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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

저 드디어 한살 됐어요(1) - 태어난 지 1년, 광블이 말하다

 

 


오늘은 제 생일이에요. 제가 세상에 나온 지 딱 1년이 되었죠. 제 이름은 호적에 ‘광명시민공동프로젝트’라고 올라가 있어요. 그런데 주위에서는 그냥 저를 ‘광블’이라고 부른답니다. ‘광블’이 바로 제 애칭인 셈이죠.

 

 

 

 




제가 처음 세상에 나오던 날 사람들은 하나같이 저를 의심했어요.

 

“‘광블이’ 쟤가 잘 클 수 있겠어?”
“쟤도 ‘그렇고 그런’ 애들 중 하나지, 뭐 별반 다르겠어?”

 

하지만 제가 한 살이 된 지금은 아무도 저를 평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답니다. 왜냐하면 저를 키워주는 아빠·엄마가 다른 애들의 부모님들과는 좀 다르거든요.

 

저처럼 공공기관에서 태어난 다른 애들은 대부분 ‘블로그 전문 위탁업체’라는 부모님을 두고 있대요. 그런데 저희 아빠·엄마는 ‘시민 필진’이라는 정말 개방적이고 생각이 확 트인 분들이랍니다. 제가 좀 자유분방하고 자신감이 넘쳐, 하고 싶은 말을 거리낌 없이 하는 편인데, 이게 다 저를 키우시는 시민 필진님들 덕분인거죠.

 

 

 


한 살이 된 지금, 저를 먹여 살린 포스트들을 가만히 세어보니, 무려 350개나 돼요. 필진들이 먹고 놀고 즐긴 이야기부터, 제가 자라고 있는 광명에서 벌어지는 재미난 행사, 알아두면 생활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정보와 소식, 그리고 리뷰까지……. 이렇게 무한한 이야기 소재들은 제가 그동안 정말 자유롭게 마음껏 놀 수 있도록 힘을 줬어요.

 

더 좋은 점은 뭔지 아세요? 제가 더 골고루 잘 먹고 잘 크라고, 시민 필진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요리한 포스트들을 아낌없이 갖다 준다는 거예요. 특히 가끔 주시는 동영상, 웹툰 같은 것들이 얼마나 색다른지 몰라요. 최고급 레스토랑의 일급 요리사들이 만든 화려한 포스트들은 아니지만, 주위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게 만든 것들이기에 더 친근하고 질리지 않는 것 같아요. 이거 만드느라고 필진들은 무지 고생하셨겠지만, 그분들은 한 번도 얼굴을 찌푸리신 적이 없어요. 제가 무럭무럭 크는 모습만 봐도 그저 흐뭇하고 즐거우신가 봐요.

 

 

 

 



전 다른 애들보다 많이 건강한 ‘우량아’랍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에요. 작년 12월에 저 같은 애들을 모아놓고 평가하는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라는 대회에 나갔는데, 6개월밖에 안된 제가 다른 형·누나들을 제치고, 최우수상을 받았다니까요. 정확히 따져본 것은 아닌데 제가 아마도 최연소 수상자이지 않았을까 해요. 그땐 저를 키워주시는 필진들도 모두 마치 자신의 일인 양 기뻐하셨어요. 올해에는 더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시는지, 모두들 작년보다 더 열심히, 더 부지런히, 온 힘을 다해 저를 보살피고, 살찌우고 계세요.

 

저 ‘광블’이가 어떻게 이렇게 잘 자라게 됐는지 진짜 궁금하시죠?

 

제 생각에는 무엇보다도 저를 키우시는 부모님, 즉 시민 필진이 남다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정말 다양한 분들이 모였거든요. 학생, 주부, 회사원, 자영업자 등등, 직업도 나이도 관심사도 모두들 가지가지예요. 블로그를 생전 처음 해보는 왕초보 블로거부터, 블로거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세를 탄 파워 블로거까지, 오로지 저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모인 분들이에요. 제가 자라고 있는 광명에 사는 분들만 계시는 게 아니에요. 서울이나 광명 주변 지역 분들도 그저 제가 좋아, 또 광명이 좋아, 저를 키우는 일을 함께 해보겠다고 저희 집 문을 두드리셨어요. 이분들이 가져오는 온갖 포스트들은 그 어느 뷔페보다 다채롭고 풍성해요. 이런 시민 필진들이 한 마음으로 한 팀을 이뤄 각별한 애정을 쏟아 저를 키우시니, 제가 우량아가 된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겠죠?

