은 바로 운영자와 필진 간의 <관계>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운영자의 리더쉽과 필진의 성취감을 아우르는 끈끈한 <관계>. 그야말로 소셜의 개념을 그대로 적용해서 온·오프라인의 구분을 없애고, 공공기관의 홍보라는 일방적 소통 따위의 낡은 목적을 버리라는 부분은 제가 얘기하면서도 저도 감동 받았던 부분입니다. 아~ 머쪗!!!
강의는 순식간에 끝나버렸습니다. 1시간짜리 강의가 이렇게 짧은 건지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혹시나 몰라서 한 10분 정도 더 얘기할 수 있는 <에피소드>도 준비했었습니다.
처음엔 시나리오를 보며 초보 강사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줬지만, 누군가 들어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나 내 이야기를 메모해 주는 분들을 보고 힘이 났어요. 그 이후에는 그저 함께 놀았던 것 같습니다. 그냥 아주 조금 일찍 블로그를 시작한 사람이 처음에 느꼈던 어려움은 이렇게 극복했다 정도의 경험담을 말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저런 경험담 중에서 특히 공공기관의 시민기자가 느끼는 한계에 많은 분이 공감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날 강의는 저에게 큰 의미가 있었어요. 닭큐는 대학생 때 <학생기자> 활동을 한 적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직장인>입니다. 학창 시절의 기자 경험과 직장인으로서의 필진 경험, 아마 이 두 가지가 그들과 제가 동화될 수 있었던 큰 이유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하나 더. 광명에서 온 비대위 구성원들은 닭큐가 강의하는 내내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하며 분주하게 닭큐의 모든 것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강의 후에도 많은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게다가 닭큐에게 분위기 좋은 곳에서 커피를 사야만하는 부담을 주기도 했지요.
산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누군가의 관심과 그에 따른 즐거움. 세상은 혼자 사는 거 아니라는 거. 닭큐는 시민 필진 활동하며 많이 느끼고 배우고 있어요. 그리고 그 관심으로 직장인 닭큐로서 꽤 재미나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마리아 몬테소리-
그날 제 경험담을 들었던 분들께 저의 이야기가 어떤 것으로 다가갈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닭큐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누군가 조금이라도 손을 내밀면 도와주고 싶다고. 누군가 내 이야기를 단 한 사람이라도 들어준다면 살만한 가치가 있는 삶을 살고 있는 거라고. 그런 즐거움이 닭큐에겐 휴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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