 

 

 

 


사실 제가 막 태어났을 땐 시민 필진들도 혈기만 넘쳤을 뿐 저를 어떻게 먹이고 입혀야 하는지 좀 헤맸어요. 저를 최고의 블로그로, 또 제 고향인 광명을 살기 좋은 곳으로 널리 널리 알리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 뭘 어떻게 요리해서 써야 할지 다들 우왕좌왕이었죠. 그러다 보니 저의 의·식·주인 포스트가 좀 엉성해 제 모습이 우스울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이런 저를 보고 주위에서는 빵빵 터지더라고요. 멋들어지게 잘 차려 입은 아이보다 뭔가 허점투성이인 제가 더 매력적이었나 봐요. 제가 점점 인기가 많아지니까 시민 필진들도 덩달아 신나 했어요. 돌아다니다가 이거다 싶은 게 있으면 지체 없이 포스트로 만들어 저에게 주더라니까요.


“설마 이런 게 ‘광블’이에게 뭔 도움이나 되겠어?”라며 망설였던 시민 필진들은 너도나도 용기를 내고, 도전하기 시작했어요. 혼자 안 되면 ‘협업’란 것도 하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저를 잘 키울지 혼자 머리 싸매고 끙끙대지 않고,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시도 때도 없이 서로 만났어요. 특히 틈만 나면 모이는 온라인 장소 ‘시민필진 카페’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답니다.

 

시민 필진들은 걸핏하면 모여 일을 만들어요. 물론, 그 덕분에 화영운수, 기형도 등 제 고향에서만이 볼 수 있는 여러 재료들이 ‘광블’이 입맛에 딱 맞는 포스트로 변신하기도 했죠. 꼭 포스트에 관련된 얘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자기들끼리 친해지기 위한 온갖 이벤트와 프로젝트들을 생각해 내요. 자신들을 알리고 가꾸는 일에도 머리를 맞대곤 했죠.

 

 

 

 

 

그 중 하나가 바로 ‘명함 만들기’였어요. 그 명함이 어찌나 예뻤던지, 광명시 홍보실 공무원들마저 모두 이 명함 디자인을 가져다 쓰고 있어요. 이 명함 만들기 과정 역시 제게 어울리는 포스트로 다듬어져서 저를 키우는 양분이 됐죠. 제 주위 친구들은 이런 포스트는 본 적이 없다면서 다들 부러워 죽는다니까요.


시민 필진 엠블럼도 자랑할 만한 것 중 하나예요. 역시 필진들이 직접 만드신 거랍니다. 오프라인 ‘번개’ 모임에서 말이 나오자, 포토샵을 할 줄 아는 몇몇 필진이 곧바로 엠블럼 디자인에 들어갔어요. 몇 가지 도안이 ‘카페’에 올려지고, 다른 필진들이 댓글로 의견을 달았죠. 이렇게 완성된 엠블럼은 필진들이 개인 블로그에 사용하기도 해요. 만약 블로그를 오가다가 이 엠블럼을 본다면 그분들은 그 이름도 유명한 ‘광블 시민 필진’임을 기억하세요!

 

모여서 수다 떨면 그렇게도 재미난 지, 필진들은 출첵 이벤트, 릴레이 소설쓰기 같은 별별 놀이를 다해요. 저는 필진들의 이런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답니다. 그들이 서로 친해지고, 허물이 없어져야 저를 어떻게 더 잘 키울지 스스럼없이 얘기하게 될 거 아니에요.





사랑과 정이 가득 넘치는 집안에서 자란 ‘광블’이. 더 튼튼하고, 개성 가득한 아이가 될 거라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 온라인 시민필진 1기. 홍선희

그림 |  광명시민S

편집 | 한량 아빠(김도형)